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이어트

  • 김수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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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5   |  발행일 2022-07-25 제24면   |  수정 2022-07-2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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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 (변호사)

얼마 전 오전 10시경 은행에 잠시 들렀는데, 텔레비전에서 다이어트 관련 방송을 하고 있었다.

그 방송에는 예쁘고 늘씬한 여성 연예인, 잘 생기고 우람한 남성 연예인이 자신의 다이어트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의사는 다이어트에 좋다는 음식을 소개했다. 게다가 근육질의 여성 트레이너는 다이어트에 적합한 운동을 권했다. '사람이 어떻게 저런 몸매를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잠시나마 그 방송을 보고 난 후에는 '저 방송을 본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몸무게를 비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되었다.

내 키와 몸무게로 비만도를 계산해 보면 늘 과체중과 경도 비만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그 비만도 계산기에 따른 정상적 체중은 현재 내 체중에서 10㎏을 더 빼야 한다. 그 체중은 20대 후반에 시원찮은 고시반 식당 밥 먹고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독서실에 있어야 가능했다. 어떻게 현재 그 체중이 가능하겠는가. 물론 체중을 좀 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현재 체중으로 인해서 병을 얻거나 고생해 본 적 없으니까 체중 때문에 그리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사실 사람이 다이어트를 의식하게 된 것은 몇 십 년 되지 않는다. 인류가 출현한 후 수백 년 동안 대부분 배불리 먹지 못했다. 오죽하면 '보릿고개'라는 노래에 나오는 가사처럼 '뛰지 마라. 배 꺼진다'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아마 170㎝ 키에 55㎏ 몸매나 초콜릿 복근은 수천 명 중 한 명에 해당할지 모른다. 운동선수가 운동을 열심히 하듯이, 일반인이 자기 일을 열심히 하듯이, 그 연예인이나 트레이너는 자기 일을 위해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그 몸매를 유지한다.

직장에서 업무와 사람에게 시달리고, 집에서 육아와 가사에 매이는 일반인이 그런 몸매를 유지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과일이나 고기 등 한 음식만 먹는 '원 푸드 다이어트', 일정 시간 먹지 않는 '간헐적 다이어트' 등 여러 다이어트 방법이 나왔지만, 일시적으로 유행할 뿐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대부분의 동물은 먹이가 있을 때 최대한 먹고 난 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냥 쉰다. 수백만 년 동안 사람은 생존을 위해 다른 동물과 같은 방법으로 살았다.

현재 다이어트는 이러한 인체 본능에 반하는 거니까 얼마나 힘들겠는가. 또 사람마다 체질도 다르다. 조금만 먹어도 살이 잘 찌는 사람도 있지만,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사람도 있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살찌는 게 소원이라서 몇 달간 밤에 야식으로 라면을 먹다가 위장병을 얻었다.

뭐든지 과하면 좋지 않다.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서, 적당히 먹고 적당히 운동하는 게 최고다. 하나 더 추가하면, 다른 사람은 자기 일에 바빠서 내 몸매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나쁜 행동이나 욕 얻어먹을 일이 아니라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김수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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