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복·이춘호 '한식 삼천리'] 국민 간식 "만두 예찬" (2)...대구 납작만두 3인방 버전→서문시장 삼각만두→송현동 잎새만두 진화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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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21   |  발행일 2022-01-21 제34면   |  수정 2022-01-24 16:07

이북 지방과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역에서 많이 먹었던 만두는 지역에 따라 소와 모양이 다양하다. 평양만두가 가장 크고 개성만두가 그다음, 서울만두가 가장 작다. 서울 사람들은 원래 밀가루로 만두피를 빚는 것이 아니라 메밀가루로 만두피를 한 메밀만두를 만들어 먹었다. 메밀 만두피는 밀가루 만두피와 달리 점성이 약해 조심해 다뤄야 할 정도로 솜씨가 능숙하지 않으면 만두피가 터지기 일쑤였다. 만둣국을 먹는데도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떠먹지 않으면 만두피가 터져 소가 밖으로 나와 국물에 퍼졌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는 서울 양반네들은 만두 먹는 것을 보고 그 사람의 교양 정도를 알아봤다고 한다.

규아상~동아만두
여름철 궁중 수라상 오르는 '미만두'
허균 팔도탐식기행 소개 '동아만두'
대파 쪼개 소 넣는 전라도 '파만두'

한편 궁중에서 여름에 즐겨 먹는 '규아상'이라는 만두가 있는데 이를 '미만두'라고도 한다. 수라상에 오르는 음식이다. 밀가루를 반죽해 얇게 밀어 지름 8㎝ 크기로 둥글게 떠서 만두 껍질을 만들고 오이는 속을 남기고 껍질을 얇게 떠서 가늘게 채 썰고 소금에 잠깐 절였다가 꼭 짜서 살짝 볶는다. 소고기는 곱게 다져서 표고버섯 채 썬 것과 섞고 갖은 양념을 한 후 볶는다. 오이와 소고기 볶은 것을 섞고 잣은 몇 개로 쪼개 넣어 소를 만든다.

만두 껍질에 소를 넣고 해삼 모양으로 주름을 많이 넣어 빚는다. 찜통에 담쟁이 잎을 깔아 만두를 넣어 쪄낸 다음 접시에 새 담쟁이 잎을 깔고 만두를 담아 초장을 곁들여낸다. 담쟁이 잎을 까는 이유는 향기가 좋으며 만두를 붙지 않게 해 한꺼번에 많이 찔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꿩만두는 서울과 충북의 향토음식으로 먼저 밀가루를 물로 반죽해 잘 치댄 후 밀대로 얇게 밀어 만두피를 만든다. 꿩의 가슴살·다리살 등은 잘게 다지고 무채, 숙주, 양파를 삶아 다져서 물기를 꼭 짠 다음 다진 고기와 섞어 파, 마늘, 소금, 후추로 간해 만두소를 만든다. 만두피에 소를 넣어 달걀을 발라가며 예쁘게 오므려 만두를 빚고 김이 오르는 찜통에 젖은 베를 깔고 20분간 쪄낸다. 찐 만두와 함께 초간장을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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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에서 만난 감자만두.

충청도 지역에서 먹는 오색만두는 배추김치·두부·소고기·당면을 넣은 소를 각각 노란색-치자, 분홍색-지초, 갈색-도토리, 초록색-부추를 넣고 반죽한 만두피에 넣어 만든다. 만두피 색깔에 따라 다른 맛과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을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천하의 미식가인 허균의 팔도탐식 기행기랄 수 있는 '도문대작(屠門大嚼)'에 '동아만두'가 소개된다. 동아는 껍질을 벗기고 얇게 저며 썰어서 소금에 절였다가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숙주는 깨끗이 다듬어 끓는 물에 데쳐서 송송 썰고, 소고기를 곱게 채 썰어 진간장,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 후춧가루, 설탕 등을 넣고 양념해 볶는다. 달걀로 황백 지단을 부쳐 곱게 채 썰어 놓는다. 표고버섯과 석이버섯은 물에 불려서 손질한 후에 채 썰어 양념해 볶는다. 마른 행주로 동아의 물기를 닦고 한 조각씩 펴서 준비한 소를 넣고 마주 접어 송편처럼 만든 후에 녹두 녹말을 씌워 김이 오른 찜통에 찐 다음 초간장과 함께 곁들여낸다.

