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영남일보 책읽기상] 초등부 최우수상(경북도교육감상)…김하은(수원 효천초등 6년) '한 조아여…'

  • 김하은 수원 효천초등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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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18 08:12  |  수정 2021-11-18 08:25  |  발행일 2021-11-18 제17면

조아여, 조용한 아시아 여자애. 바로 나다. 말수도 적고, 온종일 책만 읽는 재미없는 여자애, 나와 같은 '조아여'인 릴리는 틀린 답을 말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런 릴리가 답답했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지? 결국에는 자신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걸 모르고 있는 건가?

사실 릴리가 답답했다는 건 이유 없는 심술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이 릴리한테 많이 보였다. 원래 주인공들은 똑 부러지게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게 규칙 아닌가! 하지만 릴리는 소심하고, 말도 많이 안 하고, 그저 도서관을 사랑하는 평범한 아이잖아! 바로 나 같은 아이! 그래서 이 책이 좋았다. 나 같은 릴리가 주인공이라서. 나도 나의 이야기를 말하는 게 두렵다. 내가 실수를 하는 순간 사람들이 나에 대한 기대를 접어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틀리는 게 무섭고 실수하는 게 겁나서 자꾸만 피하게 된다. 나는 학교에서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어도 손을 들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다른 친구들을 배려한 것이라고 핑계를 대지만, 그건 내 답이 틀릴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사실은 알고 있다. 언제까지나 피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변할 수 있을 때까지 피했다. 그래서인지 가끔 내게도 호랑이가 나타나 눈을 빛내며 묻는다.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건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런데 언젠가는 바뀔 거야. 끊임없이 '언젠가'라는 말에 의지하며 도망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나에게 릴리가 깨달음을 주었다. 변화는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찾아가는 것이다. 기다림만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내가 변하고 싶다면, 내가 변할 수 있다는 걸 믿는다면, 나의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나는 나만의 유리병을 살며시 열어본다.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야 힘이 생긴다. 이제는 내가 호랑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다. 더 이상 소심한 나여서는 안 된다. 유리병 속에 갇혀있는 나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 본다.

"내 생각엔 말이야…."

수상소감

1.초등부_최우수(도교육감상)_김하은(수원_효천초)

"릴리를 만난 후 내삶이 긍정적으로 바뀐 듯"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는 그다지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책 표지의 호랑이가 계속 눈앞에 아른거렸다. 결국 나는 밤늦게 다시 서점으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결말까지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이 이렇게 소중한 순간을 선물해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책을 읽은 뒤로 내 삶은 훨씬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요즘은 새로운 일도 두려워하지 않고 곧잘 시도해본다. 점점 '조아여'라는 틀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릴리가 있었기에 내가 이 상을 받을 수 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릴리의 이야기를 알지 못했다면 나는 영원히 제자리걸음만 반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달라진 릴리의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고, 결국에는 대회에 응모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상을 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글에 날개를 달아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릴 수 있는 값진 추억이 생겨서 기쁘다.

김하은(수원 효천초등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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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은 수원 효천초등 6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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