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예술도 껍데기가 필요하다

  • 곽소영 프란츠클래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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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2  |  수정 2022-09-22 07:29  |  발행일 2022-09-22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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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소영 (프란츠클래식 대표)

연주의 계절 가을이다. 따스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물베기거리 외벽과 상점 유리에 촘촘하게 부착된 연주회 포스터를 구경하며 걷다 보면 지루할 틈 없이 사무실에 도착하고는 한다. 포스터 중에도 유독 연주회의 정체성과 메시지를 잘 드러내는 포스터들이 있다. 적절한 색감과 잘 만들어진 디자인,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브랜딩이 잘 된' 포스터를 보면 발길을 멈추어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생각은 필자가 만든 첫 포스터로 이어지기도 한다.

필자의 첫 공연기획은 대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한 앙상블의 편곡을 맡으면서 시작되었다. 학생이다 보니 연주회를 준비할 예산이 부족해서 홍보물 디자인을 직접 하게 되었는데, 중학생 때부터 유일한 취미생활이었던 포토샵 작업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 포스터가 좋은 반응을 얻어 졸업할 때까지 교내외 연주회 홍보물 작업을 의뢰받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다. 그러한 경험을 살려, '프란츠클래식' 회사의 홍보물 디자인팀을 직접 이끌고 있다.

필자는 연주회의 진정한 첫 시작은 홍보물 디자인부터라고 생각한다. 홍보물 디자인은 오랜 시간 계획하고 준비한 연주회의 콘셉트를 잠재 관객에게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가끔 연주회 포스터를 알아서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속이 답답해지기도 한다. 연주회의 포스터는 마치 대형 초대장과도 같은데, 명확한 콘셉트와 목적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불특정 다수를 초대하는 것만큼 무모한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클라이언트들에게 늘 공연의 목적과 의도를 상세하게 설명해 달라고 부탁한다. 물론, 연주회의 출연진과 연주곡목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각적인 이미지'에 연주회의 특성을 잘 녹여내 잠재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요즘은 대부분 공연 홍보가 SNS 등을 통해 노출된다. SNS에 노출되는 화려한 이미지들 속에서 몇 초 만에 잠재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으려면 앞서 말한 '브랜딩이 잘된' 경쟁력 있는 홍보물 디자인이 필요하다. 물론 연주회의 알맹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은 말할 것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관객은 음악보다 '디자인'을 먼저 접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화예술공연도 브랜딩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 MZ세대의 영향력이 증대하는 요즘은,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필자는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다. 예술도 껍데기가 필요하다!

곽소영 (프란츠클래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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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소영 프란츠클래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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