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눈건강 관리와 가림 치료…"약시 아이, 한쪽 눈 적절히 가리면 다른 눈 시력 개선"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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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05 07:20  |  수정 2022-07-05 07:21  |  발행일 2022-07-05 제16면
시력은 만10세 정도에 대부분 완성되므로 3~4세부터는 정기검사 해봐야
두 눈 똑같이 잘 볼 수 있어야 거리감각 잘 자라…굴절이상 조기발견 필요
안경교정으론 부족할 때 가림치료…2014년이후 출생아 年2회 무료 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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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건강의 중요성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특히 시력은 만 10세 정도에 대부분 완성되는 만큼 어린아이의 눈 관리는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20년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해 실내활동이 증가하면서 스마트폰 게임이나 유튜브 등을 즐기는 시간이 길어져 눈 건강은 더 위협받고 있다.

이에 전문의들은 평소보다 아이들의 눈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만 10세 이전의 자녀가 있다면 눈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해 문제가 있을 경우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각하기 힘든 약시

최근 영유아 검진을 통해 자녀 두 눈의 시력이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약시는 두 눈에 다른 눈 질환이 없는데도 시력 차이가 있는 것이다. 아이의 키가 빨리 자라는 것보다 오른쪽과 왼쪽, 양쪽의 신체가 균형 있게 자라는 것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 시력도 빨리 올라가는 것보다 두 눈이 똑같이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잘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는 두 눈이 똑같이 잘 볼 수 있어야 우리 눈이 할 수 있는 뛰어난 기능인 입체나 거리 감각이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의 두 눈 시력이 다르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속상해 하는 부모들이 많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의들의 판단이다.

영남대병원 김원제 교수(안과)는 "아이가 약시라고 하면 대부분의 보호자는 매우 당황한다. "왜 그동안 몰랐지"라고 하며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보호자도 많다. 하지만 두 눈 중 한 눈의 시력이 나쁘다는 것은 시력을 측정하기 전까지 알기 어려운 것인 만큼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아이 무릎에 상처가 있다면 넘어져서 다친 것인지 의심할 수 있지만 시력이 낮다는 것은 겉으로 봐서는 표시가 잘 나지 않기 때문에 부모의 관심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영유아검진이나 초등학교검진 덕분에 약시가 의심되는 아이들이 적절한 시기에 질환이 발견돼 치료받을 수 있게 되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이 늘어났다. 또 실명예방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가정용 자가시력검진도구를 신청, 집 안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후 아이가 시력을 측정할 수 있는 만 3~4세 정도부터는 가까운 안과의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시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주기적으로 소아청소년과에 가서 예방접종도 하고 키와 몸무게를 보면서 아이가 잘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안과를 찾아 눈의 시력이 잘 자라고 있는지 검사해 보는 것이다.

특히 △생후 6개월 후에도 눈을 맞추지 못한다 △사물을 볼 때 눈을 많이 찌푸리거나 다가가서 본다 △눈부심 증상이 심하거나 찡그리거나 고개를 숙인 채 치켜뜨고 TV를 본다 △자주 눈을 깜빡이거나 비빈다 △고개를 기울이거나 얼굴을 옆으로 돌려서 본다 등의 행동을 보일 경우 전문가 진단을 받아 보는 게 좋다.

◆약시, 일찍 발견하고 치료해야

약시는 일찍 발견해 제때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만 4세에 약시를 발견해 치료하면 95% 치료할 수 있지만 만 8세에는 완치율이 23%로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우리 눈은 만 10세 정도에 보는 능력이 완성된다. 이 시기가 지나면 최대한 잘 볼 수 있는 능력은 더 성장하지 않는다. 청소년 시절 영양이 부족해 성장기에 제대로 자라지 못한 사람이 성인이 된 후 잘 먹는다고 해서 키가 다시 자라지는 않는 것과 같은 셈이다. 그런 만큼 시력이 한참 자라는 시기 동안 약시를 발견하고 시력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약시는 사시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지만 굴절이상에 의한 경우가 가장 많다. 굴절이상은 근시, 원시, 난시를 말한다. 쉽게 우리 눈의 크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하다. 아이마다 발의 크기가 달라서 신발 크기가 다른 것처럼 모든 아이는 각각 자기만의 굴절이상을 가지고 있다.

원시와 난시가 있는 경우 또는 두 눈의 굴절이상 정도의 차이가 많은 경우 약시가 잘 생길 수 있다. 이때는 먼저 안경으로 교정해 줘야 한다. 굴절이상을 교정해주는 것은 아이의 눈이 가장 이상적으로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시력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선명한 상이 눈에 잘 들어오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안경이 해주는 것이다.

굴절이상의 교정만으로 부족할 경우 가림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가림치료의 원리는 시력이 좋은 눈을 하루에 몇 시간 정도 가려서 쉬게 해주고, 그동안 시력이 약한 눈을 더 사용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을 잘 사용하려면 처음에는 서툴지만 계속 왼손으로 쓰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새 왼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하루에 가리는 시간은 의료진 처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대개 약시인 눈의 시력이 점차 좋아지면서 가림시간을 줄여나가고, 두 눈의 시력이 같아지게 되면 가림치료를 마치게 된다.

가림치료를 할 때도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두 눈 중에 어느 눈을 몇 시간 동안 가리는지 정확하게 숙지해 올바르게 착용을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일정한 시간을 잘 지켜야 아이의 시력 호전 정도에 따라서 가림의 시간을 적절하게 조정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어느 쪽 눈을 하루에 몇 시간 가려주세요"라고 알려줘도 혼동하는 보호자가 적지 않아 정확한 치료를 돕기 위해 가림치료 처방전을 제작해 어느 쪽 눈을 몇 시간 가려야 하는지 안내하고 있다.

아이가 안경을 착용하는 경우는 안경 밑 피부에 가림패치를 붙여줘야 한다. 안경 위의 렌즈에 패치를 붙일 경우 가림효과가 줄어들어서다.

김 교수는 "가림치료 패치를 하루에 몇 시간씩 눈에 붙이고 있는 것은 아이나 보호자 모두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여름에는 날씨가 더워 패치 붙이기가 더 힘들어진다. 하지만 열심히 가림치료를 해서 좋아지는 시력을 확인하는 것만큼 의사와 보호자 모두에게 기분 좋은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환아 보호자가 약시 발견이 늦었다는 후회와 시력이 빨리 회복되었으면 하는 조바심을 가지지 않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림치료에 필요한 패치는 안경점이나 인터넷을 통해 구매할 수도 있지만 2014년 1월1일 이후 태어난 어린이의 경우 시력검사 결과(가림치료 처방문구 포함) 등의 서류를 갖춰 실명예방재단에 신청하면 1년에 2회(회당 3개월 분량)에 걸쳐 무료로 패치를 받을 수 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김원제 영남대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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