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대구시민은 '봉'인가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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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9   |  발행일 2022-06-29 제26면   |  수정 2022-06-29 06:56
240만명마저 무너진 대구
MB·박근혜 대통령 10년
대구 발전은커녕 희생만
그럼에도 국힘 사랑 여전
대구사람 洪 자존 세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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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사회부장

250만명을 유지하던 대구 인구가 올 들어 240만명선마저 무너지면서 지역 안팎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인구 유출이 심각성을 더하면서 '대구'라는 도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대구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대구사람'이라는 데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대구'라는 이미지가 '패배' '소외'라는 단어와 조금씩 연결되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다른 지역을 방문했을 때 선뜻 대구사람이라고 말하기를 멈칫하는 내 모습을 본 적도 있다.

이유가 뭘까. 며칠 전 잠이 오지 않아 한 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누군가의 '대구사람은 봉'이라는 말이 스쳐 지나갔다.

MB정부 때부터일까. 대구경북 출신이 연이어 10년 가까이 대통령을 역임하면서도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외 아닌 소외를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집이 있는 포항 흥해를 지나는 고속도로는 아직도 없다. 경북에서 물동량이 가장 많은 포항~영덕 구간은 여전히 국도만 있을 뿐이다. 12년 전인 2010년 이 전 대통령 임기 당시 추진됐던 고속도로는 당시 야당의 '형님(이상득 의원) 예산' 주장에 밀려 이제야 공사가 시작됐다. 그 사이 부울경(PK)과 호남, 충청에는 고속도로와 서해안 교각이 무수히 건설됐다.

이어 집권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계적 공항 전문기업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평가 결과, 영남권 신공항 입지로 밀양이 가장 앞섰지만 PK 정치권을 의식,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미군의 성주 사드 기지 배치만을 고려한 채 K2군공항 이전을 바랐던 대구시민들의 염원은 아랑곳없이 대구공항·K2 통합 이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것도 군공항이전특별법에 따라 국비 한푼도 투입되지 않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은 고려도 하지 않은 채.

ADPi의 영남권 신공항 평가 당시 꼴찌를 했던 가덕도 신공항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와 과반 의석수를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의 치밀한 전략으로 전액 국비 14조원이 투입되는 공항으로 건설된다. 예비타당성조사도 없이.

상황이 이러함에도 대구시민들의 국민의힘 사랑은 남다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은 물론 8개 기초단체장 모두를, 지난 총선에선 12개 지역구 국회의원 전원을 국민의힘 소속으로 뽑았다. 한 번쯤은 지역 정치권이, 국민의힘 수뇌부가, 대구에서 가장 많은 득표(75.1%)를 한 윤석열 대통령이 대구를 챙겨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더이상 '봉'이 안 될 것이라고.

대구시정을 4년간 이끌 새 시장(市長)이 이틀 뒤면 취임한다. 시민들 사이에선 기대 반 우려 반 속에서도 홍준표 시장 당선인이 대구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주길 바라는 모습이 역력하다. 비록 대구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초등학교를 다녔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구사람인 홍 당선인도 대구시민이기에 '봉'이 되기는 누구보다 싫을 것이다.
임성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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