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영남일보 책읽기상] 심사평…책의 핵심, 경험으로 풀어내는 능력 탁월

  • 이재윤,원도혁,장용택,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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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18 08:07  |  수정 2021-11-18 08:16  |  발행일 2021-11-18 제18면
전반적 수준 상향 평준화
주술 호응이 어색하거나
오탈자 포함 문장 아쉬워

독서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지만 영남일보의 책읽기 상 독서감상문 모집에는 많은 응모자들이 독후감을 보내주었다. 독서감상문 공모전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에 감사드린다.

<대학·일반부 심사평>

대학 일반부는 여러 작품 중 '숲은 고요하지 않다'라는 책을 읽고 '통해야 산다'는 주제로 독후감을 쓴 조재근(경북 경산시 대학로 16길 32)씨를 최우수로 선정했다. 조씨는 숲속 방대한 생물종이 나누는 소통방식에 대한 감탄과 놀라움을 잘 표현하고 정리해냈다. 이런 숲속 소통 방식을 소통이 중요한 현 시대 정치·경제·사회 등 다양한 조직 생활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이 갔다. 자신도 '복돌이'라는 이름의 푸들을 8년간 키운 경험이 있다고 소개하고 그 반려견과 가족 간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해 이해도를 높였다. 그러면서 자연과 인간의 소통 차이점을 지적했다. 꽃과 꿀벌의 공생관계처럼 자연의 소통은 뛰어나고 서로 도움을 주지만 정작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끼리의 소통은 때로는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우수작에는 곽종상씨와 채선희씨 작품을 선정했다. 80대 후반인 곽씨는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라는 도서를 읽고 '내 하고픈 거 언제 할까?'를 주제로 자신의 경험담과 자신의 상황에 걸맞은 글을 썼다. "내 생각대로 살아 봐야지"하는 생각은 늘 하면서도 아내의 반대, 모자라는 돈 등의 여건들이 맞지 않아 실천하지 못했다고 반성하면서 친구들과 동부인으로 2박3일 동해안 여행을 다녀 온 경험담을 사실감 있게 전했다.

역시 우수작으로 선정된 채선희씨는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읽고 감상문을 썼다. 채씨는 이 책에 대해 한마디로 "SF소설에 걸맞은 참신한 소재에 작가의 오차 없는 수학적 계산이 가미된 진짜 소설"이라는 극찬을 했다. 책의 서술방식이 아주 체계적인 데 감탄했고, 어떻게 허구의 것을 현실적으로 그렇게 잘 나타낼 수 있었는지 놀랍다고 했다. 그러면서 채씨는 책 속 내용에 나오는 인간과 다른 종족과의 따뜻한 우정에 대해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응모작품들 수준이 상향 평준화돼 서로 엇비슷했다. 하지만 주어 동사 간 주술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비문이나 오·탈자 문장도 여전했다. 중고교생도 아닌 대학 일반부 응모작에서 단어 철자가 틀리고 오탈자가 나온다는 것은 심각한 현상이다. 작품 내용이 아무리 참신해도 오탈자가 나온다면 그 작품은 수상작으로 넣기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고등부 심사평>

본선에 오른 중·고등부 응모작품 수준이 매우 뛰어나서 우열을 가르기가 힘들 정도였다. 추천 도서를 읽고 거기서 받은 감명을 자신의 경우와 대비해서 소감을 밝히는 능력이 뛰어났다.

응모작 가운데 최우수상으로 각각 박지찬(카자흐스탄 악토베 19번 학교·중 2학년 과정)군과 조영관(영천 금호중 3년)군을 뽑았다. 박군은 부모의 선택으로 카자흐스탄으로 가게 됐고, 이역만리 낯선 곳에서의 정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감상문에 절절하게 서술했다. 추천 도서 '처음이에요. 가족이지만'을 읽으면서 부모님의 고생하는 모습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면서 "부모님 몰래 슬퍼서 우는 자식들의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가족은 부족한 존재들로 이뤄진 곳으로, 가족 간 갈등도 있지만,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끝맺음했다.

조군은 '체험학습으로 만나는 제주 신화'를 읽고 독후감을 썼다. 그리스 신화에 버금가는 1만8천편의 신화 및 설화를 갖고 있는 제주의 기후 등이 신화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면서 "어릴 때부터 그리스 로마신화를 접했지만 이에 못지않은 제주 신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우리 고유의 신화를 소재로 한 웹툰 창작물이 많이 만들어지길 빈다"라고 했다. 독서 감상문을 넘어 기성세대가 새겨들을 만한 어젠다를 제시했다.

이번 심사에서 중·고생의 수준에 맞는 어휘와 문장을 구사한 응모작에 높은 점수를 줬다. 주의할 점을 하나 덧붙이자면 과도한 첨삭 등은 지양했으면 한다. 오히려 글쓰기를 멀리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초등부 심사평>

전체적으로 응모작의 수준이 높은 편이었지만 단번에 최우수작으로 꼽을 만한 작품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전체 글의 흐름이 안정적이면서 책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낸 네 편의 작품을 우선 뽑은 뒤 몇 차례 읽고 최우수작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약간 어설퍼 보일 수 있지만, 나이에 맞게 솔직하고 창의적으로 쓴 글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최우수작 2편은 모두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이라는 책에 대한 독후감이었다. 책을 읽은 뒤 자신이 경험했던 일과 비교해가며 생각을 잘 표현했다. 김민정(대구 다사초등 4년) 학생은 초등학교 1년 때 전학 온 뒤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와 '투명인간'처럼 지냈던 상황을 주인공 릴리의 행동을 통해 되돌아보며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김하은(수원 효천초등 6년) 학생은 자신이 싫어하는 모습을 가진 릴리의 행동을 보면서 자신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져나가는 글로 눈길을 끌었다.

초등부 전체의 독후감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성의있게 쓴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의 수준차가 컸다. 주어와 동사의 연결이 안 되는 비문, 어색한 어휘 사용, 책의 내용만 빽빽하게 적어놓은 글 등이 눈에 많이 띄었다. 오자와 탈자도 제법 많았다. 부모님이나 형·누나 등 가족이 도와준 글 같은 응모작들도 가끔 보여 아쉬웠다. 그래도 예년과 비교해 독후감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책 읽은 느낌을 제대로 담아 내려 한 글이 많았다.

■ 심사위원: 영남일보 이재윤·원도혁·장용택·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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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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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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