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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가명·여·25)씨는 2019년 2월에 대학을 졸업했다. 전공은 아니지만 정씨의 꿈은 스튜어디스였다. 대학 3학년 1학기 시작할 무렵 진로를 결정하고 2년여 동안 관련 공부를 했다. 학교에서 개설한 스터디의 리더로서 동기들을 이끌었다. 서울에 있는 전문학원에도 1년 남짓 다녔다. 학원 관계자들은 입에 발린 소릴지도 모르지만 이구동성으로 합격을 장담했다. 특히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와 아랍어에도 능통해 외국 국적 항공사 취업 가능성도 높았다. 졸업 첫 해 국내 대형 항공사 두 곳에만 지원해 면접에서 떨어진 정씨는 "첫 해에 이 정도면 준수한 성적이야. 내년에는 꼭 합격할 수 있을 거야"라고 스스로 용기를 북돋웠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대출한 학자금 상환은 물론 방값, 생활비까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정씨는 몇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뛰며 미래를 준비했다. 해가 바뀌었다. 코로나19가 엄습했다. 자신이 취업하려고 했던 항공사들은 셧다운되다시피했다. "몇 달 후면 괜찮아 질 거야. 조금만 참고 기다리자"며 위로한 지가 벌써 20개월이 다 돼 간다. 정씨는 다른 직종으로 취업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어디서도 신규 사원을 채용하지 않는다. 정씨는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더라도 1년 정도를 더 버티며 승무원 시험을 준비할 계획이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공무원 쪽으로 진로를 바꿀 생각이다. 정씨는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아르바이트 2곳이 줄어들었다. 이 상태가 이어지면 학자금 대출 상환은 고사하고 월세조차 낼 수 없는 지경이 된다"고 말했다.
김모(29)씨는 4년 전 대학을 졸업한 뒤 지금까지 9급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대구에서 사립대를 나온 김씨는 2년 정도 공부하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몇 차례 낙방한 뒤에는 서울 신림동으로 거쳐를 옮겨 노량진에 있는 학원까지 다녀가며 시험에 매달렸지만 아직까지 합격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부모·형제들의 눈치가 만만찮지만 앞으로 1년 정도 더 공무원 시험에 올인할 계획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만한 직업이 없는 것 같다. 김씨는 "제 또래 직장인들은 평생 직장보다 '평생 취준생'이라는 개념에 더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경영악화 등으로 언제 퇴사하게 될지도 모르고 이직을 고민해야 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취직 후에도 스펙·내공쌓기 등 '자기계발'을 꾸준히 해야 한다. 그럴 바에야 지금 조금 더 고생하더라도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되는 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직을 포기하거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하는 MZ세대가 급증했다. 취업을 한다고 해도 일반 기업보다 공무원을 선호하는 젊은이가 급증했다. MZ세대는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1980~1994년 출생자)와 Z세대(1995~2010년 출생자)를 묶어 부르는 말이다. 2년간 이어진 코로나19 사태에다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고 실효성이 부족한 정부의 일자리 정책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직장을 구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직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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