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동대구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방송을 보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걱정 듣지만 도어스테핑 계속"...지지율 개선방안 준비도 시사
"정치인 발언 챙길 기회 없었다"...이준석과 거리두기 분명히 해
"비핵화 의지만 보이면 도울 것"...남북문제 신뢰 회복 바탕 강조
"양보·이해로 과거사 해결 믿음"...한일관계 개선에도 강한 의지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외교·안보에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지지율 등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에는 애써 초연함을 유지하려 했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질문에는 지난 문자 메시지 여파를 의식한 듯 발언 자체를 회피했다.
◆모두발언- '경제,경제,경제' 18회 언급
이날 윤 대통령은 경제를 18회 언급하며 민생 경제와 향후 먹거리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위기 상황을 (정부가)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가운데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산업의 고도화, 미래전략산업 육성에 매진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소주성(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잘못된 경제 정책을 폐기했다. 경제 기조를 철저하게 민간·시장·서민 중심으로 정상화했다"며 "경제의 기조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바꿨다. 상식을 복원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공을 들여 설명했다. 그는 "시장이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작동되도록 제도를 뒷받침하고,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 균형을 이루도록 시장 정책을 펴서 기업과 경제의 주체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정부의 역할을 규정했다.
이어 "정부의 중요한 역할은 민간이 더 자유롭게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그 제도적 방해 요소를 제거해 나가는 것"이라며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정부는 총 1천400건의 규제 개선 과제를 관리하고 있고, 이 중 140건은 법령 개정 등으로 개선 조치를 완료했다. 703건은 소관 부처가 개선 조치 중이다. 제가 직접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도약과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하게 혁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해 원전산업을 국가의 핵심 전략산업으로 키워갈 것"이란 포부도 밝혔다. 또 과학기술 인재를 육성해 반도체·우주·바이오산업의 기반을 튼튼히 하겠다고 강조했다.이를 위해 민관 협력을 강화해 반도체 핵심 전문 인재 15만명을 육성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낮은 지지율- "정치적 목적으로 해선 안 돼"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대통령 국정 수행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로 인사 문제가 꼽힌다. 개선방안을 생각하고 있냐'는 기자 질문에 윤 대통령은 "인사 쇄신은 국민을 위해서 국민의 민생을 꼼꼼하게 받들기 위해 아주 치밀하게 점검을 해야 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국면 전환이나 지지율 반등이라고 하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해서는 안 된다.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벌써 시작을 했지만, 그동안 우리 대통령실부터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보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접근법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 답변 및 태도 논란 지적에도 "(도어스테핑은) 계속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이고 대통령 중심제 국가라면 대통령직 수행 과정이 국민께 투명하게 드러나고 국민으로부터 날 선 비판, 다양한 지적을 받아야 한다"며 "휴가 중 저를 걱정하는 분들이 지지율 떨어지니, (도어스테핑을) 당장 그만두라고 했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제가 용산으로 온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며 "국민께 제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비판받는 새로운 대통령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미흡한 게 있어도 계속되는 과정에서 국민께서 이해하시고 미흡한 점이 개선돼 나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낮은 국정운영 지지율을 개선할 방안도 준비 중임을 암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자체보다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지적된 문제는 국민의 관점에서 꼼꼼히 따져보겠다"며 "취임 후 100 여일 현안에 매진하며 되돌아볼 시간 없었다. 이번 휴가를 계기로 조직과 정책, 과제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통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면밀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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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집권 여당의 가장 큰 정치 현안인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선 거리 두기를 분명히 했다. '여당 내 집안싸움, 이준석 전 대표를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민생과 국민 안정에 매진하다보니, 다른 정치인들께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도 없었고, 대선 기간부터 다른 정치적 발언에 대해 어떠한 논평이나 제입장을 표현해본적 없다"고 했다. 이는 현재의 당내 혼란과 관련해 더 이상의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에 대해 어떠한 발언도 100일 기자회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북정책- "힘에 의한 변화 원치 않아"
윤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선, 상호 신뢰 회복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북 관계 정립 의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대한 '담대한 구상'과 관련 "남북 정상 간 대화나 주요 실무자들의 대화 및 협상이 정치적인 쇼가 되어서는 안 되고 실질적인 한반도 동북아의 평화 정착에 유익해야 된다"면서도 "그런(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확고한 의지만 보여주면 거기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도와주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이렇게 의제를 먼저 우리가 줘야 저쪽에 답변을 기다릴 수 있고, 앞으로도 의미 있는 한반도 평화정착에 필요한 회담 내지 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핵무장 관련 질문에는 "NPT 체제가 한반도 평화에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 전제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상황이 되더라도 확장억제는 실효화를 강화해 나가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북핵위협이 고도화되고, 기존 확장억제로 되지 않는다면 그 형태가 조금 변화는 있겠지만 NPT 체제는 포기하지 않고 지켜 나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한일관계- "양국 합리적인 방안 도출할 수 있어"
한·일 관계 개선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강제징용은 이미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왔고, 판결 채권자들이 그 법에 따른 보상을 받게 돼 있다"며 "다만 그 판결을 집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본이 우려하는 어떤 주권 문제의 충돌 없이 채권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강구하고 있는 중이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사 문제도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강화할 때 양보와 이해를 통해 더 원만하게, 빠르게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미래가 없는 사람들끼리 앉아서 어떻게 과거에 대한 청산을 할 수 있겠나. 한일 관계는 양국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와 국민들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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