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은행나무와 분재

  • 천윤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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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26   |  발행일 2022-01-26 제13면   |  수정 2022-01-26 07:52
천윤자 시민기자

추억에 이끌려 고향마을 향교를 찾았다. 언덕 위 고풍스러운 옛집은 향교 앞 초등학교에 다녔던 필자에게 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대성전 동쪽 담장 옆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이 향교의 역사를 알려준다. 학문을 닦는 곳을 이르는 '행단(杏壇)'이라는 말은 공자가 은행나무로 만든 단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벌레 먹지 않는 은행잎처럼 세태가 변해도 혼탁한 세상에서 녹슬지 않는 공자의 가르침을 은행나무는 말없이 보여준다.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을 모시고 유학을 학문의 근간으로 삼았던 향교나 서원에 은행나무를 심은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향교에 우뚝 선 은행나무를 보니 옥상에 있는 분재 생각에 이른다. 마흔 살이 넘었어도 키는 1m를 넘지 못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쑥쑥 뻗어가고 있을 때도 양지바른 곳에서 몸의 성장을 속으로만 키워가며 외로운 삶을 지탱하고 있다. 토심이 깊고 배수가 잘되는 비옥한 땅에 심어졌더라면 맘껏 자랄 수 있을 텐데 어쩌다 화분에 심겨 성장을 저지당하며 살고 있는지 나무도 어디에 터전을 잡느냐에 따라 이렇듯 달라진다.

향교에서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향교의 역할을 보니 향사와 유교 경전 교육 외에 인성교육과 향토사회의 문화를 향상하고 풍속을 순화하는 사회 교육을 담당한다.

요즈음의 교육이 부모의 욕심을 앞세워 아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큰 잎을 달아준 것은 아닌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착한 본성을 살려 저마다의 재능을 찾아가도록 이끌어 주는 일이 교육의 첫째 목표가 아닐까.

지식 전달에만 급급해 방과 후 학원을 전전하며 잎사귀만을 키우는 어린아이들을 보며 향교와 아랫동네의 학교를 번갈아 보게 된다. 
천윤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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