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독립운동 聖地(성지)에 독립기념관조차 없는 기막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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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5   |  발행일 2022-08-15 제23면   |  수정 2022-08-15 06:53

오늘은 77돌을 맞은 광복절이다. 목숨 걸고 독립운동에 나선 애국지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날이다. 그런데 독립운동의 흔적이 점차 지워져 가고 있어 안타깝다. 광복의 의미가 젊은 세대들에겐 절실히 와닿지 않는 듯하다. 대구경북은 독립운동의 성지로 불린다. 그런데도 이를 반추(反芻)할 제대로 된 역사관이나 기념관조차 없다. 서울·부산·광주는 물론, 김포·나주 등 중소 도시에까지 산재한 독립운동기념관이 대구에는 없다. 기막힌 현실이다. 독립운동 유공자 등록 인원 1만7천여 명 가운데 대구경북 출신이 2천300여 명이다. 서울과 경기도를 합친 1천900명보다 많다. 국채보상운동이 대구에서 일어났고, 구한말 최초의 의병도 이 지역 출신이다. 최초의 독립 단체 대한광복회가 결성된 곳이 대구 달성공원이었지만, 여기엔 이를 알리는 기념물조차 없다.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서상돈 선생, 의열단 단원으로 옥중 순국한 '광야'의 이육사 시인, 민족 저항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시인, 일장기 말소 의거의 주역 현진건 소설가 모두 이 지역 출신이다. 독립지사의 순국 장소로 흔히 서대문형무소를 떠올리지만, 실상은 대구형무소에서 더 많이 순국했다. 서대문형무소 195명인데 비해 대구형무소는 206명이다. 놀라운 사실이다.

독립운동가 백산 우재룡 선생의 후손인 우대현씨가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을 위해 팔공산 기슭 부지 4만7천516㎡를 기부하기로 했다. 때맞춰 대구시의회는 '독립운동 정신 진흥' 조례를 제정했다. 독립기념관 건립의 새 전기가 마련됐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가보훈처도 당위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하니 이른 시일 내 기념관이 착공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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