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말하는 '아이 키 키우는 법'…"성장치료는 먼저, 빨리, 제때, 자주하는 것이 좋다"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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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07  |  수정 2022-06-07 07:35  |  발행일 2022-06-07 제17면
신생아때 성장판 검사 가능…호르몬 결핍 진단땐 만 2세부터 치료

2차 성징 시작됐다면 여아 만 9세, 남아는 만 10세 이전 병원 찾아야

비만도 성조숙증 주요 요인…호르몬 교란으로 성장판 빨리 닫힐 수도

줄넘기 등 유산소 운동 하루 30분·일주일 5회 이상하면 키 성장 도움

정명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말하는 아이 키 키우는 법…성장치료는 먼저, 빨리, 제때, 자주하는 것이 좋다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구의료원 소아청소년과장을 지낸 정명희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이 아이들 성장치료는 '먼저' '빨리' '제때' '자주' 하는 것이 좋고, 부모 모두 키가 작아 걱정된다면 전문가와 일단 상담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아이들의 성적과 맞먹을 정도의 관심을 받는 것 중 하나가 '키'다. 특히 부모 모두의 키가 작을 경우 이 문제는 최우선 과제일 수 있다. 하지만 성장과 관련한 치료는 언제쯤 받아야 하는지, 치료를 받으면 실제로 더 크게 되는지, 비용은 감당할 수 있을지 등 궁금한 것들이 적지 않지만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다. 특히 부모 모두가 키가 작은 경우는 고심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명희 소아청소년과의원(성장·성조숙증 클리닉) 원장은 "키 성장에 유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대개 70~80%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면서 "부모 키가 작고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이모, 삼촌 등 모두 작으면 아이 키가 크지 않을 경향도 있는 만큼 정기적으로 키를 재고 성장을 관찰하다가 덜 자라거나 성장 곡선에서 변동이 생긴다면 전문가를 찾아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을 만나 성장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성장치료는 언제 시작하는 게 좋은가.

"'먼저' '빨리' '제때' '자주' 하는 것이 좋다. 걱정되면 전문가와 일단 상담해보는 게 좋다. 특히 아이 성장이 늦거나 체중이 잘 불어나지 않는 경우, 그리고 살이 너무 많이 쪄도 일단 점검해 보는 게 좋다. 성장판은 신생아 시기부터 찍어 볼 수 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진단되면 만 2세부터 성장호르몬 치료가 가능하다. 부당 경량아(SGA·small for gestational age)는 출생 당시 임신 주 수에 따라 정해지는 기준의 키와 체중이 3백분위 수(같은 성별, 연령인 100명을 순서대로 했을 때 셋째) 미만에 해당하는 신생아로 임신 40주에 출생한 신생아 중 남아 2.8㎏ 미만, 여아 2.7㎏ 미만이면 부당 경량아로 진단한다. 만 4세 이후에도 키가 3백분위 수(3 percentile) 아래면 성장호르몬 치료에 보험이 적용된다. 그리고 사춘기 징후가 오는지 잘 점검하고 아무리 늦어도 여아는 초경이 되기 전, 남아는 초등 고학년이 되기 전에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성장호르몬은 어릴수록, 오랫동안 쓸수록 효과가 좋다. 사춘기가 많이 진행되어 성장판이 닫히기 시작하면 그 효과는 떨어진다. 여자는 14~15세, 남자 15~16세 이상 골 연령이 진행됐거나 일 년에 2㎝ 이상 자라지 않는다면 성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키에 대한 아이의 욕구가 강해 주사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일찍 시작하는 편이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는 좋다."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아가 만 8세 전에 가슴 멍울이 생기는 등 사춘기가 시작됐다면 만 9세 전에 검사 후 치료를 시작해야 하고, 남아는 만 9세 전에 고환 용적이 4㏄ 이상으로 커지는 등 이차 성징이 나타나면 만 10세 이전에 진단받아 치료를 시작해야 급여적용으로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사춘기가 진행됐어도 키가 작을 경우에는 성장호르몬을 병합하기도 한다. 성장호르몬은 체중에 따라 용량이 정해지는 만큼 체중이 많으면 비용도 늘어나게 돼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부담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다."

▶성호르몬 억제 주사 간격을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

"성호르몬 억제 주사는 4주~12주마다 주사하는데 간격을 잘 지키지 않으면 사춘기 지연 효과와 성장 효과가 감소된다. 불규칙하게 늦게 맞으면 성호르몬 분비 억제가 덜 되어 성장판의 나이가 자꾸 빨라지는 수가 생긴다. 키 성장할 기간이 단축되니 키 성장에는 절대 도움이 안 되고 효과도 적기 때문이다."

▶뼈나이 등을 토대로 성장 가능 키를 이야기해주지만, 실제로 다른 경우가 종종 생긴다.

"너무 어린 나이이거나 사춘기 진행이 많이 된 상태에서는 오차도 많이 생긴다. 예상 키는 진료 당시 아이의 역연령(만 나이)과 골연령(뼈 나이), 키를 바탕으로 계산한 값이다. 그런 만큼 골연령이 어떤 이유로 많이 빨라졌지만, 키는 별로 안 자랐을 경우에는 성인이 되었을 때의 예상키는 줄어든다. 하지만 성장판이 오랫동안 열려있고 그동안 잘 자라면 예상키보다 크게 될 수도 있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 이외에 성장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 있는가.

"운동의 종류보다는 즐겁게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등도 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5회 이상 하면 키 크는 데 도움이 된다. 계단 오르기, 수영, 줄넘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댄스 등 어느 것이라도 몸에 땀이 날 정도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만한 아동의 경우 줄넘기는 무릎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는 만큼 요가, 필라테스, 수영, 걷기를 권한다."

▶예전에는 살이 찌면 키로 간다고 했는데, 지금은 비만 상태가 되는 것을 주의하라고 하는데.

"체지방이 쌓여 지방세포가 늘어나면 지방세포에서 성호르몬을 더욱 잘 만들게 한다. 늘어난 체지방에서는 '렙틴'이라는 물질이 나오는데, 몸에서 분비되는 렙틴은 신진대사와 식욕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호르몬이다. '렙틴'에 의한 호르몬 교란으로 사춘기가 빨라질 수 있고, 성조숙증이 생기면 성장판도 빨리 닫혀 키 손실이 클 수 있다. 성조숙증 유무에 따라 최종 키는 10㎝ 이상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비만하지 않은 경우에도 성조숙증이 올 수도 있지만, 비만은 성조숙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주의하라고 하는 것이다."

▶외과적 수술로 키를 키운 사례도 있던데 어느 정도까지 키울 수 있는가, 또 안전한가.

"사지 연장술인 일리자로프 수술이 있다. 뼈를 절단해 뼈와 뼈 사이를 늘이는 방식으로 하루에 1㎜씩 늘이면 60일 정도 후에 6㎝를 늘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한 데다 신경마비나 염증 등 합병증도 생길 수 있는 까다로운 수술이다. 장기간 움직이지 않아야 하고 수술 후에도 재활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수술은 하고 있다."

▶끝으로 성장과 관련해 아이와 그 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당부가 있다면.

"성장 곡선을 따라 성장이 제대로 잘 이뤄지고 있는지 살피고 잘 안된다고 느끼면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키에 대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년 잘 자라고 있는지 점검하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운동 습관을 들이고, 정신적·사회적 스트레스가 적은 환경을 만들어 키 성장이라는 마라톤을 끝까지 다 잘 달려갈 수 있기를 당부한다."

글·사진=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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