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윤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의 동행은 불가능한가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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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04   |  발행일 2022-07-04 제27면   |  수정 2022-07-04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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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논설위원

임기를 1년 남짓 남겨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명운을 좌우할 당 윤리위원회가 목전으로 다가왔다. 윤리위는 오는 7일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 소명을 듣고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이미 당내 이준석 고립화가 심화되면서 '이준석 아웃'을 예단하는 정치권 목소리가 넘친다. 여기에는 정치에서 필수적인 말싸움에서 받아치기 잘하고, 아이디어도 많은 등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그동안 보여준 '자기중심적 언행'에 여의도 정치권이 느끼는 피로감이 큰 몫을 차지한다. 필자를 포함해 남을 먼저 의식하며 살아온 6070세대 등의 기성세대에게 그는 처음 접하는 '신(新)인류'이다.

그런데 그런 그를 보수우파 진영 지지자가 선택해 대표주자로 밀어 올렸다. 그리고 '이준석'이라는 이름으로 상징되는 새로움을 갈구하는 시대정신은 대선 승리의 한 축이 되었다.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내로남불, 공정으로 상징된 윤석열 검찰총장이 버텨주는 구도에 '이준석 정신'이 합쳐져 국민의힘은 어부지리로 권력을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구도에서 이 대표가 빠진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준석 사건'의 본질은 당내 세력을 확장하려는 자들의 권력다툼 과정이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이와 관련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이준석을 내치면 그를 지지하던 2030들이 대거 이탈해 다음 총선이 힘들 것"이라고 진단한 부분을 주목한다.

이 대표에게 위법행위가 있고 그것을 처리할 수단이 있다면 법대로 하면 된다. 이 대표 스스로 물러서지 않는데 강제로 당 대표에서 퇴진시키는 것은 소탐대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위원장 지적대로 2030세대 뿐만 아니라 많은 중도층이 국민의힘을 과거의 낡고 배부른 '꼰대당'으로 회귀했다고 여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내부 분란을 일으키고 돌출 언행을 해서 여권이 어지럽기는 하지만, 어쩌면 이런 이질적인 요인이 중간층을 국힘에 묶어두는 요인일 수도 있다. 국정운영에서 일사불란 지원하는 집권당이 국익에도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의 정책실패 과정에서 이미 보았다. 아울러 이 대표가 팬덤을 가진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그를 인재풀 속에 담아두는 것이 보수진영의 미래를 위해서 유리하다고 본다. '이준석 대체재'는 쉬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겠지만 윤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와 함께하는 정치를 택하는 것은 어떨지. 윤 대통령은 국힘의 내부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집권 초기 '윤심'이 정국의 모든 것을 좌우함을 능히 짐작하고도 남기에 하는 고언이다. 시간은 결코 집권 세력의 편이 아니다. 어떤 정권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권력의 반대편에 서는 사람이 늘어나고 대개 국정 지지율은 떨어진다. 그러니 차기 총선은 지난 6·1 지방선거보다 한층 어려울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현재의 여소야대를 바꾸려 한다면 '이준석 변수'를 살려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에 한 표 던진다. 차제에 이준석 대표에게도 한마디. 이제 곧 불혹의 나이다. 앞으론 '겸손'을 장착하고 매사 한 템포 늦춰 무르익은 정치를 하길 바란다.이영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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