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한국문학] 말과 글의 정반합

  • 김진웅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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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05   |  발행일 2021-08-05 제22면   |  수정 2021-08-05 07:21
언어는 말과 글로써 형상화
각각의 특징 드러내는 구조
표현적 특성과 차이점에도
기술의 발달이 말과 글 통합
진정한 언문일치 시대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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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인간의 언어는 말과 글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형상화된다. 말은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소리인 음성에 의해, 글은 물체의 표면에 부착된 시각화된 기호에 의해 전달된다. 매개체의 물리적 성질 차이에 기인한 말과 글의 차이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말은 청각적 정보를 제공하고 글은 시각적 정보를 제공한다. 둘째, 말은 순간적이고 글은 영속적이다. 마지막으로 말은 운율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나 글에서는 운율적 요소가 배제된다. 일반적으로 언어를 언급할 경우 글보다는 말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가령 "나는 프랑스어를 할 줄 안다"라고 말하면 '프랑스어로 음성 대화가 가능하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글보다 말을 중요시하는 태도는 현대 언어학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현대 언어학은 개별 언어의 특성을 넘어서는 언어 보편적인 특성과 체계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데, 세계의 많은 언어들이 글이 아닌 말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말을 글보다 중시하는 이들은 시간 순서상 언제나 말이 글을 앞선다는 점을 강조한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언제나 말을 매개로 글이 발달했으며 그 반대의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도 말이 글을 앞선다. 거의 모든 유아는 정규 교육 없이도 완전히 새롭고 복잡한 체계(말)를 능숙하게 습득하는 반면, 글은 정규 교육의 힘을 빌려 이미 습득한 말의 체계에 문자를 대입하는 방식으로 학습하게 된다.

말과 글에는 각각의 특성을 드러내는 구조와 표현들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구어체에는 비정상인 문장 구조와 비속어의 사용, '한테, 랑, 더러' 등의 조사, 반말의 '요' 등이 주요한 특징으로 나타난다. 또한 화자의 즉흥적인 수정을 반영해 관형어나 부사어가 도치되는 현상이 빈번하다. 문어체에는 '-로다, -ㄹ진대, -오' 등과 같은 특정한 어미, '그, 그녀'와 같은 대명사, '매우'와 같은 부사 등과 같이 문어에서만 나타나는 표현들이 등장한다. 구조적으로는 완결된 문장 구조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도 문어체의 중요한 특징이다.

말과 글이 그 매개체와 구조적·표현적 특성에 따라 뚜렷이 구분이 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말과 글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원래는 말로 전달된 정보들이 글로 기록되거나 글로 작성한 문서를 강연 등에서 읽어 나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전자의 경우에 말에서 나타나는 불필요한 반복이나 '음, 글쎄'와 같은 간투사 사용 등은 구어(말) 고유의 특징이 글에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소설의 인용문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구어적 특징은 매개체만으로 문어와 구어를 구분하는 것이 어려움을 증명한다. 후자의 경우로는 연설문을 예로 떠올릴 수 있다. 분명히 음성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구어로 분류해야 하지만 완성본이 나오기 전에 여러 번 수정을 거친 문서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응집성이 뛰어나다는 문어적 특성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말과 글에서 나타나는 형태, 통사, 의미, 화용 단위의 구조적 특성이 크게 차이 나는 바가 없다는 점에서 둘을 별개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 주류 언어학계의 견해다. 특히 최근 기술의 발달에 따라 말은 실시간으로 글로 변환되고, 말 대신 글을 즉각적으로 주고받는 일이 가능해짐에 따라 말과 글의 구분이 더욱 모호해졌다. 말과 글이 하나로 통합되는 진정한 의미의 언문일치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일까. 김진웅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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