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피플] 서혁수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표 "文정부 위안부 문제에 소극 대처…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요청해야"

  • 김수영,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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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11 07:32  |  수정 2021-08-11 07:42  |  발행일 2021-08-11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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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은 오는 10월부터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와 시민모임의 사업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가상현실기술 등을 활용한 콘텐츠로 제작해 전시할 계획이다. 서혁수 대표는 "이용수 할머니와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담은 '위안부 생존자와의 대화'가 특히 눈길을 끈다"며 많은 시민이 관람하길 바랐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올해 8월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갔던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의 만행을 증언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김 할머니의 증언이 도화선이 돼 위안부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고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위안부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위안부 피해자는 우리가 지켜드려야 할 대상인데도 이에 소극적이다. 지나간 일로 치부하고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 모두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서혁수(49)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표는 "과거보다 위안부 운동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많이 줄었다"며 "시민의 관심을 끌어내도록 위안부 운동도 시대 흐름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향후 위안부 운동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서 대표의 생각을 들어봤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도우려
1997년 지방 첫 시민모임 결성
국내외서 도와줘 활동에 큰 힘

매년 1만명 찾던 희움 역사관
코로나 사태 여파로 크게 줄어
피해 증언 출판에 머물지 않고
가상현실 콘텐츠 전시 준비 중
할머니들과 대화 체험 공간도

▶위안부 운동 30년이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의 탄생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안다.

"1991년 8월14일 김학순 할머니의 첫 공개증언이 있고 난 뒤에 국내외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대구에 계셨던 문옥주 할머니도 1991년 12월2일 전국에서 두 번째로 피해자 신고를 하셨다. 특히 문 할머니의 안타까운 삶에 대한 증언은 더 많은 할머니의 증언을 끌어냈다. 시민모임이 탄생하게 된 씨앗도 됐다."

▶위안부 운동에 시민모임이 큰 역할을 했다.

"시민모임은 1997년에 지방에서 최초로 시민이 주도돼 대구·경북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서울에서 결성된 전국적 조직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있지만, 시민모임은 지역 피해자 할머니와 함께 많은 일을 해왔다. 지역 피해자 할머니의 바로 곁에서 시민모임 회원들과 시민이 협력해 현재까지 위안부 운동을 지속해오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위안부 운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오랜 시간 세 개의 조건이 삼위일체가 돼 한 몸처럼 움직인 게 주효했다. 첫째, 대구·경북에는 자랑스러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큰 시련을 이겨낸 아름다운 삶이 있었다. 둘째, 지역민과 단체를 위해서 도와주신 시민의 도움이 컸다. 할머니들을 위해서 희생과 봉사를 아끼지 않은 시민과 해외 활동을 도와주신 외국인을 일일이 소개하기 힘들 정도다. 셋째, 시민모임의 회원들과 전 대표, 활동가들의 노력도 큰 힘이 됐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많이 돌아가셨다. 대구·경북지역 할머니들의 근황은.

"현재 전국에 총 14분이 살아 계신다. 대구에는 이용수 할머니, 포항에는 박필근 할머니가 계신다. 두 어르신이 생존자 중 가장 건강하신 것 같아서 다행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아직도 놀랄 만한 체력과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박필근 할머니는 뛰어난 암산력을 자랑한다. 두 분 모두 코로나 사태로 힘든 시간을 보내신다. 특히 박필근 할머니는 동네 경로당이 문 닫고, 나가실 곳도 마땅히 없어 혼자 화투로 소일해 가슴 아프다."

▶시민모임에서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도 운영 중이다.

"2015년 개관한 역사관에는 많은 할머니의 기록물과 유물이 있다. 상설 및 기획 전시를 통해서 이들 자료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매년 1만여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 '희움' 쇼핑몰을 통해 할머니 관련 상품을 판매해 역사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방문객이 급감했고 희움의 상품 판매도 줄어 어려움이 크다."

▶힘든 와중에도 올해 새로운 행사를 준비 중이라는데.

"위안부 운동 3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그동안 많은 피해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들의 증언과 삶을 좀 더 입체적으로 남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와 관련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오는 10월에 그 성과를 보여줄 행사가 열린다. 대부분의 피해자 할머니들은 정부가 마련해준 임대아파트에서 사시다가 돌아가시기 때문에 사후에는 그 흔적도 없다. 일단 할머니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관련된 역사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문옥주 할머니와 관련한 사업이 특히 눈에 띈다.

"문 할머니는 전 세계 위안부 가운데 가장 생생한 증언을 남겼다. 증언은 일본인 모리카와 마치코에 의해 책으로도 출간됐다. 시민모임에서 '버마전선 일본군 위안부 문옥주'란 번역서로도 냈다. 이 출판물은 지금 미국과 영국에서 저명한 현지 학자에 의해 번역 중이다. 곧 영문판도 나온다. 문 할머니의 삶을 입체화해 고증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할머니의 증언을 활자화하는 데만 머물지 않고 다각적인 고증을 통해 증언을 보다 입체화하는 것이다."

▶젊은 층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최근 서강대에서 제작해 베타테스트 중인 '영원한 증언'이 새로운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할머니의 증언을 실감형 인터렉티브 콘텐츠로 제작했다. 앞으로 이를 교육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이용수 할머니와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담은 '위안부 생존자와의 대화'가 눈길을 끈다. 위안부역사관에 있는 '지역 생존자 할머니의 방'도 첨단 기술을 통해 할머니의 증언과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단장할 계획이다."

▶한·일 간의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가 컸다. 물론 전 정권이 졸속으로 맺은 2015년 합의를 비롯한 태생적인 한계가 있지만,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를 정치적 카드로 활용했다. 2015년 합의를 내세우면서 이를 국제법 위반이라 주장했다. 나아가 위안부 문제를 더 왜곡하고 모든 것을 한국 탓으로 돌렸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더라도 분명한 요구사항을 일본에 당당하게 전하고 해결하라 촉구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피해자 할머니들이 외쳐온 요구사항은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 배상 △책임자 처벌 △역사교과서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이다."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추진위원회'의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ICJ 회부 추진위원회는 지난 2월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계속 위안부 문제의 ICJ 회부를 요청하고 있다. 이는 할머니들의 7가지 바람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이 할머니들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선택할 방법은 ICJ 회부다. 생존자들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ICJ에 위안부 문제를 보내 국제법의 판단을 받는 게 타당할 수 있다."

▶향후 시민모임이 갈 길은.

"모든 시민운동의 핵심은 시민이다. 앞으로도 시민모임은 대구시민이 자긍심을 가지는 단체가 될 수 있도록 할머니를 위해 열심히 뛸 것이다. 시민의 높은 관심도 필요하다. 최근 평생 애써 모은 일제강점기 관련 소장품 수백 점을 시민모임에 기증한 편정학 선생님이 큰 울림을 줬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모임에 도움을 주는 많은 분께 감사를 전한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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