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한글 콘텐츠로 신한류 꿈꾼다…"세계인들 한글 관심도 높아져…경북관광 킬러 콘텐츠로 육성"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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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02 10:15  |  수정 2021-10-04 07:38  |  발행일 2021-10-02

경북서 훈민정음 해례본 발견
한글 보급 중심지 당위성 확보
웹툰 제작-AI 센터 구축 추진
올 7월 산업화 실무단 만들어
한글 기록물 영남권 내방가사
2024년 세계유산 등재 팔걷어

 

5천년 넘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성군(聖君)으로 여겨지는 세종 대왕은 1446년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은 '나라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로 사맛디 아니할쎄 이런 전차로 어린백성이 니르고저 할빼이셔도 마참내 제 뜻을 능히펴지 못할놈이 하니다. 내이를 어여삐 녀겨 새로 스물여덟자를 맹가노니 사람마다 수비니겨 날로쓰매 편아케 하고저 할 따라미니라'로 시작한다. 

 

문자를 모르는 백성을 위해 새로운 문자를 만든 것. 훈민정음에는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라는 지금의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경북은 한글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본·상주본)이 발견된 유일한 곳이 경북이며, 불경(佛經)을 한글로 번역·간행한 간경도감(刊經都監)도 안동·상주 등에 있었다. 최초의 한글 소설인 '설공찬전'이 집필된 곳도 바로 경북 상주다.

제575주년 한글날을 맞아 경북도는 오는 7일부터 13일까지를 '한글 사랑 주간'으로 정하고 한글 비전 선포식을 비롯해 다채로운 문화 체험·전시·학술 행사 등을 개최한다. 한글 사랑 주간 운영 프로그램 등을 살펴보며, 한글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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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열린 제7회 인문가치포럼. 경북도 제공
◆훈민정음 474년만에 경북에서 깨어나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1940년 처음 발견됐다. 훈민정음 창제가 1446년이었으니, 474년만에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당시 국문학자 김태준의 제자였던 이용준이 자신의 처가(광산 김씨 긍구당 종택) 서고에서 발견했다. 제자를 통해 이를 직접 확인한 김태준은 문화재를 활발하게 수집하던 간송 전형필에게 이를 알렸고, 간송은 사례금 1만원(현재 가치 30억원 정도)에 이를 구매했다. 이후 80년 동안 해례본은 간송미술관에 보관 중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간송본·안동본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건 이 때문이다.

경북도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처음 발견된 이때를 기념하기 위해 '한글 주간' 중 학술·전시 행사 등을 진행한다. 훈민정음(한글)의 우수성, 인문가치 등을 공유하는 '훈민정음 뿌리찾기'는 7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이날에는 훈민정음을 재조명하는 주제발표, 한글문화 발전방안 토론회 등이 예정돼 있다.

이외에도 경북 방언조사 연구, 한글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 컨설팅 등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올 연말이면 도내 각 권역별 방언 문헌자료 등이 체계화·구조화되고 특징 연구 등의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는 학술연구 성과를 토대로 경북 사투리에 기반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이를 계승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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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중앙박물관 소장 신민언간.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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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에 소장돼 있는 내방가사 '쌍벽가'.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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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중앙박물관 소장 월인석보. 경북도 제공
◆신한류의 새로운 먹거리, 한글
백두대간·낙동강, 동해 등 우수한 자연환경과 함께 유교·불교·신라·가야 등 4대 역사문화유산 등이 있는 경북은 더딘 '킬러 콘텐츠' 발굴과 코로나19 여파로 국외 관광객이 줄고 있다. 2018년과 2019년 520만명이 넘었던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에는 66만명으로 급감했다. 방탄소년단(BTS)과 드라마 등으로 대표되는 한류(韓流)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지만, 경북은 관광객을 이끌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한 것.

이 같은 상황에서 경북도는 K-푸드, K-방역, 한글 등 신(新)한류 콘텐츠를 통해 문화산업의 새로운 부흥을 노리고 있다. 한글의 경우에는 한류 확산으로 인해 세계적 관심도 느는 상황이다. 신한류로 문화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노리는 경북으로서는 이미 훈민정음 해례본 발견 등으로 역사성 사업추진의 당위성은 확보됐다.

경북도는 이를 위해 △한글 맞춤형 콘텐츠 발굴 △한글 연계 AI 개발 등에 나선다. 한글 맞춤형 콘텐츠 발굴은 웹툰, 웹소설 등을 활용해 한글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경북의 사투리나 문화자원 등을 알려나갈 계획이다. 이미 도는 지난 3월 AI시대 한글의 우수성을 소재로 한 타임슬립 장편소설 '2061'의 웹툰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한글 연계 AI개발을 위해선 한글AI본당(슈퍼AI센터) 조성 추진, 한글 식문화 AI-말뭉치 사업 등 추진 중이다. 특히, 옛 한글 자료를 참고해 AI로 전통 음식 레시피 데이터를 구축해 한글AI산업 선도와 함께 K-푸드 문화 확산 등에도 나설 방침이다.

또 한글 산업화 과제 발굴 등을 위해 도는 지난 7월부터 도민과 함께하는 한글산업 육성 실무추진단도 구성해 육성 과제 발굴·추진 등에 나서고 있다.
북콘서트
지난해 열린 제7회 인문가치포럼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한글 세계화 등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한글 세계화의 과제는 무엇
한글은 가장 한국적인 가치다. 우리가 당연히 사용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그 가치를 잊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류 확산으로 한글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2년 12만명 수준이었던 한국어능력시험 응시 외국인 수는 지난해 37만명으로 3배 늘었다. 내년에는 외국인 70만명 이상이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여전히 산업 기반은 낮다. 특히, 자국 언어를 기반한 AI산업 선점 경쟁에서 한국은 미국·중국 등에 크게 뒤처져 있다. 코로나19 이후 트렌드 변화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더욱 거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가장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와 함께, 지역에 산재해 있는 한글 관련 기록 유산의 체계적 보존·관리 등도 필요하다. 경북도는 영남지역의 내방가사를 아시아·태평양, 세계 기록유산 등재 추진을 위해 공동연구 협력을 추진 중이다. 현재 소장하고 있는 내장가사는 총 360건에 달한다. 경북도는 각각 2022년, 2024년 아시아·태평양,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목표로 기초자료의 아카이브 구축 등에 나서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도굴로 오리무중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환수를 비롯해 다른 해례본 찾기 운동도 시급하다. 학계에서는 세종 때 간행된 해례본이 300여권 정도로 추정하고 있어 '제3의 훈민정음 해례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은 한글 보급의 중심지이자, 다수의 관련 유산을 보존해 왔다"며 "경북의 한글 콘텐츠를 앞으로 산업화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는 한편, 한글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높여 한글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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