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곳 취재하겠다" 뇌병변 장애인 이준희씨, 영남일보 시민기자 위촉

  • 서민지,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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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28 19:47  |  수정 2021-12-29 08:03  |  발행일 20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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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수 영남일보 사장(오른쪽)이 28일 오후 본사 접견실에서 중증장애인 이준희씨에게 시민기자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남들이 그냥 스쳐 가고 지나치는 곳을 한 번 살펴보는 시민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영남일보의 새로운 시민기자가 된 이준희(35)씨의 당찬 포부이다.

  

영남일보는 28일 본사 7층에서 이준희씨에 대한 시민기자 위촉식을 가졌다. 이씨는 태어나면서부터 뇌 병변 1급과 언어장애가 있었지만, 당당하고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는 사회의 일원이다. 시민기자로서의 위촉도 이씨의 재능을 알아본 주변 사람의 추천으로 이뤄졌다.


이씨는 다양한 재주와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 우선 100여 편의 시(詩)를 쓴 미등단 시인이다. 어머니 이명숙(60)씨는 아들의 고등학교 졸업 후 소일거리를 만들어준다는 생각으로 시 문학을 접하게 했다.


"매일 지나치는 금호강 / 생각은 물, 말은 물 아래 / 모래알? 조약돌? 꿈쩍 않는 돌? / 그대들을 위하고 날 위한 내 말은 무엇인가" 지난 9월 그가 화원유원지에서 쓴 '취재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시다.


이씨는 "곧 어머니 환갑이라 그간 쓴 시들을 엮어 출판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여행은 이씨의 취미다. "저는 갈수록 바다나 강이 좋더라고요.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제 맘도 비우고 정화해요." 여행은 그가 글을 쓰는 데 많은 영감이 되고 있다.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을 자신이 쓴 시의 배경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사진을 통해 영상 제작도 공부하고 있다.


독서를 하면서 사회, 정치 분야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이씨는 최근 '사회적 약자'라는 단어를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작성한 '사회적 약자'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신문과 뉴스 를 보다 보면 많이 들어서 그냥 흘려보낸 말 '사회적 약자'. 사회적 약자라는 것은 대체 뭘까. 어쩌면 또 하나의 낙인을 찍는 것은 아닐까. 정작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에게 일종의 폭력을 가하는 것은 아닐까. 뭉뚱그려 말하지 말고 뭉뚱그려 보지 말자. 세상 어느 곳에도 사회적 약자는 없다. 우리 사는 모습은 광활한 에메랄드 설원을 저마다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라고 예리하게 꼬집었다.


사회 현상에 주목하면서 기자 활동에 관심을 가졌다. "저도 신기합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한 언론사에서 시민기자 교육한다면서 내건 현수막을 봤는데 그때는 제 장애가 신경 쓰여서 못 했어요. 영남일보 시민기자가 된 것은 어떻게 보면 할머니가 도와주신 것 같아요."라고 했다.


어머니 이명숙씨는 "지난 1년여 아들이 무기력해 했다. 영남일보 시민기자 활동 기회로 생기를 찾았고, 열정이 되살아난 것 같다. 힘을 낼 수 있어 감사하다"라고 했다.


이씨의 목표는 영남일보 시민기자로서 활동하면서 취재한 것들을 모아 취재 일기 형식으로 책을 내는 것이다. 이씨는 "소외된 곳을 많이 취재하고 공부하고 싶다. 기회를 주심에 감사하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좋은 내용으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이날 위촉식에서 노병수 영남일보 사장은 "이준희 시민기자 위촉식을 가져 매우 기쁘다. 아들 뒷바라지해 주신 어머니께도 감사드린다"며 "재주가 많아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서홍명 시민기자 회장은 "시민기자 위촉에 이준희씨가 기뻐했다는 얘기를 듣고 덩달아 기뻤다"며 "이씨 앞날에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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