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피플] '남인도 기행' 펴낸 최영일 여행가 "레바논 민병대 향해 카메라 플래시 터뜨렸다가 총 맞을 뻔...그래도 여행은 늘 설레"

  • 김수영,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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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05 07:43  |  수정 2022-01-05 16:03  |  발행일 2022-01-05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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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도의 속살을 보여주는 여행서 '남인도 기행- 드라비다인과 시바(Siva)의 세상'을 펴낸 여행가 최영일씨는 "자연의 경이로움, 인간이 남긴 흔적인 유적과 혼연일체 되는 기분은 늘 가슴을 설레게 한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끝나 모든 사람이 마음껏 여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여행길이 꽉 막혔다. 여행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고갈된 에너지를 재충전하던 이들은 2년 가까이 발이 묶이자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여행이 그리운 이들에게 반가운 책이 나왔다. 여행가 최영일(79·전 영남일보 편집부국장)씨가 쓴 '남인도 기행- 드라비다인과 시바(Siva)의 세상'이다. 남인도는 인도 대부분 지역과는 차별화된 색다른 문화가 있고 원주민의 삶이 진하게 녹아 있다. 전 세계를 두루 돌아다닌 여행 마니아들이 가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지역이다. 책은 오랜 역사와 위대한 문화를 가진 인도의 모습을 여행서 특유의 감미로운 필치가 아닌 르포기사 형식으로 보여준다. 영남일보에서 20여 년간 기자 활동을 했던 내공이 군더더기 없는 담박한 필치에서 느껴진다.

인도 7차례 찾아 구석구석 돌아봐
생생히 묘사하려 르포기사 차용도
기자생활 필치 자연스레 녹아들어

힘들고 아팠던 일 여행이 묻어줘
자연·유적과 일체감 언제나 설레

평균고도 해발 4500m '세계 지붕'
티베트 아리지구 꼭 가고 싶은 곳


▶20년 정도 해외여행을 다녔다. 인제야 여행서를 낸 이유는.

"한국 문화유적에 관심이 많아 2004년 '문화유산 속의 큰 인물들'을 펴내고는 다시 책을 내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날 문득 내 나이를 실감했다. 그렇게 많은 여행을 하고도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는 게 좀 아쉬웠다."

▶인도 여행을 많이 다닌 것으로 안다.

"일곱 번이나 된다. 첫 여행은 2005년 북인도 트라이앵글(델리-아그라-자이푸르)과 갠지스였다. 이어 석가모니 탄생지 룸비니, 동인도, 북인도, 서인도 등을 두루 돌아다녔다. 여러 차례의 여행을 통해 나름대로 인도 구석구석을 살폈다.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을 시작해 초창기에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을 돌아다녔다. 이후 유럽과 북아메리카에 집중했다. 2010년대 들어서부터 실크로드와 히말라야산맥 언저리를 돌았다. 많은 나라를 가보면 다시 찾고 싶은 곳이 있는데 인도와 이집트, 티베트다."

▶왜 남인도인가.

"북·동·서 인도 지방은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시크교 등과 토속신앙이 합쳐진 종교를 가졌다. 히말라야산맥 등줄기를 타고 동서로 가르면 티베트, 부탄, 시킴, 라다크 등지의 중국령과 인도령이 있는데 모두 라마 불교를 신봉했다. 남인도만이 힌두교 시바 신의 세상이다. 인도 원주민 드라비다족이 사는 지방이기도 하다."

▶르포기사 형식의 글이 눈길을 끈다.

"책에 30여 편의 기행문을 담았다. 초창기에는 여느 여행기처럼 기술했다. 그렇다 보니 발로 밟고 눈으로 보고 겪은 느낌을 제대로 묘사할 수 없어 르포기사 형식으로 바꿨다. 기자로 활동하면서 체득한 필치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오히려 더 내 글답게 느껴진다."

▶기자로 활동하면서 어려움도 많이 겪은 것으로 안다.

