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니 자꾸 깜빡깜빡…치매 아닌 우울증일 수도

  • 노인호
  • |
  • 입력 2021-10-12   |  발행일 2021-10-12 제24면   |  수정 2021-10-12 08:35
노년기 우울증, 기억력 저하 탓 치매로 오해 쉬워…두통·복통 동반하기도
고혈압 앓거나 갱년기 증상 심했던 여성·배우자와 사별한 노인 등 발병 위험
조기에 발견·치료하면 회복률 80%…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게 노력해야

2021101101000312500012511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1일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38만8천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16%를 차지했다. 5년 뒤 고령자 비중은 20%를 넘어서 초고령화 사회, 2045년에는 그 비중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됐다.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선 경북의 경우 2045년에는 40%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2025년에는 대구경북민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것이다. 빠르게 고령사회가 되면서 노인 건강, 특히 우울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노인 우울증의 경우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노년기 우울증 환자 많아

노년기에는 신체기능의 저하, 퇴직, 가까운 사람의 상실 등으로 우울증상을 쉽게 경험한다. 노년기 우울증은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등 치매와 유사한 증상으로 치매와 구별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률은 80%에 이른다. 제때 치료하면 대부분은 치료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우울한 기분을 느끼기 마련이다. 신체기능의 저하, 직장에서의 은퇴, 가까운 사람의 상실 등을 경험하는 노년기에는 우울증상을 더욱 쉽게 경험하게 된다는 게 전문의들의 전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전체 우울증 환자(68만4천690명) 중에서 60세 이상은 40.2%(27만5천684명)에 이른다. 노년기 우울증이 매우 흔하게 발생함을 알 수 있다.

노년층의 자살 시도율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53.3명(2016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 80대 노인의 우울증 환자 증가율은 2010년 대비 2018년 176.5%로 전연령 대비 가장 높았다.

또 통계청의 '2020년 사망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천195명으로 전년보다 4.4%(604명)가 줄었는데, 고령층 자살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80세 이상은 67.4명, 70대가 38.8명에 달했다.

◆"조기에 치료하는 게 중요"

노년기 우울증의 첫 증상은 '우울하다, 슬프다'는 기분으로 표현되기보다는 두통, 복통이나 위장장애 등의 신체증상이나 기억장애 같은 인지기능장애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탓에 노인 우울증 초기 환자들은 정신건강의학과보다는 내과를 찾게 된다. 내과적 진찰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데도 환자들이 계속 신체증상을 호소하기 때문에 가족들은 꾀병이나 관심을 얻기 위한 행동으로 생각해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노년기 우울증을 제대로 진단받지 못한 채 그냥 지나치는 배경이다. 실제로 임상에서 발견되는 빈도는 낮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노년기 우울증은 치매와 구별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치매와 유사한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등 인지기능장애가 흔하기 때문이다. 치매를 의심해 병원을 찾는 노인환자 10명 중 4명은 치매가 아닌 노인성 우울증이라는 학계 보고도 있다. 이를 '가성치매'라고 한다. 치매 같아 보이지만 가짜라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우울한 노인의 15%가 가성치매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률이 80%나 되지만 치매로 오인하면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년기 우울증은 가족 중에 우울증을 앓은 병력이 있는 사람, 고혈압이나 중풍을 앓았거나 관상동맥질환을 앓은 사람, 폐경 후 갱년기 증상이 심했던 여성, 노년기에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등에서 발병 위험성이 높다. 또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따라서 치료 시 복합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우울증이 심하지 않을 때는 환자에 대한 심리적 지지와 사회적 관심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적절한 항우울제 투여와 같은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노년기 우울증은 신체적 질병에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전문의에 의한 포괄적인 의학적 검진이 요구된다.

치료를 받기 이전 일상생활 속에서 노인 우울증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선 분노, 화난 감정을 무조건 참고 지내는 것은 좋지 않다. 적절한 여가활동이나 주위 친구들과의 잡담 등으로 풀어버리는 것이 좋다. 자신의 정신 건강을 해롭게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미운 소리 한 번 듣고 지나가는 것이 우울증 극복에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규칙적인 생활도 중요하다. 균형 잡힌 음식과 운동을 통해 정서적 저항력을 키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려는 노력과 즐거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해야 한다. 당장 머릿속에서 불안한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이 들 경우 길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습을 하지 않아도 금방 가능할 것 같지만,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덩치를 키우게 되는 만큼 평상시에 연습해두는 것이 좋다.

또 자신의 어려운 점 등을 공감해줄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하고, 운동, 영화, 종교, 사회활동 등 자신의 기분을 좋게 하는 활동에 참가하는 것도 좋다. 이런 노력에도 우울한 기분이 계속될 경우 주저하지 말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게 좋다.

계명대 동산병원 김희철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우울증을 앓는 기간이 오래될수록 치료도 어려워질 수 있어 조기에 치료하는 게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다행히 우울증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 치료를 받으면 치료 성적이 비교적 우수한 편인 만큼 조기에 진단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김희철 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