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변화하는 콘텐츠 소비패턴, 정신질환 유발?

  • 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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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6   |  발행일 2022-04-26 제23면   |  수정 2022-04-26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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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텔레비전에서 모바일로 콘텐츠 소비의 행태가 변화되고 있다. 지상파 3사를 중심으로 소비되던 콘텐츠는 케이블 채널들의 각종 예능과 드라마의 성공적인 역습으로 시청률 부진을 면하지 못하게 되었고, 이제는 유튜브 및 각종 OTT 플랫폼들이 그 자리를 꿰차고 올라왔다.

뉴미디어는 자연스레 레거시미디어(TV, 라디오, 신문 등 전통 미디어)의 독과점 시장 지위를 흔들어 놓았다. 물론 이는 기존에 플랫폼에서 보여주는 대로만 소비해야 했던 플랫폼 중심 환경에서 사용자 중심의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 있어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다채널·다플랫폼 시대인 만큼 넘쳐나는 콘텐츠들 속에서 소비자의 마음에 꼭 들어야 소비가 되니, 보여주는 것만을 소비하던 시대에서 사용자 중심 콘텐츠들이 만들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콘텐츠 소비 행태의 변화는 무조건적인 긍정적 결과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국어 능력이 뒤떨어지고, 난독 증세를 보이는 청소년들이 급증했다는 기사들이 자주 나온다. 인터넷 뉴스의 댓글난과 인터넷 커뮤니티만 조금 들여다보아도 이러한 현상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자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성인 ADHD' 병명이 최근 들어 부쩍 익숙하게 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미디어 소비 환경 변화에 따른 부정적 결과라고 보여 진다. 예를 들어 음식의 레시피를 찾을 때 20년 전에 우리는 레시피 책을 읽었다. 그리고 10년 전,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이 익숙해진 우리는 블로그에 빼곡히 적힌 글을 읽고 음식을 따라 만들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유튜브에 검색 후 몇 분 동안 보여주는 영상을 보고 따라 만든다. 535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백종원의 요리비책' 유튜브 채널을 보면 대부분의 영상이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10분이면 뚝딱 보여주는 대로 지식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이제 이마저도 길게 느껴 '쇼츠'라는 1분 미만의 영상에 열광하고 있다.

기존에 우리는 뇌를 가동하여 글을 읽는 수고를 통해 지식을 터득했다면 이제는 아무런 노력 없이, 아무런 대가 없이, 시시각각 변하는 영상 화면만을 받아들이며 지식을 흡수하는 보상을 얻고 있다. 수고로움 없이 지식을 쉽게 얻으면 당연히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성취와 연관 있는 도파민에 아주 치명적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공부를 하는 수고로움을 통해 좋은 대학 합격이라는 성취를 얻고 이러한 도파민의 보상체계는 귀찮고 수고스러운 행동을 할 수 있게끔 이끌어냈다.

하지만 더욱더 짧고 자극적인 영상만을 찾는 현재의 콘텐츠 소비 행태는 즉흥적인 보상 체계만을 바라는 모습이며 이러한 즉흥적인 보상 체계는 내가 원할 때마다 즉시, 바로 실행에 옮기는 행동을 의미한다. 영상을 통해 보여주는 대로 빠르게 지식을 습득하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보상 체계에서는 '욕구'와 '보상' 사이에 '노력'이라는 다리가 있었지만, 즉흥적인 보상 체계에는 이 '노력'이 사라지게 되면서 '욕구'와 '보상'이 바로 연결돼 우리를 '충동적'이게 만든다. 이러한 충동은 인내력과 절제심을 자제시켜 분노조절장애, 난독증, ADHD 등 각종 정신 질환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 장기화된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코로나 블루를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 정신질환에 더욱 쉽게 노출된 상황이지만 우리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모습의 변화 또한 무시 못 할 만큼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보인다.
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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