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인교통단속장비, 속도관리에도 활용하자

  • 심재익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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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06   |  발행일 2022-04-06 제25면   |  수정 2022-04-06 07:59

심재익
심재익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

같은 유형의 교통사고라 하더라도 가해 차량의 과속 정도가 심할수록 그 피해는 더욱 심각하며 특히 보행자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 또한 속도가 높아질수록 운전자의 시야는 좁아지고 주변 사물에 대한 인지능력이 떨어지며 정지에 필요한 거리가 길어지는 등 사고를 회피하기가 더 어렵게 된다. 운전자의 사소한 실수라 하더라도 과속하면 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OECD(2012) 보고서에 의하면, 차대 보행자 사고 시에 충돌속도가 50㎞/h일 때 보행자의 사망확률이 10%이지만, 60㎞/h이면 20%, 80㎞/h이면 70%로 과속은 사망확률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이는 매우 위험한 요인이다.

자동차의 제한속도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9조'에 근거하고 있으며 제한속도 정보는 교통안전표지(표지판, 노면표시)로 전달된다. 사고위험이 높은 도로구간에는 제한속도 정보에 더하여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준수하도록 강제하기 위한 무인교통단속장비가 설치된다.

무인교통단속장비는 매년 확충돼 2019년 말 전국적으로 8천982대가 운영 중에 있으며 설치 효과는 국내외적으로 입증됐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에 의하면, 국내에서 무인교통단속장비 설치로 교통사고 발생건수를 20.6%, 사망자 수를 67.9% 감소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유럽연합 모든 국가에 무인교통단속장비가 적절하게 설치된다면 사고 발생의 3분의 1, 사망자 수의 절반을 줄일 수 있다는 국외 연구를 인용하고 있다. 안전한 제한속도의 설정과 단속 장비가 필요한 이유다.

무인교통단속장비는 차량의 과속 자체보다는 과속으로 야기되는 사고 위험 즉, 과속 때문에 미처 대응하기 어려운 운전자의 실수를 방지하는 데 근본적인 목적을 둬야 한다. 즉 과속으로 사고가 우려되는 장소에 설치하면 교통사고 예방에 더 효과적이다. 특히 과속은 보행자에게 직접적이면서 치명적 위험요인이기에 횡단보도 부근, 이면도로와 같이 보도가 없는 보차혼용도로 등에 단속장비가 필요하다. 또한 악천후, 교통혼잡 등 도로가 처한 실시간 상황에 따라 제한속도를 가변적으로 표출함으로써 운전자가 사전에 감속하고 사고 위험에 대비토록 하는 '가변형 속도제한시스템'은 매우 효율적인 조치로서 기존 단속 장비와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운전하면서 주행하는 도로의 제한속도를 잊어버리거나 현재 차량 속도가 얼마인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훌륭한 경고장치를 가지고 있다. 과속단속카메라가 앞에 있으면 차량 내 내비게이션이 제한속도 정보와 과속 여부를 운전자에게 경고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무인교통단속장비와 내비게이션의 매칭은 과속으로 인한 사고 위험을 예방하고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다. 즉 무인교통단속장비를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속도관리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무인교통단속장비 설치 위치로는 어린이 및 노인보호구역 외에 안전한 합류 및 분류를 위한 고속도로IC 부근도 고려될 수 있다. 또한 자동차전용도로, 국도 및 지방도와 연결되는 시가지(built-up area) 구간 초입 부분에 설치해 운전자에게 낮아진 제한속도 정보를 환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제한속도를 알려주는 안전표지로는 부족하다. 일종의 속도 여과장치로서 단속 장비와 내비게이션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하며 과속방지턱 등 과속을 방지하기 위한 물리적 도로환경 조성도 뒤따라야 한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고 실수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운전자의 과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중첩되는 안전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심재익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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