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두대간 자생식물 이야기 <13>가래나무 이야기

  • 김영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림생물자원부 산업화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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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2  |  수정 2022-08-12 07:58  |  발행일 2022-08-12 제20면

[기고] 백두대간 자생식물 이야기 가래나무 이야기
김영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림생물자원부 산업화 연구실장)

가래나무(Juglans mandshurica Maxim)는 가래나무과, 가래나무속 낙엽활엽교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일반적으로 산호두나무, 토종 호두나무 등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호두나무와는 다른 종으로 분류된다. 호두나무는 고려 시대에 중국에서 들어온 외래종이지만 가래나무는 우리 고유의 자생 식물이다.

우리나라 지역명을 살펴보다 보면 '가래골'이라고 불리는 곳이 종종 보이곤 한다. 가래나무가 많이 자라는 골짜기에서 유래된 지명으로 그만큼 우리나라 곳곳에 많이 자생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필자가 사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탐스럽게 열매를 맺고 있는 가래나무를 본 적이 있다. 아마 가래나무를 모르는 분들도 우리 생활 주변에서 한 번쯤 스쳐 지나갔으리라고 생각된다.

가래나무라는 이름은 가래나무 씨앗을 갈라보면 가래라는 농기구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속담에 나오는 그 가래다. 재밌는 것은 연못이나 논에서 자라는 '가래'라는 식물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가래'와 '가래나무'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흡사 '생강나무'가 우리가 향신료 등으로 식용하는 '생강'과 다른 것과 같다.

한국의 민속식물 전통지식과 이용(국립수목원)에 따르면 가래나무는 뿌리를 찧어서 냇가에 풀면 물고기를 잡을 수 있고, 종자는 경련성 소화기 질환, 감기에 좋고 수피는 항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열매는 술로도 담가 먹고, 줄기는 재질이 좋아 가구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고도 한다.

이러한 가래나무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위치한 경북 봉화군에도 많이 자생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겨울이 지나면 고로쇠 수액처럼 가래나무도 수액을 채취해서 음용하기도 하는데 가래나무 수액은 식약처 식품원료목록에 등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식용으로는 주의를 요하고 있다. 식품 원료목록에는 가래나무 열매만 식용 가능한 것으로 등재되어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진은 2017년부터 이 가래나무 수액을 채취해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 결과 수액 속에 단맛을 내주는 설탕, 과당, 포도당 등과 칼슘, 칼륨 등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식품 원료로는 아직 사용할 수 없는 원료이기 때문에 활용도 증진을 위해 가래나무 수액을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한 결과 피부 보습 및 주름 개선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이용하여 특허 등록을 하였고 경북도 내 화장품 기업에서 정제수(물)를 대신하여 가래나무 수액을 이용한 미스트 및 크림 제품을 생산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에 있어 원료에 대한 수입 의존도는 약 80%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진들의 노력이 모이면 언젠가는 바이오산업계에 수입 의존도가 낮아지고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자원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어 본다.
김영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림생물자원부 산업화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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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림생물자원부 산업화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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