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도 이런 기업이 .17] 건백, 폐페트병으로 친환경 방적사 생산…국내외 협업 '러브콜'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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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8   |  발행일 2021-10-28 제15면   |  수정 2021-10-28 07:33
건백의 생산공장에서 폐페트병 조각(왼쪽)을 가공해 만든 단섬유 방적사를 늘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생활 속 미세 플라스틱의 주범인 페트병을 활용해 친환경 방적사를 생산하는 기업이 경북에 있다. 경산시 하양읍에 위치한 <주>건백은 손톱 크기로 분쇄한 페트병을 원료로 비건(Vegan)용 패딩 충전재부터 의류, 침구, 카펫, 산업용 섬유 등을 생산하는 리사이클 기업이다. 최근 국내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중인 건백의 주력 생산품과 앞으로 계획 등을 알아봤다.

의류·침구·산업소재 등 다방면 활용
ESG 경영 열풍 타고 사업영역 확장
저순도 원료 여과·원사추출기술 보유
수입 많은 폐페트병 전량 국내서 조달
까다로운 국내외 리사이클 인증 획득
이케아·아디다스 협력업체 대량 납품
올핸 자체 친환경 섬유 브랜드도 출시

◆국내 페트병으로 단섬유 방적사 생산

25일 방문한 건백 생산 공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공수한 플레이크(Flake) 형태의 플라스틱 뭉치가 포대별로 가득 쌓여 있었다.

건백은 하루 150만개 분량의 폐페트병 조각을 생산 설비에 투입해 압출과 냉각, 연신, 주름 작업을 거쳐 회사만의 독특한 방적사를 제작하고 있다. 방적사의 굵기는 머리카락의 50분의 1부터 절반 크기까지 다양하다.

박경택 건백 대표는 "공장에서 생산 중인 방적사는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단섬유로 목화솜같이 부드러우면서도 우수한 내구성을 갖추고 있다"며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협력을 제안하는 국내외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실제 건백이 뽑아낸 폴리에스터 단섬유는 국제 재활용 섬유 표준(GRS) 인증을 획득해 스웨덴의 유명 생활용품 브랜드 이케아 및 독일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협력 업체에 대량으로 납품되고 있다. 구매자의 요구에 맞춰 방적사를 포장해 미국과 유럽 등 섬유패션 선진국에 80% 이상 수출 중이다. 국내 대형 아웃도어 브랜드와도 업무협약을 앞두고 있다.

◆자체 브랜드 '에코스타' '에코럭스' 출시

올해 초에는 자체 친환경 섬유 소재 브랜드 에코스타(ecostar)와 에코럭스(ECOLUXE)를 출시하며 생산 보폭을 더욱 넓혔다.

건백은 해당 소재를 적용한 방적사와 원단, 소품 등 올해 진행된 '프리뷰 인 대구(PID)'와 '프리뷰 인 서울(PIS)'에서 잇따라 선보이며 국내외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오리털 패딩에 들어가는 충전재를 해당 원사로 대체한 비건 제품과 투명 페트병 15개를 녹여 생산한 반소매 티셔츠 등은 업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까다로운 국제 인증도 획득했다. 지난 8월 대구경북디자인센터를 통해 세계 디자인소재개발은행(MCX)의 친환경 리사이클 페트 소재로 공식 등재됐고, 최근 환경부의 엄격한 현장 평가과정을 통과해 녹색기술인증도 받았다. 해당 섬유소재는 의류·침구용은 물론 산업용, 건축용, 자동차용, 특수 항균 기능성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이른바 OSMU(One Source Multi Use) 첨단 신소재로서 활동 가치가 높다.

이처럼 건백은 리사이클 단섬유 업계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손꼽힌다.

◆친환경 리사이클 소재 개발 노력

건백이 리사이클 단섬유 생산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폐자원에 대한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업계에선 폐페트병을 크게 단섬유와 장섬유로 나눠 리사이클 제품을 개발 중인데, 장섬유의 경우 원사를 가늘고 길게 뽑아야 해 높은 순도의 재활용 원료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장섬유 생산 기업들은 폐페트병 원료(칩)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반면, 건백은 장섬유와 비교해 순도가 낮은 제품으로도 자체 여과 과정을 거쳐 무리 없이 원사를 뽑아낼 수 있어 자원 활용도가 우수하다. 현재 100% 국내산 폐페트병을 활용해 생산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박 대표는 "국내 리사이클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는 반면, 그 원료는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현재 아파트를 중심으로 시범 운영 중인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올해 12월부터 전국으로 확대되는 만큼, 지금이라도 폐자원에 대한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건백은 친환경 리사이클 소재에 대한 활용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2월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리사이클 원료 기반 친환경 고부가 섬유제품 개발 상호 기술협력을 체결하며 역량 강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페트병으로 친환경 이불을 만들어 대구보훈청을 통해 지역 보훈 가족들에게 친환경 이불을 기증하고, 페트병을 원료로 만든 친환경 현수막을 행사용으로 사용하며 또 다른 성장 가능성을 열었다.

박경택 건백 대표는 "섬유패션업계뿐만 아니라 업종 전반에 걸쳐 친환경 이슈가 떠오르고 있어 국내외 친환경 제품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국내 시장은 물론 주요 수출국인 미국에 현지 공장을 마련해 건백의 사업 역량을 더욱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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