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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일 국회 대회의실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 초 예상했던 '불복 선언' 없이 '묵시적 징계 수용'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당 윤리위의 징계 결정 후 곧바로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란 예상과 달리 열흘째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17일까지 당 윤리위 재심 청구나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윤핵관이 이 대표를 더이상 자극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징계를 '수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징계 발표 직후 이 대표에게 호의적인 당내 중진들도 "(징계)불복 선언은 내부총질로 보여질 수 있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대표의 일부 측근은 "깔끔하게 당 대표를 사퇴한 후 상황을 지켜보자"는 조언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런 조언들을 의식한 듯 대부분의 언론 인터뷰, SNS 설전 등 그간 주특기로 이용했던 장외 여론전을 사실상 멈춘 상태다. 대신 국민의힘 최대 약점이라 할 수 있는 2030 세대와 호남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내 청년 정치의 상징인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당 대표로서 공을 들여왔던 서진(西進)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으로도 풀이된다.
또 여론의 중심에서 벗어나 조용히 당내 우군을 늘리는 전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표가 지난 11일 SNS에 온라인 입당 링크와 함께 "당원 가입하기 좋은 월요일"이란 메시지를 올린 뒤 하루 만에 4천700명이 입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무등산 등정에 대한 호남 민심의 우호적 반응도 적지 않다.
이 대표는 다가올 경찰 조사 결과가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이를 확실한 반전 카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 대표가 경찰 조사의 벽을 넘고 무혐의를 입증한다면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해 재신임을 통한 명예 회복을 시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선 이 대표가 차기 당 대표 적합도 1위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 측근들은 "당 윤리위가 경찰 수사 결과를 예측해 징계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대표는 경찰 수사를 통해 확실한 명예회복을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준비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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