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 방치된 목화솜 이불을 리사이클링해 맞춤형 새 이불로 만들다

  • 오주석,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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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6 07:22  |  수정 2021-09-16 11:55  |  발행일 2021-09-16 제13면
국내 정상급 목화솜 제조업체 대구 '이화제면'
물 세척이 가능한 천연 솜 개발에도 집중연구

이화제면3
리사이클링 사업을 선도 중인 이화제면의 생산파트 직원들이 재가공된 목화솜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목화솜 이불은 과거 혼수 1호로 꼽힐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하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목화솜 이불은 무색무취의 화학솜이 침구시장을 점령하면서 조금씩 자리를 잃어갔다. 화학솜 이불보다 상대적으로 두껍고 무거운 목화솜 이불은 심지어 장롱 속 천덕꾸러기라는 불명예를 얻기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목화 등 천연 솜 생산을 고집하며 시장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기업이 대구에 있어 눈길을 끈다. 서대구산업단지에 위치한 이화제면은 40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천연소재 솜 제작부터 속통, 리사이클링까지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오래 묵혀 무겁고 딱딱해진 솜
가볍게 재가공해 기능 되살려
미국면화협회 면 마크도 획득
물세척 가능 천연솜 개발 추진
서울 동대문시장 등 600곳 납품
탄탄한 기술·전국 유통망 갖춰
대구선 자체 물류센터도 운영


◆세계서도 인정받는 품질

제면(製綿)은 목화를 다뤄서 솜을 만드는 작업을 일컫는다. 목화솜은 일반적으로 방적기에 목화 등 원료를 넣은 뒤 섬유를 펴는 개면, 솜을 쌓는 타면 작업을 거쳐 완성된다. 지난 14일 방문한 이화제면 생산공장에는 설치된 방적기를 통해 목화솜이 쉴 새 없이 제작되고 있었다. 직원들은 생산 물량을 확인하고 물류 작업을 수행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목화솜은 품질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목화솜 제조업체 중 미국면화협회(C.C.I) 면 마크를 획득한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600여 개의 거래처를 통해 납품 실적을 꾸준히 달성하고 있다. 고정환 이화제면 실장은 "목화솜 제작 능력으로만 보면 국내에선 따라올 회사가 없다"며 "다품종 소량생산을 기반으로 납품업체 및 개인을 위한 맞춤형 제작도 가능하다"고 웃어 보였다.

이화제면은 목화솜 외에도 동물성 섬유로 분류되는 명주와 양모, 화학섬유인 초극세사 등 기능성 솜을 제작하고 있다. 여기에 생산된 솜을 천으로 감싸는 속통 작업까지 맞춤형으로 하면서 업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목화솜 리사이클 사업 선도

이화제면은 목화솜 등 고급 이불 소재의 리사이클링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2년 전부터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롱 속에 묵혀둔 목화·명주·양모솜 이불을 유통 매장이나 시장을 통해 수거한 뒤 자체 항균 처리하여 새것처럼 바꾸는 작업이다. 이화제면은 과거 혼수품으로 받아둔 목화 이불의 경우 두껍고 딱딱해 이불장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착안, 해당 사업을 준비했다. 업체로부터 수거한 목화솜을 재가공한 뒤 얇고 가벼운 속통에 집어넣는 소비자 맞춤형 리사이클링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고 실장은 "목화와 같은 천연 솜의 경우 환경친화적이며 흡습성·보온성이 뛰어난 반면, 오래 사용하지 않으면 딱딱해지고 기능성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면서 "리사이클링 작업을 통해 혼수로 가져온 목화솜 이불을 얇고 가볍게 재가공하면 이전에 비해 활용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과거의 추억까지 함께 되살릴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물 세척이 어려운 천연 솜의 단점을 보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양모는 이미 워셔블(Washable)이 가능한 소재의 활성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목화나 명주 경우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이에 이화제면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물 세척이 가능한 천연 솜을 개발·상용화해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다는 복안이다.

◆탄탄한 유통망과 기술력

이화제면의 강점으로는 탄탄한 유통망을 꼽을 수 있다.

서울 동대문시장, 부산진시장, 대구 서문시장, 광주 양동시장 등 4개 시장을 기점으로 전국 600여개 매장 및 공장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서문시장과 대구유통단지에는 별도의 물류센터까지 뒀다.

천연 솜 속통 전문 회사로 남기 위한 기술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목화·명주·양모 솜에 대한 ISO 9001인증 및 한국원사직물시험연구원(FITI)의 Q마크 인증을 획득한 이화제면은 천연 소재의 기능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에 매진 중이다. 대구시의 침장 산업 육성 정책에 맞춰 대구침장제조업협동조합과의 협업도 늘려갈 방침이다.

고동현 이화제면 대표는 "천연 솜 시장은 화학 솜에 밀려 축소되고 있으나 꾸준히 수요가 있는 만큼 틈새시장으로써는 제격"이라며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필두로 꾸준히 기술을 연마해 천연 솜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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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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