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보는 대구문화 아카이브 (23) 김진균] "한국어 가사에 선율만 붙인다고 한국가곡이 되는가" 민요선율 융합 시도한 예술가곡 작곡가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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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9   |  발행일 2021-11-29 제20면   |  수정 2021-12-06 15:15
1964년 오스트리아 빈대학서 韓민요 연구로 박사학위…귀국 후 대구작곡 활동 새바람 일으키려 노력
언어·시적 특성과 민요의 선율 융합, 한국가곡이 걸어가야 할 길 제시…경상도 민요와 깊은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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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균(1925~1986)은 예술가곡 작곡가로서 그 존재감이 높다. 한국민요에 기반을 둔 한국적인 예술가곡을 주창하며 한국가곡의 정형을 모색했다. 음악학을 연구한 음악학자로도 유명한 그는 1959년 오스트리아 빈대학교로 유학을 떠나 작곡을 공부하고 서양음악사와 비교음악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1964년 논문 '한국 민요의 비교 음악학적 고찰'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계명대와 경북대에서 후진을 양성하면서 수십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번역서를 발간했다. 그의 일관된 관심은 '한국민요와 전통 음악'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김진균은 언어적·시적 특성과 아름다움을 부각한 가곡을 쓰고자 했다. 자신의 가곡을 서구적 한국가곡과 한국적 한국가곡으로 분류했다. 1986년 김진균 가곡 85곡을 담은 가곡집 '산 넘어 저 하늘이'가 유작으로 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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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있는 김진균.

◆김진균의 삶과 생애

김진균은 1925년 11월 대구시 중구 계산동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때부터 천주교 신자인 집안에 태어나 어릴 때부터 계산성당에 다니며 서양음악을 접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 바이올린을 배우고, 중학교에 다닐 때는 피아노를 배웠다. 이후 대구사범학교 시절에는 시와 문학에도 관심이 많아 후일 예술가곡 작곡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는 독학으로 작곡을 공부해 대구사범학교 문학부 영문과에 입학하기 전부터 작곡을 했다. 1946년에 작곡한 가곡 '노래의 날개'와 '금잔디' 등이다. 1947년에는 한국적인 요소를 첨가한 '그리움'을 작곡했다. 1947년 현재의 경북대인 대구사범학교 문학부 영문과에 입학했다. 1951년 졸업할 때까지 음악 전반에 흥미를 느끼고 시와 문학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 1951년 11월 대구 미국공보원에서 제1회 작곡발표회를 가졌다. 신석정의 시에 곡을 붙인 '산수도' 등 10곡을 발표했다. 그는 평소 자유분방한 예술형식을 선호했고, 작품은 매우 서정적이었다. 형식을 무시한 곡으로 인해 노래를 불러야 하는 성악가들이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서양음악사와 비교음악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적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1964년 '한국 민요의 비교음악학적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한국의 민족음악 창조를 위한 원리를 제시하는 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1964년에 귀국한 그는 1965년부터 1981년까지 계명대 음악과 교수로 재직했다. 1968년에는 계명대 대강당에서 제2회 작곡 발표회를 가졌다. 1970년 5월에는 '김진균 가곡집'을 출간하고 1972년에는 제3회 작곡발표회를 열었다. 1974년부터 1977년까지 한국음악협회 경북지부장을 맡은 김진균은 작곡 부문의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서며 '한국음악의 밤'을 만드는 등 침체한 대구 작곡 활동에 새바람을 일으키고자 했다. 당시 한서 모저의 '음악 미학'을 번역해 출간했는데, 이러한 이론적 연구는 계속돼 후고 라이히켄리트의 '음악의 역사와 이상' 번역·발간으로 이어졌다.

1981년부터 86년까지는 예술대학이 신설된 경북대에서 음악과 교수 겸 예술대학장으로 재직했다. 경북대로 옮긴 그는 음악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그 결과를 1984년에 단행본 '서양음악사'와 '음악과 전통'으로 출간했다. '음악과 전통'은 그가 발표했던 논문 8편을 묶은 것인데, 민족음악학 및 민요 연구 관련 논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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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작곡한 '노래의 날개' 육필 원고.

