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기립 어지럼증…앉았다 일어나면 '핑'…빈혈 아닐수도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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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3 07:32  |  수정 2022-08-23 07:34  |  발행일 2022-08-23 제17면
만성피로·무기력·우울감 등으로 삶의 질 저하
낙상으로 대퇴골 골절·외상성 뇌출혈 위험도
매일 물 2ℓ이상 마시고 탄수화물 섭취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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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44)씨는 최근 시골에 계신 부모님의 농사일을 돕다가 머리가 띵하고 눈앞이 핑 도는 것 같은 증상을 경험했다. 무더위에 땀을 많이 흘린 탓인가 생각한 김씨는 그늘에서 누워 잠시 쉬었고, 이내 어지럼증은 사라지는 듯했다. 이후 30분가량 누워 있다가 다시 일을 하기 위해 일어섰다가 갑자기 하늘이 핑 도는 듯한 어지럼증에 의해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큰 걱정이 들었지만, 한 5분 정도 쉬었다 다시 일어나니 또다시 증상이 없어졌다. 땡볕에서 고생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그냥 지나쳤던 김씨는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도 비슷한 증상을 느꼈고, 이내 병원을 찾아 '기립성 저혈압' 탓이란 설명을 들었다. 김씨는 "물을 하루 2ℓ 이상을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해서 식당에 가면 기존보다 2배 정도로 물을 마시고,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수분을 보충하고 있다"면서 "딱 2ℓ 이상 생각해 챙겨 먹지는 않지만, 적어도 기존보다 더 많이 먹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기분 탓인지 그 이후에는 어지럼증을 느낀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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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동산병원 이형 교수

◆2명 중 1명 한번쯤 경험하는 '어지럼'

어지럼이란 자신과 주변 환경이 정지된 상태에서도 자기 자신 혹은 주위 환경이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켜 불쾌한 느낌을 주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회전목마를 타지 않고도 탄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체 인구의 약 50%가 일생 동안 한 번쯤 어지럼을 경험한다. 그런 만큼 어지럼은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증상으로 두통과 더불어 신경과 외래에서 가장 흔히 접하게 되는 증상 중 하나다.

어지럼은 내이에서부터 머리까지 연결되어 있는 평형 기관의 이상으로 오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하지만 평형 기관의 이상 없이 나타나는 어지럼으로, 노인 인구의 증가와 함께 최근 그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어지럼이 바로 '기립 어지럼'이다. 기립 어지럼은 누워있거나 않은 상태에서 일어날 때 혹은 걸어 다니는 등 계속해서 서 있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어지럼을 말한다.

기립 어지럼은 흔히 현기증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이런 탓에 누구나 1~2번 경험할 수 있는 가벼운 증상으로 지나갈 수도 있지만, 때때로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노년층에서 주요 사망 원인으로 알려진 낙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기립 어지럼이 특히 여름철에 잘 생긴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지구 온난화 등의 요인으로 점점 아열대화 기후를 보이면서 여름철마다 찌는 듯한 찜통더위가 찾아오고 해마다 무더위는 점점 빨리 나타나며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무더운 여름철은 상대적으로 겨울철에 비해 피부로부터 빠져나가는 수분 소실이 심해 탈수에 빠지기 쉽고, 또한 장기간 햇빛에 노출되면 혈관이 이완되어 심장으로 유입되는 순환성 혈액량이 적어서 기립 동안 혈압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뇌로 가는 혈류량의 감소로 기립 어지럼이 나타난다.

◆여름철 기립 어지럼증 생기는 이유는

기립 어지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기립 저혈압이다. 기립 저혈압은 기립 시에 수축기 혈압이 20㎜Hg 이상 떨어지는 경우다. 특히 노인 인구에서 기립 저혈압이 잘 생기는 이유는 노화에 따른 혈압 조절 자율신경계의 기능 이상 탓이다.

노년층에서 어지럼이 발생하면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뇌경색, 뇌출혈과 같은 뇌졸중이지만, 실제 이보다 더 흔한 원인이 기립 어지럼이다. 노인 인구 증가, 그로 인한 고혈압·당뇨·전립선 비대증 등 노인 질환 증가 및 약물 복용 인구 증가로 기립 저혈압 환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고, 해마다 찾아오는 찜통더위 또한 기립 어지럼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기립 어지럼은 어지럼 이외 만성피로, 집중력 결여, 무기력, 전신 무력감, 우울감 등으로 삶의 질 저하를 일으키고 낙상으로 인한 대퇴골 골절, 외상성 뇌출혈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뇌 MRI 사진을 촬영하거나 평형 기관 기능 검사로 잘 알려진 비디오안구운동 검사 등을 흔히들 하고 오는 경우가 많지만, 기립경 검사를 통해 체위에 따른 혈압 변동을 파악하는 자율신경계 기능 검사가 기립 어지럼 진단에 가장 중요하다. 잠시 쉬고 나면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될 경우 큰 무리가 없지만, 만약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계명대동산병원 이형 교수(신경과)는 "해마다 이맘 때쯤이면 신경과 자율신경계 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이 가장 흔히 호소하는 증상 또한 기립 어지럼"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기립 어지럼 예방을 위해서는 여름철 하루에 2~3ℓ의 물을 매일 마시는 것이 좋다. 또 설사를 피하고, 탄수화물이 많이 포함된 음식 또한 줄이는 것이 좋다. 또 과도한 땀 배출이 될 수 있는 뜨거운 사우나, 장기간 직립 상태에서 햇빛에 노출되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 술과 커피 같은 이뇨 작용이 있는 음식은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 몸에 수분은 최대한 많이 가두어 놓고 몸 안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것은 피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수분보충을 잘해주는 것과 동시에 한자리에 오래 서 있지 않는 습관도 어지럼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도움이 되는 운동으로는 유산소 운동보다는 스쿼시, 계단 오르기 등을 통해 우리 인체 근육의 60~70%를 차지하는 허벅지, 종아리, 엉덩이 등의 하체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근력 강화 운동이 좋다. 하체 근육은 혈액의 대용량 저장소(USB)의 역할을 하고 있어 '제2의 심장'으로 불린다. 하체 근육이 발달하면 심혈관계 질환, 당뇨, 기립 어지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기립성 어지럼의 경우 약물적 치료로는 혈압을 올리는 약제가 주로 사용되고, 비약물적 치료와 함께 병행하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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