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과 토지임대부 주택

  •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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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4   |  발행일 2022-06-24 제22면   |  수정 2022-06-24 06:54
홍준표, 정치권서 처음으로
토지임대부주택 제안 제도화
주택 구입자금 조달 어려운
2030세대 등에겐 매력적
洪당선인 대구서 꿈 펼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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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릴 때면 정치인들은 값싼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제시한 청년 원가주택이나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기본주택 분양형이 대표적 사례다. 둘 다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공공분양주택을 대량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과거에 한창 유행한 '반값아파트'라는 용어까지 사용했다. 집을 싸게 공급하겠다는 공약만큼 득표에 유리한 건 없다고 판단해서 그랬을 터이다.

모든 상품이 가치대로 거래되는 시장경제에서 국가가 주택을 가치 이하로 공급할 때에는 공공적 목적이 분명해야 하고 혜택이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공공분양주택 공급 정책 가운데 이 조건을 제대로 충족시킨 것은 거의 없다. 시세보다 싸게 공급된 주택은 최초 분양자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기는 '로또아파트'로 전락하고 말았다. 공평성 시비가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과거 한나라당 의원 시절 제시했던 토지임대부 주택은 유가 달랐다. 이 정책은 토지정의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최초로 제안했는데, 취지는 '토지임대, 건물분양'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해서 토지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서민·중산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토지를 국가가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당시 홍준표 의원은 이 정책이 대중 소구력이 크다는 판단 아래 재빨리 수용한 다음 '반값아파트'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나중에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한나라당 당론으로 만들고 2009년에는 마침내 법안 통과까지 시켰으니 대단한 의지를 발휘한 셈이다.

단, 홍준표 당선인은 이름을 잘못 붙인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토지임대부 주택을 보유하는 사람은 토지 사용료를 국가에 계속 납부해야 하므로 반값으로 집을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수박 반 통을 반값에 사는 것과 같다. 국가가 주거복지 목적으로 토지사용료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할 수는 있다. 그 경우 실질적 분양가가 약간 낮아지겠지만, 로또아파트를 양산하는 여타 공급정책보다는 훨씬 덜하다. 수요자 중에는 수박 한 통이 부담스러워서 반 통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택으로 말하자면 2030세대가 이에 해당한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그런 사람들의 수요에 부응한다. 토지 사용료를 지나치게 낮춰 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토지임대부 주택은 특정인에게 특혜를 몰아주지 않는다. 그러니 공평성 시비도 일어나지 않는다. 국가가 토지를 보유하므로 거기서 생기는 임대료 수입도 만만찮다. 싱가포르, 핀란드 헬싱키, 미국 뉴욕시 배터리 파크 등 이 방식으로 눈부신 성과를 거둔 사례도 많다.

홍준표 당선인은 정치권에서 토지임대부 주택을 처음 제안하고 제도화까지 시킨 인물이다. 물론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곳에서 토지임대부 주택은 '망망대해에 떠 있는 외딴섬'처럼 되어 버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국가가 애써 공급하더라도,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주택을 사려는 사람은 적으리라는 전망에서다. 실제로 이 주택은 군포와 서초·강남에서 공급되었지만, 더이상 확산되지는 않았다.

집값이 장기적으로 안정되는 상황에서는 어떨까? 토지임대부 주택은 초기 구입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수도권에 비해 대구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안정된 곳이다. 홍준표 당선인은 대구지역 주택공급의 지휘봉을 쥐었으니, 과거에 꾸었던 꿈을 한번 펼쳐봐야 하지 않겠는가.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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