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몽블랑의 위기, 기후변화를 다시 생각한다

  •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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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2   |  발행일 2022-06-22 제26면   |  수정 2022-06-22 06:54
지구온난화로 적설량 줄고
빙하도 녹아내려 붕괴 위기
대구경북도 기후변화 피해
지역정부 탄소중립을 위한
계획 수립과 실천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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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알프스의 몽블랑은 서유럽의 지붕으로 불린다. 만년설이 쌓여 있어 '하얀 산'이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인데 프랑스인들은 '신성한 산'이라는 의미도 부여하고 있다. 이웃 스위스 사람들은 해발 4천807m나 되는 이곳을 '저주의 산(Mont Maudit)'으로 불렀다. 사람이 도저히 올라갈 수 없다는 공포를 담았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몽블랑은 1786년 8월 최초로 등반이 이루어졌다. 19세기 말부터 철도와 케이블카가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은 알프스 지역에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1924년 배후도시 샤모니에서 최초로 동계 올림픽이 열리면서 몽블랑은 동계 스포츠와 알피니즘의 중심지가 됐다. 1955년 샤모니에서 3천842m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와 승강기 설치는 이곳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었다.

최근 급속한 지구온난화로 몽블랑 지역은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75년 동안 몽블랑 정상 부근의 온도는 4.0℃, 샤모니는 1.5℃가 상승했고, 적설량은 지난 40년 동안 절반으로 줄었으며, 빙하는 매년 약 30m씩 사라지고 있다. 여기에 연간 3만명 이상이 정상에 도전하면서 정상 부근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각종 플라스틱과 배설물로 오염되고 있다.

마침내 프랑스는 2020년 2월 몽블랑을 보존하기 위한 '자연 서식지 보호령(APHN)'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천700m 이상의 모든 알프스 지역은 지정된 숙소 외에는 야영이 금지되고 인원수도 제한된다. 지역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취지를 환영하고 자연생태계 유지를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은 물론 전기차, 자전거 이동, 폐기물 저감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은 어떤가. 백두대간의 우측에 위치한 이 지역은 그간 건강한 자연생태계를 이루어 왔다. 낙동강은 생명수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농사와 주거에 적절한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피해는 여기서도 나타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고산 침엽수들이 날로 사라지고 있다. 우리 문화의 상징인 금강송과 소나무 역시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다. 대표적인 과실이었던 사과·배·포도 농사가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다. 특히 대구 명산물이었던 사과는 기후변화로 재배지가 점점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고 2100년경에는 백두대간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는 희귀한 과일이 될 것이라고 한다. 가을 태풍이 자주 나타나면서 농사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처럼 농업의 위기는 지방 도시의 소멸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오는 7월부터 민선 8기 지방자치가 시작된다. 지금부터라도 지역정부 차원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계획수립과 실천 노력이 필요하다. 주요 관광지는 알프스처럼 외부 차량은 주차장에 두고 공용 전기차로만 이동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또한 플라스틱 저감과 재활용, 탄소농업 도입, 재생에너지 사용 등 탄소중립을 위해 교육과 지역민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몽블랑 지역 사람들이 엄청난 관광수입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그들의 절박함이 담겨 있다. 맑은 공기와 물이 주는 자연환경의 가치는 사라진 뒤에 알게 되더라도 아무 소용없음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면 민선 8기는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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