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 날] 詩 퍼포먼스 문화공간 '라 포엠'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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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2   |  발행일 2022-07-22 제35면   |  수정 2022-07-22 08:39
연극적 기법·예술 장르 접목

詩퍼포먼스에 맞도록 재연출

현시대와 전통의 울림 중시

팬데믹·비트코인 詩도 담아

[첫 / 날] 詩 퍼포먼스 문화공간 라 포엠
대구 첫 시퍼포먼스 전문 문화공간인 라 포엠 입구 전경. 2개월마다 한 번씩 특정 시인을 위한 시퍼포먼스를 연다.

지난 2일 달서구 도원동 월광수변공원 내 지역 첫 시 퍼포먼스를 위한 문화공간인 '라 포엠(La poem)'. 무려 45일간 준비했던 류인서 시인을 위한 시퍼포먼스가 열연됐다. 류 시인의 시적 연대기가 11꼭지, 모두 2시간으로 압축됐다. 입추의 여지 없이 모여든 관객 80여 명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전체 흐름이 매우 디테일하고 감각적이고 아방가르드했기 때문이다. 여느 시낭송회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날 압권은 행사의 얼개를 혼자서 총기획·연출했던 시인이자 시행위예술가 그리고 현재 대구시낭송협회 회장으로 있는 이유선씨였다. 20여 분 걸려 '병'이란 시를 자기 방식으로 독창적으로 풀어냈다. 오브제는 달랑 종이컵·알약·작은 병이 전부. 그는 귀를 종이컵이라 생각했다. 그걸 일제강점기 전화 수화기로 만들어 연기했다. 듣는 것과 듣지 못하는 방향, 시대와 일상의 불통, 그게 질병을 만들고, 그걸 낫게 하려고 약(藥)이 병의 심장 안으로 뛰어든다. 류 시인의 마지막 구절, '한순간 고요한 폭발음, 소용돌이치며 팽창하는 소리의 우주가 병 속에 그의 귓속에 있다'를 절묘하게 마임연기를 하듯이 풀어 젖혔다. 시적 울림을 위해 직접 알약을 먹기도 했다.

밋밋하게 그냥 시만 터치하지 않았다. 인접 예술을 많이 끌고 들어왔다. 이를 위해 무용가(최상열 대구시립무용단 차석단원), 시동요(문시온), 시연주(플루티스트 전미경·김은주), 시가곡(테너 현동현, 메조소프라노 정소민) 등이다.

라 포엠은 복합문화공간격이다. 여기 대표로 있는 이 회장은 시퍼포먼스 전문 공간을 오래전부터 꿈꿔 왔다. 이를 위해 그동안 박정남, 송재학, 박지영, 정숙, 김상환, 류인서, 노태맹 등 15명의 지역 시인을 초대해 행사를 치러왔다. 여느 낭송회와 확연히 구별되는 긴장미. 그걸 위해 직접 스튜디오를 찾아 배경음악을 녹음하고 시장에 가서 알맞은 오브제를 구매해 와 두 달여 숙성을 시켰다. 행사를 위해 너무 많은 전화를 해서 귓병까지 얻기도 했다. 그녀는 시퍼포먼스를 시낭송으로 착각할 때 속이 상한다. 시낭송은 '곧이곧대로'라면 시퍼포먼스는 '변화무쌍 변화난측'이란다. 낭독과 낭송, 시 퍼포먼스의 차이를 설명해 준다.

"낭독회는 그냥 운치 있게 시를 봐가면서 읽는 수준이다. 낭독회보다 한 차원 발전한 형태는 낭송회. 이때는 완벽하게 암기해야 한다. 시퍼포먼스는 시낭송에 연극적 기법 그리고 온갖 예술 장르를 특정 시에 맞도록 재연출한다는 것에 무게를 둔다."

행사를 위해서는 한 달 이상을 꼬박 몰입해야 된다. 적당한 시를 엄선하는 게 최대난관. 시인이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시를 내밀어도 원하는 방향이 아니면 수용 못 한다. 선별 기준은 뭘까. "저는 한물간 생선을 다시 잡지 않습니다.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전통의 울림도 중시하죠. 지금 같으면 팬데믹과 엔데믹 그리고 비트코인(가상화폐) 등에 관한 시도 필요하죠."

그는 리허설도 절대 하지 않는다. 재즈의 즉흥연주처럼 순간, 신탁 같은 흐름을 잡아챈다. "사전 준비는 철저해야 한다. 하지만 리허설을 해 버리면 김이 빠져버리기 때문에 그냥 올라간다. 그렇게 해야 새로운 뭔가를 감지할 수 있다."

라 포엠은 1년에 6차례 특정 시인을 위한 시퍼포먼스 행사를 진행한다. 그 사이에 문학평론가 등을 초대해 시퍼포먼스를 위한 토크쇼도 병행할 예정이다. 조만간 시퍼포먼스에 대한 이론과 실제에 대한 전문서도 출간할 예정이다. 달서구 수밭길 43.

글·사진=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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