전라도의 '파만두'는 대파를 반으로 쪼개 가운데에 소를 넣고 밀가루를 묻힌 다음 달걀 푼 것을 입혀서 옥잠화처럼 만들어낸 것이다. 이후 중국식 만두문화가 한국에 유입해 가장 독특한 형태로 자릴 잡은 게 대구 납작만두, 명동 교자, 그리고 부산 완당 등이 있다.

대구 납작만두 등장
당면·부추로 간단하게 만드는 소
가장 오래된 교동시장 묵자집 할매
숙성 비법과 얇은피로 남다른 식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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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시장 납작만두 골목 전경. 이곳 만두피는 5대 납작만두 중 가장 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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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 허둘순 할매표 삼각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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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 잎새만두 부부.

1963년 대구에서 한국만두사의 한 획을 긋는 새로운 버전의 만두가 탄생한다. 다른 지방에선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납작만두'다. 대구에서는 '납작만두'라고 하지 않고 '납딱만두'라 불러야 제맛이다. 납작만두는 '대구 분식의 해결사'다. 동물성 만두소 시대에서 식물성 만두소 시대를 연 기념비적 만두로 받아들여진다. 좀 더 작아지면 '대구판 라비올리'(만두처럼 생긴 이탈리아 파스타의 일종)로 홍보해도 좋을 듯 싶다.

대구발 납작만두는 둥그렇고 달걀만 한 만두를 밀쌈전병 같은 납작한 반달 모양으로 '편곡'했다. 대구 납작만두 3인방부터 찾아보자. 미성당파, 교동시장파, 남문시장파로 삼분된다. 이 셋은 한결같이 만두소에 돼지비계를 넣지 않고 당면·부추 등으로 소를 빚는다. 국내에서 가장 간단한 만두소다. 셋의 차이는 만두피의 두께. 가장 두꺼운 곳은 남문시장 안에 있는 남문 납작만두, 가장 얇은 곳은 교동시장 납작만두. 셋 중 미성당이 납작만두의 맏형격. 초창기에는 돼지기름을 사용해 지금보다 더 구수한 맛이었지만 돈지 파동을 겪으면서 지금은 식품위생법상 식용유만 사용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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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시장 납작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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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 삼각만두

납작만두도 진화했다. 서문시장 1지구 초입 계단 아래 포장마차 같은 '허둘순 삼각만두집'은 납작만두에 도전장을 내 푸드블로거 팬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반달형 대구식 납작만두를 또 한 번 '삼각형'으로 변주했다. 방송인 박철씨가 SBS 음식코너 전국 맛투어를 할 때 이 집을 전격 소개하면서 대박이 난다. 현재 근처에 삼각만두 거리가 생길 정도로 활성화됐다. 삼각만두는 달서구 송현동으로 넘어가 잎새만두로 태어난다. 서문시장에 그걸 파는 노점 주인이 있다.

동아백화점이 폐점 되고 교동시장 골목도 새롭게 단장되었다. 골목 중앙을 점유하던 할매들도 점포로 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납작만두도 그 추억의 맛을 잃어가고 있다. 가장 오래 납작만두를 굽고 있는 할매는 '묵자집 할매'다. 현재 교동납작만두는 칠성시장 내 '경남식품'에서 만든 것이다. 피가 유난히 얇고 밀가루 숙성 비법 때문에 식감도 여느 곳과 다르다. 원래 서구 평리동의 한 할매가 손반죽으로 만들었는데 그 기술이 칠성시장 쪽으로 건너갔다고 할매가 증언해 준다.