◆김진균의 작품세계

김진균 가곡 85곡을 담은 가곡집 '산 넘어 저 하늘이' 서문에 따르면, 그는 확고한 이론의 토대 위에서 창작 작업을 한 작곡가였고, 예술가곡의 창작이라는 외길을 걸으면서 행복을 느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예술가곡 창작에 각별한 열정과 사랑을 쏟으며 세계성을 획득하려는 꿈을 꾸었던 작곡가였다.

그는 한국 가사에 선율을 붙인 것이면 곧 한국 가곡이라고 받아들여지는 풍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서양의 예술가곡이 걸어온 길을 살피면서 예술가곡이란 것이 자국어 가사의 언어적·시적 특성과 민요선율의 음악적 특성을 융합시킨 예술의 한 장르임을 규명하고, 거기에서 한국 가곡이 걸어가야 할 당위성을 이끌어내고 있다.

한국과 서구는 민족적 특성과 언어구조의 이질성이 매우 크다. 이러한 극단적 이질문화 안에서 생산되는 한국의 가곡이 서양형식에 머문다는 것은 마치 암기와 모방을 하는 청소년의 학습 태도에 비유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오늘날 우리가 서양음악사의 발전 성과를 비판적으로 수용해가면서 민족적 전통의 지반 위에서 음악창작을 해야 한다는 상식적 논리를 인정한다면 한국의 창작가곡은 한국의 언어적·시적 특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각 위에서 이뤄진 가곡만이 진정한 한국의 예술이 될 것이며, 앞날의 세계음악사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의 연구에 따르면 김진균의 한국적 예술가곡의 바탕을 이루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절 형식보다 통절 형식을 많이 썼으며, 대부분 갖춘 마디로 시작하고 있다. 서양과 우리나라의 언어 차이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시작하는 음은 주로 '미'인 곡이 많다. 이는 우리 민요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자는 3박자 계통이 주류를 이룬다. 이는 우리나라 음악의 특징으로 꼽기 때문이다. △한국 민요의 음계를 해석하는 방법에 있어서 장조적·단조적 5음 음계라는 용어 사용은 한국 민요의 솔선법 평조 및 라선법 계면조와 상통하는 것이다. △리듬 현상은 한국 전통음악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리듬이다. △화음은 5음 음계를 바탕으로 한 합성음적 부가화성이 대부분이다. △종지법은 서구적 한국가곡과 서양가곡은 장2도 하행종지 형태에 편중되고, 나머지는 다양한 종지형태를 갖고 있다. 따라서 한국적 가곡의 종지형태가 시작음이 '미'가 많은 것은 한국 민요에서 '미'로 시작하는 곡이 많은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종지는 가락 형태의 음악인 한국 민요에서 가락의 진행에 따라 종지를 이룬 것과 같은 경우다.

김진균의 한국적이란 개념은 한국민요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한국민요 중에서도 경상도 민요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는 "예술가곡은 그 나라의 언어적 특성과 언어의 아름다움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언어가 노래로 자연스럽게 발현된 것이 민요라면, 예술가곡은 민요적 특성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그러한 성악 예술만이 진정한 예술가곡"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김진균과 관련한 자료를 그의 딸인 김은숙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대구시에 기증함으로써 대구 음악의 역사를 연구하고 재조명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35년 동안 보관해오다 기증한 자료는 김진균의 작곡 노트와 작곡집, 육필 악보, 연주회 자료, 논문, 번역서, 오스트리아 빈대학 박사과정 졸업장 등 140여 점이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공동기획 대구광역시

▨참고자료:'김진균, 음악학을 통한 예술가곡 작곡가'('대문' 19호, 손태룡) ▨사진제공: 대구시 문화예술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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