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걸 교수의 오래된 미래 교육] 의식의 기능장애

  • 정재걸 대구교대 명예교수
  • |
  • 입력 2022-09-26 07:10  |  수정 2022-09-26 07:11  |  발행일 2022-09-26 제13면

2022092501000716500030981

인간의 의식은 2천500년 전 예수와 부처, 공자에 의한 찬란한 발현 이후 간헐적 진화가 있었지만 아직 본격적인 진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톨레는 '나우'에서 바다 생물에서 육지 생물로의 진화에 엄청난 진화의 압력이 있었다고 말한다. 지형의 변화에 의해 석호처럼 바닷물에 갇힌 생명체가 물이 점점 마르게 되자 그대로 있으면 물과 함께 사라져버릴 위기에 놓였다. 그중에 몇몇 생명체가 아가미호흡이 아니라 폐호흡을 하게 됨으로써 오늘날의 육지 생물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인류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성의 발달에 따른 거대한 생산력과 낮은 의식 수준이라는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은 여전히 낮은 의식 수준에 남아 있는데, 생산력은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소멸시킬 만큼 비대해졌기 때문이다. 톨레는 이런 절박한 상황이 인류 진화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장자(莊子)'도 유학에서 주장하는 인의(仁義)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인의를 말라가는 늪 속의 물고기가 입을 뻐끔거리며 주위에 있는 물고기에게 거품을 품어 몸을 적셔주는 것에 비유했다. 톨레는 이처럼 낮은 의식 수준이 변화하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을 '의식의 기능장애'라고 불렀다.

어떻게 하면 인류는 의식의 기능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수피 시인 루미는 '고통의 치료제는 그 고통 속에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인류가 처한 에고(ego) 문명의 절박한 상황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사르트르가 말한 '출구 없는 방(No Exit)' 그 자체가 방을 벗어나는 유일한 열쇠이다. 우리가 의식의 기능장애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에고 문명의 고통과 왜 그것이 출구 없는 방인지 분명하게 이해해야만 한다. 그것이 출구 없는 방임을 분명히 깨닫는 순간 우리는 그 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가 깨달아야 할 진리의 핵심은 우리가 정상적이라고 여기는 의식 상태가 기능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성취는 예술 작품이나 과학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인류의 의식이 기능장애를 일으키고 있음을 분명히 자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의식의 기능장애가 과학과 기술 발전을 통해 더 극대화되어 이제 이 행성 자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음을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은 생각을 존재와 동일시한 것이다. 이 말이 에고의 뿌리를 명백히 드러내는 것임에도 데카르트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의식의 기능장애를 자각하는 첫걸음은 '생각하는 나'가 진정한 내가 아님을 깨닫는 데 있다. 생각하는 나의 끝에는 사르트르가 말한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행복과 기쁨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오직 인간만이 최고의 능력인 이성으로 인해 오히려 고통 속에 살고 있다. 바로 이것이 진화의 압력이고 그것의 자각이 유일한 탈출구이다.

<대구교대 명예교수>

기자 이미지

정재걸 대구교대 명예교수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