북한 지역인 황해도와 개성에서는 보자기를 싸듯 네 귀퉁이를 접는 방식의 '편수만두'를 즐긴다. 1931년 발간된 '조선총독부농업 년기념지'에 의하면, 조선의 재래종 밀은 황해도·평안남도·강원도에서 주로 많이 생산된다고 했다. 특히 황해도에서 그 생산량이 가장 많았다. 재래종 밀 중에서 그 품종이 가장 좋은 것 역시 황해도에서 재배되는 것이었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개성 사람들은 밀가루 피로 편수를 만들 수 있었다. 2008년 북한의 근로단체출판사에서 발행한 '우리 민족료리'에서도 편수를 개성음식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편수라는 이름은 물에 삶아 건져낸 것이라는 뜻에서 생겼다고 밝혔다. 평안도 '굴림만두'는 평안도에서 많이 먹는데, 굴림만두는 모양이 둥글둥글해 굴림만두라고 부른다. 일반 만두소처럼 소를 만든 후 지름 2.5㎝ 정도의 완자로 만들어 달걀 물과 밀가루를 묻혀 완자처럼 먹는다.

함경도와 강원도 양강도에서 즐겨 먹는 '막가리 만두'. 막가리란 '막갈'이라고도 부르며, '감자를 거칠게 막 갈아서 만들었다'는 뜻에서 유래됐다.

알쏭달쏭 만두
소 빼고 밀가루 발효 시켜 만든 찐빵
그믐날 밤 만들어 새해에 먹는 교자
은덩이 화폐 모양 빚어 돈벌이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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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식당 거리에서 만난 탄두리(TANDOOR·북부 인도와 아프가니스탄에 걸친 지역에서 사용되는 원통형 점토 항아리 가마) 과자. 흡사 공갈빵, 월병을 연상시킨다.

중국에 가서 만두를 달라면 찐빵을 먹게 된다. 이는 중국 용어가 잘못 전해진 탓이다. 중국에는 만두류로 만터우(饅頭)·지아오쯔(餃子)·빠오쯔(包子)·딤섬(点心)이 있다. 소가 들어가는 것과 소가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나뉜다. 만터우는 소를 넣지 않고 밀가루만 발효시켜 만든 큰 찐빵. 빠오쯔는 고기와 채소가 들어 있는 수증기로 찐 것이다. 지아오쯔(교자)는 생만두피를 사용하고 물에 끓이거나 쪄 먹는다. 광둥성 쪽에는 지아오쯔가 다양한 딤섬 형태로 발전했다. 여기서 딤섬은 '점심'을 뜻하는 광둥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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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의 한 연장선상에 놓인 공갈빵.

지아오쯔는 그믐날 밤부터 빚어 새해가 밝는 자정 12시에 먹어야 한다고 한다. 교자라는 명칭은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의 시간을 가리키는 '자시(子時)'가 된다 '교(交)'는 교자(交子)와 발음이 같은 데서 연유한다. 더 정확히는 '경세교자(更歲交子)'라고 하는데 '해가 바뀌고 자시가 된다'는 뜻이다. 만두피를 만들기 위해 밀가루 반죽하는 것을 '화면(和麵)'이라 하는데, 이것은 가족의 화목을 기원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지아오쯔는 은덩이 화폐인 원보(元寶) 모양으로 빚어 길조 또는 돈벌이를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다. 교자의 모양에 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중국에는 종이돈, 설탕, 제비꽃 줄기, 땅콩, 대추와 밤 등 다양한 소를 넣는다.

일본의 만두 기원은 이렇다. 에도시대 초기 중국에 파병되었던 일본 군인 도쿠가와 미츠쿠니가 중국에서 먹던 만두가 먹고 싶어 고향에 돌아와 중국식 만두를 만든 게 일본 교자로 정착하게 된다.

정리·사진=이춘호 음식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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