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균형과 조화가 경쟁력이다

  •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상생협력포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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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29   |  발행일 2021-12-29 제26면   |  수정 2021-12-29 07:14
우리 기업과 문화산업 선전
글로벌 경쟁력 갖추고 진화
권력다툼 고질병 도진 정치권
미래로 향하는 길 큰 걸림돌
정치도 균형과 조화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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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상생협력포럼 위원장)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코로나 사태, 정치적 혼란, 부동산 가격 급등 등 많은 것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였다. 하지만 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역대 최고의 수출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는 것이나 우리의 영화와 드라마, 팝 뮤직 등이 글로벌 무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우리의 아픈 마음을 추슬러 주었다. 한 해를 보내면서 무엇이 우리의 경쟁력인지, 그리고 무엇이 우리의 미래를 막고 있는지를 돌아보고자 한다.

한국기업의 경쟁력은 한국의 좁은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하면서 갈고닦은 글로벌 경영능력에서 나왔다. 글로벌 경영은 보편적인 개념과 기준으로 전 세계와 소통하고, 각 지역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우리의 특유성을 경영에 반영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글로벌 경영은 보편성과 특유성의 균형과 조화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드라마나 음악 등 문화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된 것도 전 세계인들이 수용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갖추고 그 위에 우리만의 독특성으로 차별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을 하면서 획일적 경영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중시하게 되었고, 기술과 인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디자인이나 브랜드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유형자산보다는 무형자산이 경쟁력의 원천임을 잘 파악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단계를 벗어나서 기업의 이미지와 문화를 파는 단계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우리 기업과 산업의 성공은 인적 자원의 경쟁력이 있어서 가능했다. 우리의 인재들은 교육을 통해 동양적 종합적 사고방식과 함께 서양적 분석적 사고방식을 갖추었으며, 외국어 교육을 통해 다른 문화에 대한 수용성을 높였다. 또한 과학과 기술 등 전문적 지식과 인문학적 소통능력을 겸비한 양손잡이 인력들이 큰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기업인들의 도전정신이 오늘이 있도록 해주었다.

우리 기업들이 속한 산업생태계는 경쟁과 협력의 균형을 이루며 정보, 생명, 환경 등 신산업에서의 급속한 기술발전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며 진화하고 있다. 또한 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발맞추어 주주 중심의 경영에서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으로, 그리고 환경보호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창업생태계도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서 많은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용기를 내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있다.

생태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문제가 된다. 이러한 문제가 일시적인지 고질적인지는 생태계의 회복력에 달려 있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외부적 충격이 기존 생태계의 안정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으로 충격을 최소화해준다면 생태계가 진화하면서 극복해나갈 것이다. 또한 부동산 가격 급등의 문제도 정책이 문제를 악화시키지만 않는다면 결국에는 시장이 해결해줄 것이다. 노사관계의 갈등도 주위에서 편들기만 하지 않는다면 당사자들이 협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곳은 정치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우리의 정치권은 미래를 위한 비전이나 정책보다는 편가르기와 흠집 찾기에 빠져 있어서 미래로 가는 길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신체가 건강을 유지하고, 예술 작품이 아름다운 것처럼 정치도 균형을 찾아야 한다. 정치는 지역 간 세대간 계층간 균형은 물론이고 자유와 평등, 변화와 안정,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만들어가야 한다. 국민은 균형과 조화로 미래를 이끌어갈 지도자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상생협력포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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