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칼럼] 홍준표號 3주 탑승기…바라보기 혹은 바로보기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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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1 20:00  |  수정 2022-07-22 09:28

 

[이재윤칼럼] 홍준표號 3주 탑승기…바라보기 혹은 바로보기
이재윤 논설실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한 지 꼭 3주 지났다. '홍준표호(號)' 3주 탑승기는 이렇다. '체인지(change) & 챌린지(challenge)'. '변화'와 '도전'의 시간으로 요약된다. 


'변화'는 홍준표 3주 시정의 키워드이다. 취임 후 대구를 올려놓고 한차례 키질 중인데, 그 탁월함이 두드러진다. 모래시계 검사를 거쳐 5선 의원, 재선 도지사, 최초의 2개 광역단체장, 집권당 대표 및 대선 후보 출신다운 내공이 느껴진다. 전광석화, 쾌도난마 식 행보에 당황한 대구의 수많은 시선은 그저 '바라보기'에서 멈추고 있다. '홍준표의 변화'는 과연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로 이어질까.

 

'도전'은 맞서는 것이고 싸움을 거는 것이다. 맞서 싸우는 것은 일찍부터 홍 시장의 특장. '변화'보다 그의 '도전'에 주목한다. 미래에 전개될 것에 대한 일종의 관전 포인트다. 동전의 양면처럼 변화 있는 곳에 도전은 있기 마련. 무엇에 맞서려는가. 그의 거침 없는 성정(性情)은 대구로서는 사뭇 낯설다. wait and see. '지켜보는 것'은 익숙지 않은 것에 대한 고유한 대구식(式) 태도. 대구 특유의 거리두기 방식이다. '변화'가 불러올 불일치·부조화의 위험을 어떻게 제거하고 지역사회와 융합해 힘을 모을 것인가가 '홍준표식 도전'의 승부처다. 상식 수준의 얘기지만 실은 만만찮다. 전임 권영진 시장도 이 도전에 실패했다. 홍 시장 스스로 "10%대의 지지율이라면 쫓겨난 것"이라 모질게(?) 평했다. 돌이켜보면 권 전 시장은 꽤 많은 성과를 냈다. 그럼에도 3선 도전의 길목에서 주저앉은 이유가 뭔가. 스스로 아쉬워했던 '소통'에 있다. 대구와 어떻게 소통하고 융합할 것인가에 따라 '변화'와 '도전'의 끝은 달라질 것이다. 소통은 '바라보기'에 머문 대구의 시선을 '바로 보기'로 돌려놓는 첫 삽질이다. "정부 및 정치권과의 소통도 좋아야 하지만 시민사회와의 소통 능력, 인내와 끈기를 갖고 소통할 수 있는 자질이 굉장히 중요하다." 권 전 시장이 퇴임 무렵 남긴 조언이다.


소통의 목적지는 '이해하기'다. 대구시장 홍준표는 어떤 사람일까. '그게 뭐가 중요한가'라고 되물을지 모르겠다. 그를 이해하는 것은 시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 된다. 홍 시장의 캐릭터는 분명 흔치 않고, 행보는 역대 시장 중 비슷한 이조차 찾기 힘들 만큼 생소하다. 홍 시장은 행사에 일절 참석하지 않는다. 시 간부들에게 애초 그렇게 천명했다. 두 명의 부시장을 대신 보낸다. 시장이 '표밭'인 다수 대중이 모이는 곳을 찾지 않는다? 선출직 단체장으로서 이례적이다. 그런 홍 시장의 속내를 놓고 해석은 분분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그는 대구시장 선거, 다시 출마할 일 없다. 한 번으로 끝이다. 대구에서의 다른 선거 출마는? 마찬가지일 듯하다. 이건 무엇을 뜻하는가.


일하는 티를 한껏 내려 할 때인 임기 초 시장이 '10시 출근'을 공언했다. "토·일요일 찾을 생각 말라"며 고향(경남 창녕) 가서 편한 지인, 후배들과 주말 골프를 즐긴다. 대구의 기업인·기관장과의 운동은 사양한다. 비용은 철저히 1/n. 눈치 보지 않는 그만의 개성이다. 사심이 없으니 가능한 게 많다. 대구시의 주요 정책, 기존 조직 및 도시 문화를 확 바꾸고 있다. O(기존 정책 유지), X(폐기), △(유보 또는 연기)로 한 번 정리해보자. 통합신공항 건설(O), 군위군의 대구편입(O), 도심 민간공항 존치(X), 대구시의 구미 취수원 이전(X), 도시철도 순환선 트램(X) 또는 모노레일(O), 군 시설 이전(O), 대구시청사 이전(△), 대구경북행정통합(X). 경북대병원 이전(O).

 

홍 시장은 SNS를 통해 거침없이 메시지를 던진다. 해야 할 말 침묵하면 비겁해진다는 게 그의 논리다. 그저께부터 이틀 연속 퍼붓고 있다. "윤 정부, 아마추어…제2의 박근혜 만들거냐" "지지율 떨어진다고 대들고…나쁜 놈들. 탈당해서 나가든지 도와줄 수 없으면 입 닫고 있어야지" "조용히 대통령 뒤에서 국민 보살피는 것이 영부인 역할"이라 날 세웠다. "시장이 그리 할 일 없나"라는 빈정거림이 있다. 정치평론만 가득할 뿐 막상 대구 얘기는 없다는 비판도 들린다. 그러나 "시장직에만 충실하겠다"는 대구시장은 매력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지방에도 사람이 있음을 보여주는 게 대구를 위해서도 유익하다. 그의 도시 브랜드 '파워풀 대구'와도 맥 닿는 일이다. 이건 '그의 시선이 가리키는 곳'과도 연관 있다. '대권 도전' 언급엔 조심하지만 시선은 늘 그곳을 향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무운을 빈다. 다만 68세의 홍 시장이 5년 뒤에나 있을 대선을 어떻게 풀어낼지 그 솔루션이 궁금하다. 생각지 못한 뭔가를 가슴에 품고 있을 터이다. 시중에 부쩍 늘어난 "홍 시장 어떠노?"라는 질문에 대한 에두른 사족이었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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