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조금 안다는 것

  •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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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19 07:13  |  수정 2022-09-19 07:22  |  발행일 2022-09-19 제12면

이지영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얼마 전 교내 메신저에 흥미로운 쪽지가 왔다. 우리 학교 학생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수업을 들어가는 학생이라 어떤 사연으로 출연했을지 궁금했다. 아주 작은 종이로 종이접기를 하는 취미를 가진 학생이었다. 수업 시간에 보지 못했던 학생의 모습, 작은 종이로 돋보기로 보아야 할 정도의 작품을 집중해서 만드는 과정을 보니 왠지 뭉클했다.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한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그렇지 않든. 여러 과목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학생도 있지만 특정한 과목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도 있다. 수업 활동보다 다른 활동에 관심을 더 보이는 학생들도 있다. 다양한 취미와 특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꿈을 키우는 학생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다. 방황하는 학생도 있고 방황을 끝냈거나 변함없이 열심히 생활하는 학생도 있다. 이처럼 학교는 여러 학생이 모이는 교육의 장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함께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만이 아닌 '우리'가 되어 편견 없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수업을 늘 꿈꾼다.

그런 이유에서 학생 참여형 수업을 선호한다. 학생 참여형 수업이란 학생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동하는 수업, 자기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업이다. 예를 들면,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진행하는 프로젝트 학습, 토의·토론, 발표 등 다양한 학습이 이에 포함된다. 학생 참여형 수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협력적인 태도와 소통이다. 내 생각만이 중요하다거나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학생들이 그것을 직접 알아차리기를 바라며 학생 참여형 수업을 진행한다.

요즘은 짝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어색해하기도 하고, 혼자 하는 활동이 편하고 좋다는 불평을 내놓기도 한다. 수업에서 이해한 것을 서로 설명하는 시간에는 누가 먼저 말해야 할지 정하지 못해 조용히 있는 모둠도 있다. 이런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내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조금 알고 있다'라는 말을 강조한다. 조금 안다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학생들도 서로를 완전히 알 수 없다. 어떤 부분에서 부족할 수도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아닐 수도 있음을 서로가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안다는 것의 불완전성을 알고 겸손과 존중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내가 아는 이 친구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작은 아이디어가 확장되는 것이 배움의 증거이다. 서로 의견을 나누며 더 나은 아이디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 내 의견이 최고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겸손의 자세가 배움에 선행되어야 한다. 참여형 수업, 협력 수업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긴 호흡으로 이어가는 반복과 연습을 통해서 생각은 확장되고, 수업 속에서 학생들의 성장이 일어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조금 안다는 것의 불완전성은 어떤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우리를 조심성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함부로 판단하지 않도록 돕는다. 학생들을 대할 때 그들을 다 안다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을 특히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공개되지 않은 학생의 능력, 가능성이 늘 존재할 수 있으므로….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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