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스위치] '국민훈장 모란장' 엄우종 ADB 사무총장 "한국청년들이 국제기구 취업에 적극 도전했으면"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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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08   |  발행일 2021-12-08 제13면   |  수정 2021-12-08 09:52

엄우종
엄우종 아시아개발은행 사무총장은 "한국은 국내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세계적인 나라"라며 "우리 젊은이들이 선배들이 이룬 업적을 이어받아 개발 분야를 비롯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차세대 방탄소년단·손흥민'이 되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지원한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엄우종 사무총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1 개발협력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정부 포상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 


엄 총장이 속한 ADB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개발도상국가들의 빈곤 퇴치와 경제협력 촉진을 목적으로 유엔이 주도해 1966년 설립한 다자간 국제금융기구다. 

엄 총장은 지난 2월 말 한국인으로서는 15년 만에 ADB 최고위급인 사무총장에 선임됐다. 그는 공직을 끝내고 필리핀에서 사업을 펼치기 시작한 아버지를 따라 11세 때(1975년) 이민 갔으나 지금까지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엄 총장이 국제금융기구의 최고위직에 진출하자 글로벌 리더로서의 한국의 위상이 강화되고 소프트 파워 강국으로 도약할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훈장 수여와 TV조선의 글로벌리더스 포럼 참석차 방한한 엄 사무총장을 지난달 25일 인터뷰하고, e메일을 통해 보충했다. 엄 총장은 "한국을 잘 이해하는 사무총장으로서 ADB와 같은 국제기구에 한국인 전문가들이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다"며 "한국 청년들이 자신감을 갖고 국제기구 취업에 적극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의 세계적 위상 크게 올라서
ADB 사무총장 선임 결정적 요인
韓·개도국 가교역할 충실히 할 것

한국인 매사 근면하고 포기 안해
전란 딛고 OECD 국가로 급성장
자신감 갖고 국제기구에 도전하길

▶훈장을 받은 소감이 남다르겠다.

"어머니가 졸업한 이화여대가 세계에서 제일 좋은 학교라는 생각이 박혀 있다. 내 어머니 나라로부터 명예훈장을 받는 것은 꿈 같은 일이다. 46년 전 한국을 떠난 이후 항상 고향으로 돌아가 건설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이 메달로 인해 한국 정부로부터 세계 무대에서 진정한 한국인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건 꿈이 실현된 것이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매우 기뻐하실 것 같다."

▶고국으로 돌아와 일하고 싶었다고.

"이제 구순을 넘기신 아버지(엄익호)께서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공군 중령으로 예편한 뒤 상공부에서 근무하면서 대한민국 발전에 이바지했다. 공직을 떠난 뒤 기아자동차 등 민간 영역에서 일하다가 필리핀에서 사업을 일구셨다. 아버지가 고국 발전을 위해 일하신 것을 들으면 가슴 뭉클할 때가 많았다. 저도 모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ADB 사무총장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20년 넘게 ADB에서 우직하게 전문성을 쌓아온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다. 특히 (모국인) 한국이란 나라의 위상이 크게 오른 것이 사무총장이란 중책에 선임된 결정적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ADB는 어떤 일을 하나.

"68개국 회원국의 투자금과 금융시장에 투자해 얻은 자금을 아시아태평양지역 개발도상국들에게 빌려주는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의 지속 가능한 발전, 다시 말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환경적으로 도움이 되고, 사회적으로도 도움을 주는 프로젝트 투자에 중점을 두고 있다. ADB 성공투자의 가장 좋은 예가 한국·홍콩·대만·싱가포르의 발전이다. 늦게 합류한 중국도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한국과 ADB의 관계는 긴밀해 보인다.

"한국은 1960년대와 70년대에 ADB의 가장 큰 차용 국가였다. ADB가 한국에 대출한 첫 번째가 60년대 후반 경인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것이었다. 가장 큰 금융지원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IMF 구제금융 570억달러 중 ADB가 분담한 40억달러가 그것이다. 이후 한국은 ADB의 지원금을 빠른 기간에 상환했고, 현재는 가장 영향력 있는 지역 출자국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는 아태지역 개발도상국들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ADB 요청으로 20만달러 규모의 긴급 지원금을 제공했다. K방역 경험과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디지털·그린 뉴딜 등 정부 정책을 적극 공유하는 등 코로나19 대응 분야에서 ADB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ADB에 종사하는 직원 수는 5천여 명 정도이고, 그중 한국계 직원은 100여 명 정도나 된다."

▶임기 중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빈곤을 장기적으로 근절하기 위해 ADB와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개발도상국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도록 도와야 한다. 특히 한국을 잘 이해하는 사무총장으로서 한국과 개발도상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 한국의 경제성장에서 얻은 교훈과 경험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다른 개발도상국들에게 잘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은 대중교통 인프라도 취약한 나라가 많다. 한국의 우수한 대중교통 인프라 노하우를 개발도상국에 전수하면 자동차 매연 감소 등 탄소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ADB와 같은 국제기구에 한국인 전문가들이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도 하고 싶다."

▶북한에도 투자하고 있나.

"북한은 회원국이 아니다. 비회원국에는 투자를 못한다."

▶한국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은 국내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세계적인 나라다. 정말 특별한 나라다. 우리는 전쟁 피란국에서 OECD국가로 한 세대 만에 간 유일한 나라다. 이것은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다. 한국인들이 매우 근면하고 매사에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일한 덕분에 생긴 일이다. 우리 젊은 세대들은 이것을 기억하고 선배들이 한 일을 계속해서 이어받아서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오도록 해야 한다. 개발 분야를 비롯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차세대 방탄소년단·손흥민이 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면 좋겠다. 한국 청년들이 자신감을 갖고 국제기구 취업에도 적극 도전하길 바란다."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려는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하면.

"우선은 본인에게 맡겨진 일을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도록 완벽하게 완성해 낼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둘째로 큰일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다. 동료가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 동료들이 열심히 해줘야 일의 성과를 낼 수 있다. 팀워크의 중요성과 동료의 성장이 나의 성장임을 자각하고 협조해야 한다. 셋째로 상대의 말을 집중해 귀담아들을 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의 의견이나 말을 정확히 듣고 파악해야 본인의 생각이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공감능력, 언어 소통능력, 네트워크를 갖춘 사회적 자산을 스스로 키워가길 바란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엄우종= △1964년 서울 출생 △1975년 필리핀 이민 △마닐라국제학교 졸업 △미국 보스턴 칼리지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뉴욕대 경영학 석사(MBA)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에서 근무하다 1993년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입사, 지속가능개발 기후변화국장·행정국장 △아시아개발은행 사무총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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