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 사망률 1위는 '폐암'이다. 발병률은 2위다. 많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많은 탓에 '암 중의 암'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문제는 발병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는 탓에 상당수가 암이 다른 곳으로 퍼진 뒤에야 진단을 받는다. 예방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흡연 외에도 적지 않은 폐암 유발 요인
전문의들은 폐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흡연'을 꼽는다. 담배 연기는 약 60가지 이상의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탓에 흡연자의 폐암 발생의 위험은 비흡연자에 비해 10배 정도 높다. 이런 탓에 폐암 발생의 70% 정도는 흡연과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30% 정도는 평생 한 번도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는 환자에게서 발생하고 있고, 최근 이러한 비흡연 폐암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특히 여성 폐암환자의 경우 90% 정도는 비흡연 폐암이다.
비흡연 폐암이 생기는 원인 중에는 간접흡연, 미세먼지 등이 있다. 또 음식물을 요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나 연소물에 의한 실내 공기오염, 주거 환경에서 라돈과 석면 노출, 만성폐쇄성폐질환·폐 섬유화증 등 기존의 폐 질환 등이 대표적인 폐암 발병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직 검사를 통해 폐암이 확진되면 그다음은 현재 어느 정도 암이 진행됐는지 병기를 결정하게 된다. 병기의 결정은 적절한 치료 방침을 결정하고 예후를 예측하는 데 필수적이다.
폐암은 조직학적으로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나뉘게 되는데 어떤 조직형태인지에 따라 병기 판정의 방법도 달라진다. 비소세포폐암의 경우에는 1기, 2기, 3기, 4기로 병기가 나누어지고 소세포폐암의 경우에는 제한병기, 확장병기로 나뉘게 된다.
완치를 위해 가능하다면 폐암 병변의 수술적 절제가 가장 좋다.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1기, 2기, 3기 일부, 소세포폐암의 경우 제한병기 일부에서 수술적 절제가 가능하다.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한 비소세포폐암 3기와 소세포폐암 제한병기인 경우에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같이 하는 동시화학방사선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
영남대병원 안준홍 교수(호흡기·알레르기내과)는 "최근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한 비소세포폐암 3기에서 동시화학방사선요법 이후에 면역항암제로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 경우 완치율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더 널리 사용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다른 장기로 병이 전이된, 비소세포폐암 4기와 소세포폐암 확장병기인 경우에는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기적인 검진으로 조기발견해야
폐암의 경우 초기에는 이상증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감기와 비슷한 증상 때문에 발견이 늦는 경우가 많다.
폐는 감각 신경이 없어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이미 통증을 느끼거나 호흡기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폐암이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폐암이 첫 진단될 당시에 40~50% 환자가 다른 장기에 전이가 동반된 폐암 4기로 진단된다.
그런 만큼 정기적인 검진으로 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폐암의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간편하고 손쉽게 할 수 있는 검사는 흉부 X선이다. 하지만 이 검사 방법은 폐암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없었던 탓에 폐암검진을 위한 방법으로는 추천되지 않고 있다. 대신 2000년대부터 저선량 CT를 이용해 폐암검진의 효과를 증명하려는 연구들이 있고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국가폐암검진 연구'다. 폐암발생 고 위험군에서 저선량 CT로 폐암검진을 수행하면 흉부 X선으로 폐암검진을 수행한 것보다 폐암 사망률을 20% 감소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네덜란드-벨기에 폐암 스크리닝(NELSON) 연구에서는 저선량 CT로 폐암검진을 수행한 군은 58.6%가 폐암 1기로 진단된 것에 반해 폐암검진을 수행하지 않은 대조군은 13.5%만이 폐암 1기로 진단됐다. 이렇게 폐암이 조기발견되면서 저선량 CT로 폐암검진을 수행한 군의 폐암 사망률은 폐암검진을 수행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24% 감소했다.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 8월부터 만 54~75세의 장기흡연자를 대상으로 저선량 CT를 통한 폐암검진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폐암검진은 장기 흡연자에 대해 2년 주기로 실시되고 있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 하는 이유
2000년부터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폐암의 5년 생존율은 32.4%로 매우 낮다.
폐암 사망률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진단 당시 병이 국소적으로 진행되거나 원격 전이된 3기, 4기인 경우가 전체 폐암의 60~7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적 치료제의 발전과 더불어 면역항암제가 개발되어 널리 사용되면서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한 비소세포폐암 3기, 4기 환자들의 생존율도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 완치가 어렵지만 희망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한 비소세포폐암 3기에서 동시화학방사선요법 이후에 면역항암제로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 경우 4년 전체생존율이 49.6%, 무진행생존율 35.3%로 동시화학방사선요법만 시행한 경우의 4년 전체생존율 36.3%, 무진행생존율 19.5%보다 생존율을 월등하게 개선시키는 결과를 나타냈다. 수술이 불가능한 비소세포폐암 3기 진단 후에도 4년 생존하는 환자가 전체 환자의 절반 정도는 된다는 뜻이다.
비소세포폐암 4기 환자들의 경우도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 이전 세포독성항암제만으로 치료했을 때는 4기 비소세포폐암의 5년 생존율은 5% 미만이었지만 최근에는 표적 치료제의 발전과 면역항암제의 사용으로 상당한 생존율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표적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면역항암제 사용이 가능하다. 면역항암제를 단독으로 1차 치료로 사용한 경우 5년 전체생존율이 25~30% 정도로, 평균생존기간도 26개월 정도 보고되고 있다.
2021년부터 3년간 한국연구재단에서 3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다양한 신약후보물질의 효능 평가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안 교수는 "앞으로도 폐암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안준홍 영남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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