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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올해 마지막 음악회를 하고 인사하는 이태호 사장과 출연진들. |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던가. 2010년 가을 무렵 청도읍성 옆 한옥카페 '꽃자리'에서 초청연주를 한 노동환(67·경남 창원시) 국제사이버신학대학원 교수는 주변 경관을 보고 카페사장인 이태호(69·청도)씨에게 한 가지 제안했다. "저마다 자리한 꽃향기에 음악 선율을 날리면 사람들이 절로 치유될 것이다."
1982년부터 40년 동안 기타 연주와 편곡자로 활동한 노 교수의 뜻밖에 제안에 이 사장은 지역상권 활성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자고 화답했다. 이에 노 교수는 조명부터 음악 장비, 출연진 섭외에 이르기까지 동분서주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재원 문제다. 음악회에 필요한 장비들은 노 교수의 것을 쓴다 해도 인력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노 교수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선한 아이디어에 지역 예술가들은 힘을 모았다. 보수는 받지 않았다. 봉사할 일 있으면 언제든 부르라는 품앗이 계약으로 했다.
여름에는 카페 정원에서, 겨울에는 이 사장의 비닐하우스에서 진행했다. 날이 차면 예술인의 건강뿐 아니라 장비에도 문제가 생겨 고민 끝에 5월부터 9월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공연은 순수음악부터 클래식기타 연주, 가곡, 시 낭송, 팝페라 등 남녀노소가 어울릴 수 있도록 꾸려진다.
매년 5~9월 둘째 토요일 6시에 열리는 꽃자리 음악회가 10년 넘게 지속될 수 있었던 건 이 사장의 음악사랑과 남다른 지원 덕분이었다. 2천평이 넘는 대지 위 계절마다 정갈히 장식하는 꽃은 물론, 자신이 받은 연금을 고스란히 출연진들의 노고와 감사의 마음으로 지원하고 있다. 서글서글한 외모의 이 사장에겐 돈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오히려 힘들고 지친 이들을 위해 항상 좋은 음악을 선물해 주시는 노 교수님에게 존경을 표했다. 건강이 허락되는 한 처음 약속대로 100회를 채우기로 했다.
음악회를 수놓는 성악가, 출연진 또한 대단한 실력파다. 아주 작은 사례를 받지만, 침체된 지역문화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무엇보다도 '나의 힐링이 너의 힐링'이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또 정원 한가운데 모금함을 두고 음악회에 참석한 사람이 내놓은 온정으로 홀몸어르신을 지원하고 있다.
멋진 한옥 카페에 어울려진 지역 예술인들의 하모니는 이 두 사람의 인연으로 시작됐다. 이제 그들은 한가지 목표가 있다. 모두의 힐링을 응원하는 100회 꽃자리 음악회다.
글·사진=이준희 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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