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복병 '대상포진', 숨어 있던 수두바이러스가 원인…면역력 저하시 발병 띠모양 물집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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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8 07:08  |  수정 2022-06-28 07:10  |  발행일 2022-06-28 제16면
체력 과부하·스트레스 심할 때 생겨…수일 전부터 열·몸살·권태감
여름철인 7~9월에 환자 집중…남자·여자 모두 40~60대서 많이 발생
60세이상 백신 접종 권고…병력 있어도 5년 지나면 다시 걸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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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62)씨는 최근 통증을 동반한 감기몸살 증상을 보였다. 특별히 몸살에 걸릴 만한 일이 없었던 김씨는 단순한 근육통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쳤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뒤 갑자기 몸에 물집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그곳을 중심으로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생겼다.

김씨는 "통증이 시작되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다행히 발생 부위가 등쪽이어서 고통은 심했지만 큰 위험 없이 치료를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름철에 늘어나는 대상포진

평균수명 연장으로 당뇨, 암 등과 같은 질환의 발생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복잡한 사회생활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들도 함께 늘면서 '대상포진' 발생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대상포진은 7~8월 여름철에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무더위로 인한 냉방기 사용의 급증으로 실내외 큰 온도 차에 노출되면서 면역력이 저하되거나 몸의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피곤하거나 체력적으로 무리가 올 경우 면역계에 영향을 주게 되고, 이때 대상포진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50~60대 이상의 경우 여러 가지 이유로 젊었을 때 보다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면서 대상포진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젊은 연령 때보다 많은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대상포진관련 환자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여름철인 7∼9월 진료인원이 집중돼 있다. 2014년 7월 한달 동안 대상포진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0만명당 161명, 8월 159명, 9월 157명 순으로 나타났고 2009년에도 7~9월에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여름철 대상포진 환자는 1∼6월, 10∼12월보다 약 16% 많았다.

연령대별 진료인원(2014년 기준)을 살펴보면 50대가 16만5천명(25.6%)으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11만9천명(18.5%), 40대가 10만3천명(16.0%)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과 여성모두 중장년층인 40~60대에 몰려 있었다.

◆대상포진 왜 생기나

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가 중추 신경계인 뇌와 척수의 감각 신경절에 일차적으로 감염 후 잠복하고 있다가 체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경우에 재활성화하면서 발병하게 된다. 즉, 몸속에 있던 수두바이러스가 약해진 몸 상태를 틈타 발현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감염된 신경절의 신경분포를 따라 내려와 피부에 발진을 일으키면서 격심한 통증도 함께 생긴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수두 바이러스가 재활성화하는 원인으로는 노년(60대 이상), 수술이나 외상, 항암제, 방사선치료나 면역억제재를 투여 받는 경우, 당뇨, 결핵, AIDS 등의 소모성 감염질환, 그리고 심한 스트레스 등을 들 수 있다.

특징적 임상양상으로는 대부분의 경우 감염된 신경절이 지배하는 부위에 여기저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편측성(오른쪽이나 왼쪽 등 한쪽 방향)으로 피부에 발진이 생기면서 갑작스러운 통증을 동반하게 된다. 발진이 발생하기 수일 전부터 열이나 몸살, 권태감, 구역 등의 감기 증세와 비슷한 전구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대상포진의 발생부위는 머리카락, 손톱, 발톱을 빼고 신경이 가는 몸의 모든 부위에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가장 많이 생기는 부위는 척추, 흉골, 늑골 등 체간 부위다. 그리고 머리와 안면부, 사지 부위 순으로 발병한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피부발진 소견 없이 통증만 편측성으로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주로 감각 신경절을 침범하고 주된 증상으로는 심한 통증이 발생하는데 때로는 발진 부위에 감각의 소실, 저하 또는 이상 소견이 동반하기도 한다.

대상포진의 10~30%의 환자에서는 운동신경에까지 침범해 근 위축, 가성 복부 탈장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안구에 발생할 경우에는 시력 상실, 안면부에 발생할 경우에는 안면근육 마비증세도 올 수 있다.

◆60세 이상은 예방접종 해야

피부 발진이 발생 후 30일 기간을 대상포진 급성기라고 하고 발진은 보통 2~3주 내에 사라진다. 그러나 발진이 사라지고 난 이후 2~3개월 뒤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대상 포진 후 신경통으로 진단을 내리게 된다.

대상 포진의 치료는 피부 발진이 발생한 3일 내에 항바이러스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빠른 시간 내에 교감신경차단, 경막외강 신경차단 등의 신경치료를 병행할 경우 급성기 때의 발진과 통증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염된 중추 신경절의 회복을 도와줘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나 운동 신경 마비를 예방할 수 있다. 대상포진 통증의 특징은 가만히 있어도 아픈 자발통의 양상, 옷이나 움직임 등의 가벼운 자극에도 찌르거나 쑤시거나 화끈거리는 등 매우 다양한 양상의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중등도 통증(바늘에 찔린 통증 정도)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고, 일부의 환자에서는 견딜 수 없는 격심한 통증으로 수면이나 일상 생활이 어려운 경우도 있어 불안증이나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탓에 대상포진 후 신경통까지 생겼을 경우 수개월에서 수십 년 동안 통증이 지속될 수 있다. 이때 통증 조절을 위해 마약성진통제, 항우울증, 항경련제 등의 약물요법과 신경치료를 하게 된다.

대상포진 백신 예방 접종은 60세 이상의 경우 권유하고 있고, 예방 접종 효과는 60~70%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100% 예방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상포진에 걸렸을 경우 증세의 정도나 합병증으로의 진행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대병원 전영훈 교수(마취통증의학과)는 "과거 대상포진을 앓은 사람이라도 5년 이상이 지나면 항체의 감소로 대상포진에 다시 걸릴 위험성이 높아지는 만큼 예방접종을 고려하는 게 좋다. 다만 백신성분에 과민반응을 보인 사람, 면역이 결핍된 질환이나 면역억제재를 투여하고 있는 경우, 임신부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만큼 접종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전영훈 경북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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