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영남일보 책읽기상] 중·고등부 최우수상(경북도교육감상) 조영관(영천 금호중 3년) '체험학습으로 만나는 제주신화'

  • 조영관 영천 금호중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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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18 08:07  |  수정 2021-11-18 08:38  |  발행일 2021-11-18 제18면
"제주 곳곳 숨은 전설, 더많은 사람이 알게되길"
제우스, 헤라클레스, 오시리스, 호루스, 오딘, 토르, 브라흐마, 시바, 요순, 여와, 치우 등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신들이 있고, 그와 관련한 재미난 이야기도 많습니다. 과연 한국에도 이런 캐릭터들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에도 자연을 바탕으로 한 신의 종류에는 마고와 미륵이 있는데, 이 신들은 서양의 창조 신화에 견줄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에게 익숙한 단군왕검, 박혁거세, 동명성왕, 유리와 온조 등 고조선과 삼국시대 건국신화는 실존 인물에 상상력을 부여했기에 아더왕 이야기 같은 경우와 비교해야겠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이야기할 내용은 제주에 대한 것입니다. '제주의 신화는 우리가 쉽게 접하는 육지 신화와는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스 로마 못지않게 많은 1만 8천여 편의 설화를 가지고 있다는 제주. 육지와 떨어져서 해마다 6월 말이 되면 태풍이 찾아오는 섬. 자연재해에 대한 걱정, 외부로부터의 침입에 대한 우려 등이 녹아들어 탐라국의 아름다운 공간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우선 전 세계 신화를 떠올리면 몇 가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습니다.

신화는 종교적 역할이 있습니다. 신화는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고 마음의 안정을 위해 생겨난 상상의 인물을 토대로 만들어낸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우울해합니다. 오늘날의 종교가 그러하듯이 과거의 신화가 지금의 종교가 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시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인간은 늘 생로병사가 걱정이었습니다. 따라서 생명을 나타내는 창조신과 소멸을 관장하는 신이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제주 역시 생명을 관장하는 신이 등장합니다. 바로 엄마 '설문대할망'과 아들 '오백장군'에 관한 설화입니다. 이 설화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부모님에 대한 자식의 애틋함이 잘 녹아 있습니다. 태초에 탐라에는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크고 힘이 센 설문대할망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누워서 자던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 앉아 방귀를 뀌었더니 천지가 창조되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는 바닷물과 흙을 삽으로 퍼서 불을 끄고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날라 제주섬을 만들고, 한라산을 만들었습니다.

500명의 아들에게 죽을 끓여주다가 죽에 빠져버렸고, 그것도 모르고 맛있게 먹던 아들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막내는 다른 형제와 살 수 없다며 떨어져 살게 되는데 그것이 서귀포가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는 서양의 천지창조보다 훨씬 인간미가 풍깁니다.

두 번째는 지역 환경의 영향을 받은 모습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그리스는 지중해의 풍요로움이 녹아들어 자유롭고 방탕한 인간 생활을 올림푸스 세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제우스와 헤라의 부부싸움을 보면 정말 인간의 모습과 유사합니다. 반면에 동양의 그것 풍요로운 농경을 바탕으로 자연에 순응하는 가운데 여유롭고 해학이 느껴집니다.

제주에는 농경, 출산, 의료 등 마을의 안전과 평온을 기원하는 '당신'이 있습니다. '당신'은 자상한 어머니신으로 농사와 가정을 돌보는 중국에서 온 이주 여성 백주또와 남편 소천국이 있습니다. 이런 신들은 마치 올림푸스처럼 할로영산에 모여서 회의를 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체험학습으로 만나는 제주신화' 라는 책을 읽고 나니 책의 제목을 보고 판단했을 때와 달랐습니다. 읽기 전에는 '신화는 그저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신화에는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염원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제공해 오늘날 우리를 돌아보게 합니다.

예컨대 올림푸스와 닮은 할로영산은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올림푸스, 멋지지 않습니까? TV 속에서 번개를 쏘며 전차를 타고 하늘을 누비는 신들이 아니라, 제주도의 각양각색의 섬이 모인 곳에서 마을신이 걸어 다니면서 인간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모습이 우리에게 어색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린이들은 만화를 통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많이 접합니다. 이제는 만화에서 동양신화, 특히 우리 고유의 신화가 소재가 되어 웹툰의 창작물로 재창조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신화의 이야기를 많이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도 좋지만, 이 책을 읽고 제주신화의 이야기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전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는 제주도에 대하여 잘 모르고 많은 곳을 돌아다녔지만, 이 책을 통하여 제주도의 각 장소마다 신화와 전설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1시간만 달리면 무수히 많은 구름 속에 등장하는 섬! 설문대할망이 만들어준 아름다운 공간! 코로나가 끝나면 신화가 살아 숨 쉬는 탐라국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2.중고등부_최우수(도교육감상)-조영관_사진
수상소감  "코로나 끝나면 신화가 살아 숨 쉬는 탐라국으로 여행 떠나고 싶다"
작년부터 학교에서 '금호, 릴레이 독서'라는 이름으로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책 읽기 동아리 담당 선생님께서 올해는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말고 다양한 독후활동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지만,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를 하고 '독후 인터뷰', '독서신문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학기 초부터 계속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영남일보 책읽기상 독서감상문'을 공모한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친구들과 추천도서를 선정한 후 책을 읽었습니다. 막상 내 글을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것이 부끄럽고 독서감상문 작성에 어려움을 느꼈지만, 용기를 가지고 공모전에 참여하였습니다.

여러 권의 추천 도서 중 '체험으로 만나는 제주신화'라는 책을 선택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자유로운 여행이 어려운 시기에 '제주'라는 단어가 주는 끌림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을 통하여 여행지로서의 제주와 신화적 장소로서의 제주가 결합되어 그리스·로마 신화만 알고 있던 저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이번 독후감 공모전에서 수상에 대한 욕심보다는 이전에 알지 못했던 사실에 대하여 이해하고, 더 나아가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이 제주 신화를 좀 더 알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최우수상이라는 과분한 상을 받아서 기분은 좋지만, 한편으로 이번 기회를 통하여 독서에 대한 열정, 그리고 나의 생각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행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신화가 살아 숨 쉬는 탐라국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라는 독후감 마지막 문장처럼 얼른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제주의 신화를 몸소 느끼는 시간이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조영관(영천 금호중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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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관 영천 금호중 3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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