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스튜디오·베이커리 카페 '신개념 포토갤러리'…아내가 품은 프랑스 자수 공간도 마련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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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3   |  발행일 2022-09-23 제35면   |  수정 2022-09-26 15:07
갤러리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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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갤러리 안나의 내부.

천고 8m, 396㎡(120평) 규모의 갤러리안나는 보기 드문 신개념 포토갤러리. 지역에서는 사진만을 축으로 한 갤러리는 시내 루모스(관장 석재현)와 안나가 전부다. 안나는 사진을 축으로 한 멀티플렉스 복합문화공간이라 보면 된다. 자잘하게 쪼개보면 여러 색깔(공간)이 공존하고 있다. 촬영 스튜디오의 물성에 카페 그리고 포토갤러리, 베이커리카페, 2층은 그의 아내의 프랑스 자수 공간이다. 아내는 쉼 없이 바늘을 품는다. 평면이 도드라진 동양자수와 달리 입체감이 강조된 서양자수(프랑스 자수) 전문가로 변신, 수강생까지 받는다. 이 밖에 카메라, 조명기, 프린트 등 그동안 그가 소유하고 있는 촬영 장비, 포토북, 벽에는 손수 구입 한 국내외 50여 작가의 작품과 아카이브가 수시로 교체되면서 상설전시 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액자제작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경기도 여주에 있는 닥터 프린트 유병욱 대표의 사자 사진이 블랙홀처럼 방문객의 시선을 빨아당긴다. 김중만의 15명의 국내 유명 래퍼의 사진, 가상 현실 세계를 다룬 최상식, 개발시대를 맞아 급격하게 변모하는 대구 도심의 오지를 포착한 권상원, 특이한 인물사진의 신지평을 열고 있는 강영호, 일본 군함도 사진을 내민 이용환, 최상식의 신기루 게임, 재개발 지역의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한 정크 포토리즘이 인상적인 한상권, 그래픽 디자이너 김시마, 발레리노 박귀섭 및 조세현, 김상길 등의 작품이 보석처럼 흩어져 있다.

2017년 4월 오프닝 전시를 했다. 전업작가, 광고사진작가, 교사, 일반 동호인 등을 모두 불렀다. 프로와 아마의 구별을 두지 않았다. 2회는 조정숙 개인전, 3회는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최금화, 이상선, 장석주 3인전), 4회는 아마추어 중 창의적인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처음 의도와 달리 흘러갔다. 그가 보여주고 싶은 사진을 맘대로 보여주기 어려웠다. 가끔 이 공간과 전혀 동떨어진 대관 요청이 지인으로부터 쇄도했다. 그래서 내린 결정은 대관·기획전시를 멈췄다. 3년 전부터는 그냥 그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준다.

한 켠에 그의 작품이 걸려 있다. 섬뜩한 선명함 그리고 귀뚜라미 울음에 수은을 버무린 듯한 풀들의 가녀림이 잘 교직돼 있다. 기와와 풀의 중첩된 이미지가 미니멀리즘의 빛을 발산한다. 1997년 발표한 '잡초에 대한 연민'의 작품들이다.

커피도 빵도 평범하다. 그걸 이대표가 직접 서빙한다. 가을로 내려앉은 거대한 통유리창이 더 비범하다. 홀은 텅 비어있는 듯하면서도 마치 '성간'(星間·Interstellar)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몰고 온다. 칠곡군 가산면 학산3길 86. 매주 월요일 휴무. 영업 오전 11시~ 오후 8시. (054)971-0386

글·사진=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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