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스토리] "이 수만마리 치어들이 자라 조용하던 강물을 요동치게 하리라"

  • 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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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8  |  수정 2022-08-18 08:25  |  발행일 2022-08-18 제14면
경북 영양 반변천 민물고기 치어 방류
[포토스토리] 이 수만마리 치어들이 자라 조용하던 강물을 요동치게 하리라
지난 9일 오후 경북 영양군 반변천 강변에서 열린 '2022년 버들치·잉어·붕어 어린 고기 방류' 행사에 참여자들이 어린 치어들을 방류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활어차에 연결된 호스에서 맑은 물이 콸콸 쏟아진다. 하지만 눈을 크게 뜨고 보아도 쏟아지는 건 맑은 물 뿐, 어디에도 물고기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옆에 있는 사람들이 "아따 많이 나오네"라는 말에 카메라 셔터 속도를 높여 쏟아지는 물줄기를 촬영했다. 2천 분의 1초로 본 물줄기 속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강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치어 방류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도착한 경북 영양군 반변천 강변. 경북 영양군은 20년간 어족자원 보존을 위해 치어 방류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치어 방류 행사에서 이슈가 되는 것은 대부분 다소 생소한 어종이나 희귀 어종을 방류하는 행사다. 하지만 이슈를 떠나 매년 묵묵히 내수면 생태계 자원 증대와 지속 가능한 어업기반 조성을 위해 우리에게 친숙한 어종들을 방류하는 것은, 우리 땅을 흐르는 우리 물속 수자원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희귀한 어종과 보호종 또한 꼭 지키고 키워나가야 할 자원이지만, 우리 물속을 지키고 있을 토종 물고기들 또한 귀중한 자원이다.

행사 준비가 끝나고, 이내 버들치와 붕어, 잉어 등 수만 마리의 물고기가 사람의 손을 떠나 자연으로 돌아간다. 수조에서 빙글빙글 돌던 버들치들이 조용하던 강물 위로 지느러미를 드러낸 채 무리 지어 헤엄치는 모습을 보니 생동(生動)이란 단어가 새삼 떠올랐다. 이제 이 치어들이 자라 조용하던 강물을 요동치게 하고, 사람을 모이게 하며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깨치게 할 것이다.

지역에서 방류되는 치어는 대부분 방류된 지역을 벗어나 강의 하류로 내려가지만, 그중 일부는 지역의 물줄기에 남아 토속 어종으로 살아간다. 해마다 엄청난 수의 치어를 방류한다고 해도, 지역에 남는 소수의 물고기도 그물을 이용한 불법 어업에 잡혀 나간다. 전문가들은 치어 방류보다 불법 어업 단속이 수자원을 지키는 더 효과적인 방식이라고도 말한다.

깨끗한 강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물고기들이 많을수록, 그 물을 벗 삼아 살아갈 우리 다음 세대도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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