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기면증, 낮에 졸음 쏟아져…약물치료로 일상생활 가능

  • 노인호
  • |
  • 입력 2021-09-28   |  발행일 2021-09-28 제17면   |  수정 2021-09-28 08:21
수면발작·탈력발작·가위눌림·환각 등 증상
뇌의 히포크레틴 물질 분비 감소하면서 발생
수면다원검사·수면잠복기반복검사로 진단

2021092701000731000030752


대학생 A씨는 최근 견디다 못해 병원을 찾았다. 20대 초반에 건강한 체격이지만, 하루 9시간 이상 충분히 자는 데도 자신도 모르게 잠에 빠지는 일이 많아서다. 수업시간뿐만 아니라 버스 타고 가다가도 잠이 들어 목적지를 지나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는 밥을 먹다가 본인도 모르게 잠이 들기도 했다. 이런 탓에 중·고등학교 시절 때는 수업 시간에 너무 많이 졸아 선생님들께 혼난 적도 많다. 그때는 워낙 공부하느라 피곤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이상한 증상이 생겼다. 친구와 장난치며 한바탕 웃고 나면 다리에 힘이 풀리며 쓰러지는 증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밤에도 그다지 잘 자는 편은 아니라서 가위눌림을 자주 겪었고, 잠에 들거나 깰 때 환각을 느끼기도 했다. A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밥을 먹다가 잠이 들었다고 하면 '너무 피곤하다는 말을 과장해서 그렇게 이야기 하는구나'라고 말하지 믿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견디다 못해 병원을 찾게 됐고, 이게 '기면증'이라는 걸 알게 됐다"면서 "치료를 하면 완치는 힘들어도 일상생활은 가능할 정도가 된다고 하니 억울하게 오해 받는 일은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2021092701000731000030751
대구가톨릭대병원 박정아 교수


◆히포크레틴 감소가 기면증 원인

기면증은 밤에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이유 없이 낮에 견딜 수 없는 졸음이 오는 병이다. 낮에 과도하게 졸음이 쏟아진다고 해서 무조건 기면증으로 진단 내리는 것은 아니다. 야간수면의 적절성과 동반증상, 주간 졸림의 양상에 대해 상세히 분석한 이후 결론을 내리게 된다. 야간 수면이 부족하거나 우울증, 일부 약물에서 기면증과 비슷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기존의 연구에서 기면증의 유병률은 0.02~0.18% 정도로 보고돼 있다.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이 청소년기나 이른 성인기에 발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기면증 환자 중 37%는 질병 때문에 학업을 마치지 못했고, 25%는 직장에서 문제가 있거나 해고됐다. 문제는 유병률에서 확인할 수 있듯 다소 희귀한 질병이라는 점이다. 일상생활에 매우 큰 불편을 주는 병이지만,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탓에 각종 오해를 받는 것도 이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겪는 고통 중 하나다.

기면증의 원인은 뇌의 히포크레틴이라는 물질이 감소하면서 발생하게 된다. 히포크레틴은 우리가 잠을 자고 깨는 과정을 안정화시키고, 적절한 시기에 꿈꾸는 잠(렘수면)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 의해서 이 물질이 줄어들게 되면 기면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전문의의 설명이다.

문제는 히포크레틴이 줄어드는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는 점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고, 특히 최근에는 면역반응과 관련해 발생하는 사례들도 있다.

◆주간 졸림, 탈력 발작, 입면 환각, 수면 마비

기면증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참을 수 없는 '주간 졸림'이다. 수면 발작이라고도 하는데 잠이 오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고, 자면 안 되는 상황에서 본인도 모르게 잠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주간 졸림 증상 때문에 일상 생활에 매우 큰 불편을 겪게 된다. 이런 주간졸림은 특정 상황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찾아오는 탓에 운전 중 증상이 생길 경우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또 다른 증상은 '탈력발작'이다. 탈력발작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주저앉거나 쓰러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경우 주로 감정변화 상황에서 발생한다. 보통 수초에서 수분간 지속되지만 저절로 회복된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실신과는 구분해야 하며 경련과도 다른 양상이다. 또 모든 기면증 환자에게서 탈력발작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면증의 다른 증상으로는 입면환각과 수면마비가 있다. 입면환각은 잠에 들거나 깰 때 환각을 느끼는 증상이고, 수면마비는 흔히 말하는 가위눌림이다.

기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진단이 중요하다. 우선 평소 야간수면이 적절한지 분석해야 한다. 야간수면이 부족하거나 우울증, 스트레스, 약물 등에 의해서도 기면증과 비슷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간수면이 적절한지 분석하기 위해 약 4주간 수면일기를 작성해야 한다. 수면일기는 말 그대로 하루에 언제 자고 일어났는지를 일기처럼 작성하는 것이다.

이런 수면일기를 바탕으로 평가했을 때 야간 수면이 적절한 데도 기면증 증상이 있다면 다음 단계인 수면다원검사와 수면잠복기반복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두 검사는 수면일기처럼 환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1박2일 동안 잠을 자면서 분석하게 된다. 수면다원검사는 몸에 여러 가지 전극을 부착하고 검사실에서 하루 자면서 수면의 양상을 파악하는 것이고, 수면잠복기 반복검사는 수면다원검사 다음날, 2시간 간격으로 5번 낮잠을 시도하는 검사다. 검사에서 낮잠이 매우 빨리 들고 렘수면이 빨리 나타난다면 기면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부담은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2018년 중반부터 기면증 의심 환자는 수면다원검사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다만 수면잠복기반복검사는 아직까지 비급여로 운영된다.

기면증은 완치할 수 있는 병은 아니고 예방법도 없다. 하지만 적절히 치료한다면 일상생활을 잘할 수 있다. 기면증 환자의 경우 주로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뇌에 작용하는 약물을 사용해 주간졸림과 탈력발작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모다피닐이 있고, 이를 통해 주간졸림을 조절하게 된다. 약의 부작용으로 초반기에 두통·구토가 있을 수도 있다.

또 기면증 환자는 시간을 정해놓고 10~2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낮잠을 20분만 자도 약 2시간가량 맑은 상태로 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규칙적인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