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굿 바이' 베이비부머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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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4   |  발행일 2021-11-24 제26면   |  수정 2021-11-24 07:20
대구시 국장급 6명 공로연수

예년보다 두 배나 공직 떠나

'베이비붐 세대' 막 내려

대한민국 산업화 역군으로

살았는데 '노후빈곤' 우려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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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식 체육부장

내년 1월1일부터 대구시청 국장급(3급) 간부 공무원 6명이 무더기로 공로연수에 들어간다. 정년을 1년 앞두고 연수를 받는 것인데, 공직사회에선 은퇴를 의미한다. 3급 공무원 6명이 한꺼번에 물러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작년엔 3명이 짐을 쌌고, 내년에도 3명이 연수에 들어가는 걸 감안하면 예년보다 두 배 많은 고위직이 공직을 떠나는 셈이다. 이들은 모두 1962년생으로 대구시청에선 사실상 '베이비붐 세대'의 막을 내리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공직사회가 이럴진대 일반 사기업에선 베이비부머의 퇴출은 이미 낯설지 않은 풍경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부머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혼돈의 시대를 맞으면서 오뚝이처럼 넘어졌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삶을 살았다. 이들은 '독재'의 '질곡' 속에서도 분연히 일어나 민주화를 쟁취했고, 이는 곧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하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1980년대 청년 베이비부머는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6·29선언'을 이끌어 냈고, 처음으로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았다. 이듬해엔 '88서울올림픽'과 함께 찾아온 '3저 현상'(저금리·저환율·저유가)으로 발동 걸린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역군으로 잘나갔다.

그러나 1997년 외신들로부터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비아냥을 들으며 맞은 IMF 외환위기 사태로 큰 충격에 빠진다. 한창 일 할 나이에 직장을 잃는가 하면 폐업이나 부도로 졸지에 길거리에 나앉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IMF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검은 터널과도 같았다. 이 시절 경제 몰락도 몰락이지만 언제 헤어날 수 있을지 미래를 알 수 없이 시간만 보내는 초조함에 가슴 졸여야 했고, 이는 희망을 꺾는 절망감으로 베이비부머의 폐부를 짓눌렀다.

하지만 베이비부머는 인내하며 참아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이를 악물며 악착같이 버틴 끝에 1999년 IMF를 조기 졸업하며 일단 급한 불은 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의 해결책으로 근본적인 구조개혁보단 저금리 기조에 따른 과잉유동성 공급이 만든 버블 경제는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단초로 터지고 말았다.

당시 40대 중반을 넘어 50대 초반에 들어선 베이비부머는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경제 위기에 망연자실했다. IMF 땐 그래도 젊어 다시 시작할 수 있었지만, 불혹(40세)을 훌쩍 넘긴 나이엔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래도 어떡하나. 도리 없다. 얘들 공부는 시켜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매고 직장으로 사업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또 10년을 곁눈질하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왔는데, 어느새 정년을 맞게 된 것이다. 인생이 허무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건강하고, 경험 많고, 맑은 정신의 지력을 갖고 있는데 은퇴라니…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도 수두룩할 것이다. 여기다 이미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부머의 절반이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슬픈 소식도 들린다. 이들의 '노후빈곤'이 우려된다. 현실화된 고령층 베이비부머의 대거 은퇴에 대응하기 위해 고령층 고용 활성화를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작별을 고한다. '굿 바이(Good bye) 베이비부머'
진식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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