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관의 시간…대형 스크린이 선사하는 몰입감, 낯선 이들과 함께 웃고 우는 감흥…이 특별한 즐거움을 놓치지 말라!

  • 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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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17   |  발행일 2022-06-17 제39면   |  수정 2022-06-1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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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폐막한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신작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송강호 배우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밖에도 이정재의 첫 연출작 '헌트'가 비경쟁 부문에, 문수진 감독의 단편애니메이션 '각질'이 단편 경쟁 부문에,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가 비평가주간에 초청되는 등 다양한 한국 영화가 소개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정상 개최되었고, 우크라이나의 젤린스키 대통령이 화상으로 등장해 깜짝 연설을 하는 등 세계 최고의 영화제답게 여러모로 큰 주목을 받은 이번 영화제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모두를 사로잡았던 한순간이 있었다. 바로 박찬욱 감독의 수상 소감 발표였다.


"코로나 이길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영화와 영화관을 영원히 지켜내자"
칸영화제 박찬욱 감독 수상소감 주목

코로나시대 첫 1천만 영화 '범죄도시2'
OTT 플랫폼 등장·팬데믹 파고 넘어
다시 기지개 켜는 영화산업과 극장가

"코로나 시대에 인류는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가졌습니다. 극장에도 손님이 끊어졌습니다. 그만큼 영화관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우리가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이 질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 내리라고 믿습니다."

2020년, 코로나로 많은 영화제들이 제대로 개최되지 못했던 그 시기, 칸국제영화제도 영화제를 축소하여 개최했다. 그해 개막선언은 그 직전 해에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봉준호 감독이 맡았었다.

"영화제는 멈춘 적이 있지만, 영화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습니다.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기차가 달린 후로 이 지구상에서 시네마는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위대한 필름 메이커와 아티스트들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믿습니다."

2022년 현재, 힘겹게 다시 영화라는 기차가 정상 궤도에 오르려고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2'는 지금이 코로나 시대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많은 관객을 영화관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 첫 1천만 관객 영화가 되었다. 영화관은 이제 관객들의 웃는 소리로 가득하다. 얼마만의 일인가. 아무리 혼자보기의 시대라 해도, 영화관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관람하는 이 공동체적 감흥은 결코 재현해 낼 수 없기에 새삼 다시 한번 영화관의 의미와 소중함을 되새기게 된다.

영화관은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 누군가에게는 연인, 친구,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추억의 공간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2시간짜리 가성비 좋은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온전한 영화 감상의 기회를 제공받는 공간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팬데믹 위기가 우리 사회의 소중한 것을 다시금 되돌아보는 기회가 됨으로써, 그 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영화관 역시 많은 사람에게 그 존재가치가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영화관은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흔히 알고 있는 영화관의 형태는 멀티플렉스다. 한국에는 1998년 최초의 멀티플렉스인 강변CGV가 개관한 후 대부분의 영화관이 멀티플렉스로 변모하였다. 이 과정에서 많은 단관 극장이 문을 닫게 되면서 영화관이라는 문화유산이 너무나 쉽게 사라지는 안타까움을 겪기도 했다. 이즈음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 등 영화의 문호가 대폭 개방됨에 따라 관객들은 더욱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관객들은 새로운 영화에 대한 열망을 더욱 키워 갔고, 이러한 열망은 영화정책으로 반영되어 예술영화관의 탄생을 이끌어 냈다.

2000년 초중반 예술영화관들의 등장에 이어, 한국 독립영화의 양적·질적 성장에 따라 독립영화관에 대한 필요와 요구도 커졌다. 2007년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개관하였고, 이후 전국에 7개의 독립영화전용관이 만들어졌다. 1930년대 프랑스의 영화청년 앙리 랑글루아는 영화를 상영하고 보존하는 시네마테크인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를 설립하고, 전쟁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세계 각국의 영화들을 수집하고 보존했다. 그 정신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세계 곳곳에 시네마테크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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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국내엔 시네마테크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운영하는 시네마테크 KOFA가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된 영화관들처럼 상설영화관은 아니지만 커뮤니티시네마라는 이름으로 관객들이 주체가 된 다양한 상영회들이 전국 각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봉준호의 말처럼 영화는 단 한 순간도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박찬욱의 말처럼 우리는 영화관을 지켜나갈 것이다. 현대 영화관의 원형인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라프' 발명 이후 영화는 가장 강력한 대중문화가 되었지만 그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1·2차 세계대전, 1950년대 TV의 대중적 보급, 2000년대 인터넷과 OTT 플랫폼의 등장 그리고 팬데믹까지. 영화관은 거대한 파고를 이겨내며 다시 우리를 반겨주고 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작품 '영화관을 말하다'는 독일 최초의 공공상영관이자 시네마테크인 '아르제날 극장'을 설립하고 수십 년간 지켜온 그레고어 부부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영화관은 누군가에겐 일생을 바칠 수 있는 삶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원제는 'Komm mit mir in das Cinema(나와 함께 영화관으로 가자)'이다. 얼마나 기다려왔던 순간인가. 다시, 영화관의 시간이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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