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대 우주 강국' 뒤 가려진 낯 뜨거운 연구원 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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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7   |  발행일 2022-06-27 제27면   |  수정 2022-06-27 06:51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를 '7대 우주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열악한 처우가 드러났다. 항우연의 한 연구원이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 "시간 외 근무 수당 미지급과 허울 좋은 주 52시간제, 연가 보상을 안 해주기 위한 꼼수 규정이 있다"고 적었다. 심지어 한 끼 식대가 고작 6천~7천원이고, KTX도 타지 못하는 교통비도 덧붙였다.

누리호 발사 성공 뒤에 피땀 어린 과학자들의 노력을 미뤄 짐작했지만 근무 여건이 이처럼 열악한 것은 예상외다. 상당 부분 신빙성이 있을 터이다. 이런 상태라면 다음 단계인 달을 향해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30년간 과학자들의 영혼을 갈아서 얻은 결과물이란 말인가. 동맹국인 미국은 물론, 프랑스와 일본도 외면했다. 구소련에 구걸하다시피 해서 획득한 기술을 토대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성과를 거뒀다.

윤석열 대통령은 누리호 발사 당시 현장에 가지 않았다.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윤 대통령은 최근 만성적인 반도체 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얼마 전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강조했다.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하려면 '기술이 알파요 오메가'라는 의미다.

앞으로 항우연 등 국가 전문연구기관은 물론, 반도체와 배터리 등 초격차 기술을 보유한 대기업 사정도 점검하길 바란다. 법률가나 여의도 정치인들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 우리가 살길은 기술 개발밖에 없다. 과학자를 비롯한 이공계 출신을 우대하고 존경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국가 지도자는 이제 과학기술에서 영감을 얻어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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