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대, 컬링부 창단 6개월 만에 쾌거…"끈끈한 팀워크가 원동력"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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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15  |  수정 2021-11-15 09:05  |  발행일 2021-11-15 제14면
세계대회 주니어 국가대표로 선발된 컬링부 팀원 4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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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첫해 우승으로 세계주니어컬링대회 출전권을 따낸 경일대 컬링부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범, 최재혁, 김은빈, 표정민 선수. <경일대 제공>

경일대 컬링부가 신생팀 같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컬링부는 창단 5개월 만에 '제20회 회장배전국컬링대회' 남자 일반부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1개월 후 '한국컬링주니어선수권 대회'에서 다시 우승하면서 주니어국가대표로 선발돼 세계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굵직한 성과를 보면 듬직한 선수의 모습을 떠올리겠지만 직접 만나본 선수들은 장난기 많은 대학교 1학년 새내기 들이었다. 지난 4월 1일 전국 대학 통틀어 유일하게 전문 운동부 형태로 창단된 경일대 컬링부는 4명(이재범·표정민·김은빈·최재혁)의 선수와 전문 지도자 1명(김치구 코치)으로 구성된 아담한 팀이다.

초·중등학교 때부터 컬링을 시작한 선수들은 올해 경일대 컬링부가 창단되면서 모이게 됐다. 이들은 중·고 선수시절부터 동료로 혹은 경쟁자로 만나온 사이다.

올해 4월 창단 멤버로 입학
전국대회·선수권대회 석권
내년 1월 핀란드 대회 참가

"中·高시절엔 경쟁자였는데
지금은 원팀으로 활동해 든든
실력있는 친구들이라 잘 결속"

학교서 훈련비용 등 전폭 지원
운동 집중할 환경 조성도 한몫



컬링부에서 스킵을 맡고 있는 이재범 선수는 경북 의성 출신으로 중학교 때부터 선수 활동을 했다. 실력을 인정받아 서울체고에 스카우트된 뒤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다. 졸업 후 20학번으로 강원대로 진학했으나 경일대 컬링부 창단 소식을 듣고 21학번으로 새롭게 입학했다.

이재범 선수는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선수 활동을 하고 싶어 다시 경일대로 입학하게 되었다"며 "경일대에 왔을 때 같은 팀에서 선수로 활동하던 (표)정민이와 (김)은빈이를 다시 보게 돼 반가웠다. 고등학교 때 항상 적수로 만났던 (최)재혁이와도 같은 팀을 이루게 돼 더 반가웠다. 다들 실력 있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팀워크를 다져 손발을 맞추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으나 취미와 성격, 운동 스타일 등이 비슷해 어려움 없이 잘 결속된 거 같다"며 팀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컬링부에서 세컨드를 맡고 있는 표정민 선수와 서드를 맡고 있는 김은빈 선수는 같은 중·고등학교 출신이다. 이들은 의성중·고교에서 컬링 선수로 활동했다. 오랜 시간 함께해온 이 둘의 호흡이 팀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됐다.

표정민 선수는 "중·고교 때는 경기 실적이 기대에 못미쳤지만 경일대로 진학하면서부터 좋아졌다"며 "팀원들과 손발이 잘 맞아서 그런 것 같다. 좋은 형,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긴장되는 경기에서도 실력 발휘가 됐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의정부 출신인 리드 최재혁 선수는 "다른 팀원들을 경기에서 적수로만 만났었다. 그땐 경기에서 만나기 싫었던 상대들이었지만 지금은 든든하다"고 말했다.

창단 6개월 만에 전국대회에서 우승하고 주니어국가대표로 선발된 것은 다른 종목 스포츠에서도 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런 성과가 가능했던 것은 지도자의 노력과 선수들의 개인 역량도 중요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끈끈한 팀워크와 재기발랄한 선수들의 성격, 그리고 경일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들 수 있다.

인터뷰 당시 최재혁 선수는 "작년에 어머니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제가 컬링을 시작하면서부터 항상 응원해 주셨는데 이제는 금메달을 따거나 국가대표로 선발돼도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이 슬프다고 팀원들에게 말한 적이 있다"며 "그때 팀원들이 함께 사진 찍어서 어머님 묘소에 찾아뵙자고 말해 주었다. 그땐 팀원들 앞이라 내색하지 않았지만 눈물이 날 거 같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처럼 선수 대 선수로 이어지는 관계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가까워진 경일대 컬링부의 결속력이 큰 성과를 몰고 온 이유 중 하나다.

굵직한 성과에는 재기 발랄한 선수들의 성격도 한몫했다. '제20회 회장배전국컬링대회' 남자 일반부로 참가해 나이 많은 선배 선수들 틈에서 주눅 들지 않고 침착하게 경기를 펼쳐 전승 우승했다. 컬링은 그 순간의 심리상태에 따라 결과가 급변할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고 평소처럼 경기에 임할 수 있는 성격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학생들의 재기 발랄하고 긍정적인 성격이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경일대의 아낌없는 지원도 큰 몫을 했다. 경일대는 올해 3월 의성군과 컬링 인재 육성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선수들은 의성컬링센터에서 훈련하고 있으며 훈련에 필요한 각종 편의를 지원받고 있다.

김치구 코치는 "훈련에 필요한 모든 부대비용을 학교에서 부담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으로 선수들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 선수들이 짧은 기간 내에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과거에 비해 컬링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환경도 많이 개선된 지금, 선수들이 자만하지 않고 지금처럼 성실하게 임해 준다면 앞으로 더 좋은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경일대 컬링부는 지난 10월 22~26일에 열린 '한국컬링주니어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으로 주니어 국가대표로 선발돼 2022년 1월 핀란드에서 열릴 세계주니어컬링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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