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느닷없는 '5세 입학'…교육적 관점에서 바라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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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02   |  발행일 2022-08-02 제23면   |  수정 2022-08-02 06:40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교육부의 학제개편안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초등 입학 연령 단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영·유아 교육의 국가 책임을 확대하고 출발선상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저출산 시대인 만큼 고교와 대학 졸업 시점을 앞당겨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나이를 낮추겠다는 목표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으니, 교육부 계획대로라면 1949년 이후 유지돼온 학제가 76년 만에 바뀌게 된다. 5세 때 이미 글을 읽고 간단한 연산을 할 만큼 아동의 발달 속도가 빨라진 것은 사실이다. 유치원 때부터 학원 다니는 아이가 늘면서 취학 전 교육 격차가 벌어진 것도 공교육 연령 조정 필요성에 힘을 싣는다.

그러나 취학 연령 하향은 현실적 문제가 뒤따른다. 정부 계획대로 4년간 25%씩만 입학을 당겨도 해당 학년은 입시와 취업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어릴수록 몇 개월 사이의 발달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에 5세와 6세의 학력 격차가 우려되는 데다 공교육의 돌봄 기능도 여전히 부족하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학제개편을 검토했으나 포기한 바 있다. 사회·경제적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전국 교육감들과 제대로 협의도 없이, 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교육 현장과 학부모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정책을 덜컥 발표했다. 거센 비판과 불만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필요한 정책이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않고는 성공하기가 어렵다. 여론을 수렴하고, 이해 당사자들을 이해시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낸 뒤 학제개편을 추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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