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채무 경감책, 모럴 해저드 최소화 장치 마련 후 시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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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0   |  발행일 2022-07-20 제27면   |  수정 2022-07-20 06:45

금융당국이 금융 취약층에 대해 원금 및 이자 탕감(조정) 등 채무부담 경감책을 발표하자 불공정 및 역차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를 통해 125조원+α규모로 취약층 채무부담 경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폐업 위기에 내몰려 대출 상환이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과 저신용 청년들이 주 대상이다. 논란의 핵심은 주식이나 코인 등에 '빚투'나 '영끌'로 투자한 만 34세 이하 저신용 청년들에 대해 대출 상환 유예 및 이자 감면(최대 50%), 장기 연체이자 탕감 등을 담은 신속 채무조정 특례 신설이다. 최대 4만8천명이 1인당 연 141만~263만원의 이자 경감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공정을 앞세운 청년들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이다. 당장 '정부가 투기를 조장한다' '한탕을 노린 투자는 자기책임이다' '그동안 성실히 이자를 갚아온 사람들을 허탈하게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나서 "청년층 지원은 가상자산 투자 실패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며 원금감면 혜택은 없다"고 강조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청년층이 파산했을 때나 차상위계층으로 떨어졌을 때 정부가 더 큰 복지 비용을 떠안게 돼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에는 동감한다. 다만 모럴 해저드나 불공정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선 모든 장치를 가동해 대상자를 엄격히 가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채무 조정 제도를 좀 더 보완할 필요도 있다. 청년들은 향후 일을 해 부채를 상환할 기회가 많다. 이자 탕감이나 감면보다는 상환 기간 연장 등이 바람직할 수 있다. 다수 국민이 불공정하다고 느낀다면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고 향후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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