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대구시장 선거, 리셋하라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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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01   |  발행일 2022-04-01 제23면   |  수정 2022-04-01 07:14

[이재윤 칼럼] 대구시장 선거, 리셋하라
논설실장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영화 '부당거래' 중) 대구시장 선거를 지켜보며 드는 생각이다. 시민들은 이번에도 "O도 싫고 △도 싫다"고 한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할까. 가만히 있으면 변화 없다. 어쩌면 우리가 싸우는 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영화 '도가니' 중)

판이 커졌다. 대구시장 선거에 전국적 이목이 쏠린 게 얼마 만인가. 권영진 시장의 불출마는 뜻밖이다. 참모들이 의기소침해 있다는 얘기는 벌써 들렸다. 그가 없다 해도 스타급 후보가 즐비하다. 홍준표, 김재원, 유영하. 이진숙…. 당대 최고의 뉴스메이커들이다. 가히 빅매치다. D-60, 그러나 대구시민들은 썩 유쾌하지 않다. 대선 돌아서자 기다리는 게 또 비호감 선거라니.

이들의 첫 번째 공통점은 취약한 '지역 정체성'이다. 대구와의 밀착도가 낮다. 후보 개인의 리스크이며 명분의 결핍이다. '저 사람이 갑자기 왜?'라는 질문이 나온다. 특히 유영하 변호사는 대구시장 꿈을 접는 게 옳다.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꼭 필요하면 보궐선거나 다음 총선 정도는 시민들이 양해할 것이다. 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시민 살림을 책임지는 자리다. 대구를 얼마나 알고 대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박근혜 후광'에만 기댄 도전이라면 모욕적이다. 권 시장 3선 도전 포기의 원인 중 하나가 낮은 지지율이다. 지지율이 왜 낮을까. 대구 미래를 바꾸는 결정을 유례없이 많이 했지만, 한 번도 시민의 뜻을 물은 적이 없다. 공론화위원회가 있었지 않았냐고? 시도통합, 공항이전, 시청이전, 군위편입은 공론화위가 감당할 어젠다가 아니다. 그걸로 '소통'을 땜질하려 했다면 오산이다. 시민에게 직접 물어야 했다. 시민은 그걸 다 셈하고 있었던 거다. '지역 정체성 결핍'이란 원초적 결함의 결과다. 또 되풀이하려는가.

두 번째 공통점은 '먹튀'다. 대구를 스쳐 지나는 '정거장'쯤으로 여긴다. 대구를 위한 깊은 애정이 있긴 한 건가. 생뚱맞은 '대구 찬가(讚歌)'는 낯설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이들에게 대구의 미래가 맡겨진다.

'O도 싫고 △도 싫지만 대안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구시장 선거를 리셋하는 수밖에 없다. 고용률 12(2014년)→16위(2020년), 1인당 개인소득 9→11위, 1인당 지역총소득은 15→17위로 추락했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1인당 민간소비지출 순위도 줄줄이 하락했다. 대구의 처지가 이렇다. 책임의 절반은 '리더십 장애'에 있다. 리더십의 변화가 대구 변화의 첫걸음이다.

어떻게 리셋할 것인가. '메기'가 필요하다. 대구를 강하게 만들 '메기'. 천적인 메기를 같은 수조에 넣어 미꾸라지를 더 강하게 만드는 이치(catfish effect·메기 효과)다. 체면 뒤로 숨지 말라. 안락함에 자족해서도, 관망해서도 안 된다. 참신하고 능력 있는 새 후보군이 두려움을 털고 대구시장에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 결단할 시간은 한 주밖에 없다. 날밤을 새우며 대구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애쓰던 수많은 인재는 다 어디로 갔나. 그런 의무감에 충만한 자를 찾는다. 국정과 시정을 한 레일 위를 달리게 할 '깐부(gganbu·동반자)'는 대체 어디 있는가. '이기는 공천을 하겠다'고? 대구는 다르다. 제대로 된 공천을 하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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