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7회 이전 등판 끝판대장"…베테랑 보직 이동, 삼성 상승세 이끌까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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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8   |  발행일 2022-07-29 제18면   |  수정 2022-07-29 09:03
12년 만에 7회 이전 등판 끝판대장…베테랑 보직 이동, 삼성 상승세 이끌까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27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6회 초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들이 팀 승리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삼성은 지난 27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쏠(SOL)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11-10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승률 70%에 육박하는 '약속의 땅' 포항에서 연승 가도에 올라타길 기대한 삼성은 전날 한화에 2-4로 무릎 꿇으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하루 만에 행운이 따르는 승리를 챙겨 분위기를 뒤집어냈다.

이날 경기 승리보다 더 이목을 끈 건 베테랑들의 투지와 헌신이었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4천423일, 무려 12년 1개월 만에 중간 계투로 나섰다. 그는 이날 선발투수 앨버트 수아레즈에 이은 두 번째 투수로서 6회 아웃카운트 3개를 책임지고 내려갔다.

오승환은 2005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데뷔 첫해부터 마무리 보직을 받은 그는 2005년 7회 이전 등판 횟수가 11차례에 불과하다. 그가 마지막으로 7회 이전에 등판한 2010년 6월 17일 부산 롯데전까지 합하면 개인 통산 12번이다. 당시 오승환은 팔꿈치 부상으로 불안정한 시즌을 보내던 중이었고, 롯데전 등판 후 수술대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갑자기 6회 계투를 맡은 건 오승환의 성적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최근 오승환은 커리어 최초로 3타자 연속 홈런을 허용했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던 지난 12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3-2로 앞선 9회 말에 등판해 배정대와 앤서니 알포드에게 연속타자 홈런을 맞아 끝내기 패배를 허용하더니,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22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2-1로 앞선 9회 말에 첫 타자 송성문에게 동점 홈런을 내줬다.

일본, 미국 무대에서도 당하지 않았던 굴욕을 마주한 대가는 팀의 연패였다. 오승환은 이번 한화전 이전 최근 4경기에서 3개의 블론 세이브와 2패를 남겼고, 그를 믿었던 삼성은 팀 사상 최다 연패인 '13연패'를 기록해야만 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결국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겠다. 블론 세이브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도 오승환을 믿을 순 없다. 마무리 투수 기용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며 교체 가능성을 내비쳤고, 한화전 6회 등판으로 허 감독의 말은 현실이 됐다.

성적 부진 때문이긴 하지만,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었던 오승환은 한화전 이후 "정현욱, 권오준 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코치님들이 믿음을 줘서 더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오승환이 잠시 내려놓은 마무리 보직은 또 한 명의 베테랑 투수 우규민에게 돌아갔다. 우규민은 이날 11-10으로 앞선 9회 초 등판해 탈삼진 하나를 곁들이면서 안정적으로 1이닝을 닫았고, 승리 투수가 됐다. 우규민이 리드를 지켜준 덕에 오승환은 오랜만에 홀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허 감독은 "불펜 투수들의 실점으로 경기가 어려워졌는데,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재역전을 만들었다"면서 "다소 이른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간 오승환 선수와 마지막 투수로 등판한 우규민 선수가 부담감을 떨치고 베테랑다운 피칭을 해줬다"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삼성은 두 베테랑 투수 외에도 김상수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유격수 수비에 나서는 등 고참 선수들의 보직 변경이 이어졌다. 벼랑 끝에 몰린 삼성이 베테랑, 루키 할 것 없이 하나로 똘똘 뭉쳐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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