"1980년 언론 통폐합 조치가 내려질 당시 정치 가십난에 대구에 내려온 김대중씨를 '재야인사'라 쓰지 않고 '김대중'이라고 이름을 밝힌 것이 문제가 됐다. 그 당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재야인사로만 썼는데 영남일보에서 기사는 물론 제목에까지 김대중이라고 밝혀 전국에서 주목받았다. 이로 인해 통폐합 때 특정 정치인과 유착했다는 이유로 해직당하고 취업금지 조치까지 받았다. 영남일보가 복간할 때까지 8년 동안 취업도 하지 못하고 서문시장 등에서 일했다. 영남일보 복간 멤버로 다시 일하게 됐을 때의 기쁨이 아직도 생생하다."

▶100여 회의 해외여행을 다녔다. 이미 여행전문가들에게는 '와암(臥岩)'이란 필명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2000년대 중반 여행 다녀와 쓴 글들을 'blog.chosun.com'에 수십 편 올리면서 파워블로거로 이름이 좀 알려졌다. 하지만 2017년 블로그가 폐쇄되면서 글들이 자취를 감췄다."

▶여행의 매력은.

"내 블로그 대문에 '떠돌아다니고픈 마음 가득하답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영원히…'라고 적었다. 역마살을 타고난 것이 아닐까? 여행을 떠나면 잡념이 사라진다. 아무리 힘들고 아팠던 일도 여행이 모두 묻어버린다. 누군가는 '하늘에서 떠도는 사람'이라고도 하더라. 자연과 유적을 돌아보며 자연의 위대함에 놀라고 인간이 남긴 흔적과 혼연일체 되는 기분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중동지방 여행 때다. 여행 이틀째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했다. 당시 레바논은 제4차 중동전에 휩싸여 이슬람과 기독교도들 사이에 충돌이 심했고, 각파 민병대와 정부군이 엉켜 내전 상태였다. '호텔 바깥출입을 삼가라'라는 가이드 요청이 있었는데도 저녁에 카메라를 가지고 산책하러 나갔다. 호텔 주변에는 민병대들이 기관포·로켓포를 설치하는 등 전투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들을 대상으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자 바로 총구가 목덜미와 등판에 닿았다. 아차 싶었으나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총구를 그대로 겨눈 채 내가 묵던 호텔로 끌고 갔다. 호텔 지배인이 뛰쳐나와 그들과 한참 실랑이를 벌인 후에야 내 카메라 칩을 빼내곤 총구를 거뒀다. 이외에 '비 오면 곧 죽음'이라는 몽골 고비사막에서 비를 만나 구사일생으로 목적지에 도착했던 일, 여권·카메라·돈 등이 들어있던 가방을 도난당해 혼비백산했던 일 등 에피소드가 많다. 여행을 많이 할수록 에피소드는 늘게 마련이다. 특히 전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여행자에게 위험은 곳곳에 도사린다."

▶앞으로 꼭 가고 싶은 곳은.

"아직도 가보지 못한 티베트 아리(阿里) 지구에 가고 싶다. 티베트의 행정구역은 1시(수도 라싸)와 6지구(나취, 창두, 산난, 린즈, 르카쩌, 아리)로 나뉜다. 아리 지구는 티베트 서쪽 부분에 있는 가장 넓은 지구다. 히말라야, 곤륜, 카라코람, 강디쓰산맥 등이 둘러싼 '세계의 지붕'이다. 평균 고도는 해발 4천500m이고 인도·네팔과 국경지대에 있다. 자달현(禮達縣)에는 9세기 티베트를 지배했던 구게왕국(古格王國)의 유적지가 남아있다. 라마교와 힌두교, 자이나교, 그리고 티베트 토착 종교인 본교가 신성시하는 '세상의 중심' 수미산(카일라스산), 인도령 라다크 지방(25%)과 중국령 아리 지구(75%)에 속한 판공호수, 히말라야 제2봉 K2 봉 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길'인 신장공로도 걷고 싶다. 황양(黃羊)과 야크, 야생마가 마른 풀 찾아 헤매는 진경도 보고 싶다."

▶코로나19 때문에 국내 여행을 많이 떠나지만,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다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다. 추천할 만한 국내와 해외 여행지는.

"국내 여행지는 전남 신안군 천사섬의 풍광이 좋다. 안좌도, 팔금도, 암태도, 자은도를 두루 거치는 여행길을 강추한다. 해외 여행지는 인도 잠무카슈미르주 동부지역의 라다크 지방을 추천하고 싶다. 일상에 쫓기는 이들에게 힐링과 도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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